교회에서는 오랫동안 영의 세계를 중시하면서 육신적인 것을 불신했다. 육신적인 것을 불신하는 교회에서는 인간을 외면해 왔다. 그리고 인간을 외면하는 교회는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 문학을 배격했다. 그런데 문학을 배격한 교회는 예수님이 선포하신 인간에 대한 복음조차 외면했다.

지난번에 성경이 문학의 형식을 빌려서 기록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여기서는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 문학의 내용이 예수님의 복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히려고 한다. 문학에는 형식의 측면과 내용의 측면이 있다. 원칙적으로 문학의 형식과 내용은 구별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흔히 그 두 가지를 구분해서 다룬다. 문학의 내용인 인간의 문제는 예수님이 선포하신 복음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예수님을 본받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실상 예수님은 아주 폭넓은 인간이해를 지니고 계셨고 인간을 사랑하신 분이다. 우리는 교인들과 교제하는 중에 그분들의 인간에 대한 이해의 협소함, 지나치게 고집스러움, 심지어는 비인간적인 태도를 접하면서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러한 기독교인의 태도는 인간을 깊이 이해하시고 사랑하신 예수님의 복음과 맞지 않는다.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 문학은 인간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에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문학은 예수님의 인간을 위한 복음을 이해하는 데에 그리고 그분의 마음을 본받는 데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오랫동안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것은 교회가 신중심적인 신앙에 매달리면서 인간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교회가 인간을 외면했다는 것은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이 선포하신 복음의 진수를 외면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정말 그렇다면 이것은 큰 실수 아닌가! 이러한 교회의 실수를 드러내고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에 문학이 큰 도움을 준다. 문학을 외면한 교회는 인간을 외면했을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수님의 복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신앙은 하나님 중심의 영역인 반면, 문학은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 인간 중심의 영역으로, 신앙과 문학은 상반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신앙은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앙 문제에서 신앙의 주체인 인간이 배제될 수 없다.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 신앙을 생각한다는 것은 균형을 잃은 발상이다. 특히 예수님은 인간을 위해서, 인간을 사랑하셔서 이 세상에 오신 참 하나님이시며 참 인간이시다. 인간을 외면하는 신앙은 광신으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예수님이 첫째 계명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둘째는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흔히 하나님 사랑에 치우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소홀히 한다. 기독교인에게는 하나님 사랑이 우선이지만, 인간에 대한 사랑도 아주 중요하다. 이 두 가지 사랑은 예수님이 참 하나님이시며 참 인간이시라는 예수님의 양면과도 관계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하나님으로서의 예수님에 치중하면서 인간으로서의 예수님을 외면한다. 한쪽으로 기울면 넘어지게 되어 있다.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은 인간사에서 뿐 아니라 신앙에서도 중요하다. 이 균형을 위해서 우리는 지금까지 소홀히 해온 인간으로서의 예수님 그리고 예수님의 복음에 나타나는 인간에 대한 관심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예수님이 인간 이해와 사랑을 강조하셨다는 면에서 그분은 휴머니스트였다. 그리고 예수님에게 있어서 인간사랑은 곧 하나님 사랑으로 이어졌다. 마가복음 9장 37절에서 예수님은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요”라고 말씀하셨고, 마태복음 25장 40절에서는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이 이렇게 하나님 사랑과 인간 사랑을 모두 중시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예수님을 기독교 휴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렇게 예수님은 인간에 대한 사랑을 통하여 창조주 하나님에게 나아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우리 신앙인에게 있어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이해는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믿음을 강조한 바울 역시 사랑을 중시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바울이 믿음, 소망, 사랑 중에서 사랑이 제일이라고 말했는데, 여기서 그가 말하는 사랑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누가복음 13장에서 예수님이 바리새인들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안식일에 귀신들린 여인을 고친 것은 율법이나 관례보다 인간에 대한 사랑을 우위에 두셨기 때문이다. 마가복음 2장 27절의 “안식일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니”라고 하신 말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작가들을 휴머니스트라고 말한다. 그들이 부단히 인간에 대한 사랑을 증진하고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화장하기 위하여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19세기의 영국 작가 하디는 관습이나 사회법으로 인하여 인간의 삶이 위협받는 것을 그의 작품 『테스』 등에서 지적하였고, 20세기의 로런스는 산업사회의 병폐를 지적하면서 산업화와 도시화에 의해 인간관계가 왜곡되는 현실을 『사랑하는 여인들』에서 비판했다. 또한 오웰은 『1984』에서 전제정치로 인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단절되는 현실을 고발하고, 헉슬리는 『용감한 신세계』에서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인간다운 삶이 왜곡될 것을 예언적으로 경계했다. 그리고 가톨릭 작가 그린은 『권능과 영광』에서 교회의 경직된 관례나 율법주의로 인해서 기독교 신앙이 왜곡되고 인간 이해와 사랑의 길이 막히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진지한 문학 작품들에서 추구하는 인간 이해의 확대를 위한 노력은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에서 나타나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상통한다. 예수님처럼 겸손해야 이웃을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는 사람만이 상대를 사랑할 수 있다.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사랑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예수님처럼 인간을 사랑해야 하는 기독교인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문학을 가까이 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성경을 문학적으로 읽으면 성경의 거룩함이나 권위가 훼손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문학을 외면하려고 한다. 그러나 실상 그렇지 않다. 문학은 성경을 훼손시키기보다는 성경의 진리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교부들이 인간을 외면하고 문학을 배격한 것은 그들이 플라톤 사상의 틀에 얽매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경과 문학의 관계를 올바로 알아야 한다. 현대에 와서 교회가 문학을 받아들인 것은 성경이 문학의 형식을 통해서 기록되었다는 사실이 성경 해석에 큰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문학이 예수님의 복음에 나타나는 인간이해의 중요성을 드러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교인들에게는 옛 것을 혹은 옛날 사람들이 말한 것을 무조건 지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외면하려는 수구적인 경향이 있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거나 시대에 대해서 열려있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그러한 태도는,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나라를 위태로운 지경으로 몰고 갔던 것처럼, 한국교회를 위태롭게 만든다. 우리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떨쳐버려야 한다. 먼저 인간을 받아들여서 하나님 사랑과 인간 사랑의 균형을 바로 잡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인간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겠느냐는 요한서신의 말씀은 이 사실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인간을 받아들일 때 문학을 받아들일 수 있고, 문학을 받아들일 때 예수님의 천국복음의 중심에 자리한 인간을 위한 복음을 읽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