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사역의 중요한 모토는 ‘선한 그리스도인이 바른 민주시민으로’이다. 선한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는 것은 ‘Good Christian’을 의미한다. 즉 예수를 믿는 사람으로 올바른 신앙 안에 있는 사람들을 말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들이 이 사회로 나올 때 바른 민주시민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들이 교회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이 사회에서 시민으로, 직장인으로, 이웃으로, 가족을 만나게 될 때 다른 이들보다는 도덕적이고, 헌신적이고, 친절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로 인해서 사회가 변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목회자들을 상대로 하는 세미나에서 이런 소리를 하면 다들 좀 경계하는 눈치이다. 우리 교인이 왜 시민이 되어야 하는가하는 생각을 드러내는 것 같다. 교인들이 교회 울타리 안에서 신앙생활을 해야지 왜 이들이 시민이 되어야하는지를 이해 못하는 것이다. 어쩌면 많은 목회자들은 ‘시민’이라는 용어에서 반감을 갖는지 모르겠다. ‘시민’, 그러면 왠지 소위 말하는 운동권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일제 강점기까지 교회에는 ‘강연회’라는 것이 있었다. 민족지도자들을 모셔서 교회당에서 시국강연회나 의식을 깨우는 강연회를 종종 개최했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 강연을 듣기 위해서 교회로 몰려왔다. 그들이 예수를 믿어서가 아니라 교회에서 하는 그 강연회를 듣기 위해서, 그래서 바른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모여든 것이다. 나는 이런 강연회의 전통을 살릴 수 있기를 꿈꾼다. 그래서 교회를 통해서 사람들이 더 좋은 사회를 꿈꿀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몇 년 전 한 교회에서 시민사회를 주제로 하여 강연을 했다. 이후 그 교회 목사가 전화를 해 시민단체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 교회에 소개를 하고 교인들로 하여금 그 단체에 가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즐거운 마음에 한 환경단체를 소개했다. 주일 오후에 그 단체의 간사가 가서 단체를 소개했고, 회원 가입을 받았다. 그 단체의 대표에게 결과를 물어보았더니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시민단체라는 것이 요즘 시민 없는 시민단체가 되었는데 이번에 교회에 가서 몇 백 명의 시민을 만나고 왔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자신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호응을 받으니 상당히 고무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가 교회라는 곳이 이런 곳인 줄 몰랐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해서 교회가 이렇게 훌륭한 곳인 줄 몰랐다는 것이다.

이 일을 통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우리에게는 교인이지만 시민단체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시민인 것이다. 세상을 바꾸고 선하게 만들어보겠다고 하는 시민단체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는데 이들이 우리 교인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 주면 세상이 선하게 변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아마 그것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길이 될 수 있겠다는 것이다.

교회가 미전도종족 입양하듯이 지역의 시민단체를 하나 책임질 수 있으면 좋겠다. 교회 이름 내걸고, 교인들 동원해서 동네 일 하지 말고 기왕에 잘 하고 있는 단체를 선별해서 그들을 돕고 지원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재정지원도 하고, 주중에 안 쓰는 공간을 사무실로 내어주고, 교인들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이다. 그러면 소통의 길이 보일 것이다.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교회가 이렇게 좋은 곳인 줄 몰랐어요’, ‘실은 저도 교회를 다녔습니다. 실망하여 이제는 떠나 있지만요. 이런 교회라면 다녀보고 싶어요’ 시민운동 하는 이들을 만나보면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우리가 생각을 바꾸면 이런 이들을 만나고, 이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