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없어도 신앙생활 잘하는 성도가 되시기 바랍니다.”

나는 가끔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성도들은 그게 무슨 소린지 모르는 눈치다. 역시 내가 없으면 신앙이 너무 자유로워지는(?) 모양이다. 목사가 없어도 신앙생활 잘하는 성도, 내가 바라는 게 터무니없는 것인가. 아니다. 결코 아니다. 정말 아니다. 아니 아니어야만 한다.

목사가 하라는 대로만 하는 성도, 물론 한국교회가 오랜 기간 동안 목사의 헤드십으로 이끌린 것은 맞다. 누구도 이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소위 잘나가는 목사는 있는데, 훌륭한 성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게 다짜고짜 말하면 불편한 교회 지도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고작해야 훌륭한 평신도를 이야기할 때 목사나 성도들의 간증 속에서 목사의 말에 순종하는 성도쯤으로 치부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목사의 아름다운 리더십을 잘 따라주는 성도, 참으로 고마운 일이고 다행스런 일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훌륭한 성도는 아니다.

목사가 부재중이더라도 자기 주도적 신앙생활을 하는 성도가 신앙생활 잘하는 성도다. 이끌리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신앙을 자신이 책임지는 게 맞다. 한국교회 성도들의 병은 너무 의존적이라는 데 있다. 그것도 담임목사에게 너무 의존적이다. 어처구니없는 일은 같은 목사라도 부목사에게는 의존적이지 않은 사태까지 일어난다.

▲ 책 <대한민국교회 리스타트> 표지

여느 목사라도 자신의 말에 순순히 따라오는 성도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소위 ‘충성’이란 단어를 붙여가며 그런 성도를 충성하는 성도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물론 목사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여 그 선포된 말씀을 따르는 것을 목사에게 순종한다고 말한다면 이 말은 맞다.

그러나 목사라는 직함 때문에 순종해야 하고, 그런 순종을 충성하는 순종이라 말한다면 틀리다. 조금 곁길로 가 설명하면 이렇다. 엄마의 말이 옳을 때는 당연히 따르는 게 효도다. 그러나 엄마의 말이기 때문에 무조건 따르고 거스르지 않는다면 그 아이는 ‘마마보이’다. 엄마가 무엇인가 지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오늘날 이런 마마보이가 넘쳐난다. 그런데 꼭 닮은 마마보이들이 교회 안에 넘쳐난다. 목사의 지시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목사 또한 그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헤드십을 소유한 목사는 카리스마 넘치는 은사의 소유자가 된다.

이런 성도를 일컬어 ‘목사용 성도’라고 부른 박재훈 목사는 그의 책 <대한민국교회 리스타트>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들려준다.

“교회에서 성도들을 ‘목사용’으로 만들고 있다. 목사가 아니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적 생활이 아무것도 없다. 매일매일 목사가 정해 준 영적 생활의 규범을 따라 움직이고 따라야 좋은 성도로 성숙해 가는 줄 알고 있기 때문에 목사의 지시를 거부할 수가 없다.

성도들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주어는 ‘목사님’이다. 목사님이 하라고 해서 했다. 목사님이 언짢아하시더라. 목사님이 야단치시더라. 목사님이 좋아하시더라.”

‘목사용’ 성도, 결코 좋은 성도가 아니다. 스스로 자립하는 신앙인이 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