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운동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어려운 것은 힘을 빼는 일이다. 아침에 가끔씩 하는 구기운동을 통해 경험하는 사실은 힘을 주면 더 잘 될 것만 같은데 오히려 공이 더 잘 나가지 않고 자세도 뻣뻣한 것이 멋스럽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과제는 언제나 힘을 키우는 일보다는 힘을 빼는 일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도통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빼고 싶어도 빠지지 않는 이 힘을 어쩌면 좋을까?

힘 빼기가 중요한 것은 비단 운동만이 아니다. 예술에서도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가들은 거듭 말하곤 한다. 무용처럼 몸으로 하는 예술은 말할 것도 없고, 음악이나 미술도 힘이 들어가면 작품을 망치게 되기 십상이다. 꼭 악기나 도구를 다루는 분야가 아니라도 왠지 힘이 들어간다 싶으면 모든 것은 여지없이 불편해진다. 본인도 불편할 뿐더러 불편함이 담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도 불편해진다.

나도 모르게 들어가는 이 힘의 정체는 무엇일까? 운동에서 보자면 그것은 몸보다 마음이 앞서는 조급함, 한마디로 줄인다면 바로 ‘욕심’이다. 욕심은 언제나 힘이 들어가도록 만든다.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 자연의 이치를 앞지르니 당연히 무리한 힘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부자연스럽게 끼어든 힘은 천하의 모든 말썽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노욕은 아마도 가장 추한 욕심 중 하나일 것이다. 자연스레 스러져감을 인정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끝까지 중심에 서서 버티려는 힘, 이것이 왜곡된 유교문화와 맞물려 나타나는 심각한 폐해를 이 사회는 고스란히 맛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작 위험한 욕심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의욕’이라는 말 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의욕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의욕이 긍정적인 것은 그것이 신이 허락하신 테두리 안에 있을 때뿐이다. 넘치는 의욕은 욕심이 되고, 욕심은 힘을 부르며, 힘은 일을 망친다. 저 유명한 마르다와 마리아의 이야기(눅 10:38-42)는 교회에서 열심히 청소로, 식사로, 허드렛일로 봉사하는 신도들에게 좌절감을 안겨다 주곤 했다. 마치 예수께서 그런 봉사의 일들을 낮게 평가하신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님이 자신을 대접하느라 정신없이 분주했던 마르다에게 하신 말씀은 마리아와 비교하여 누가 더 낫다는 말씀은 아니었을 것이다. 주님은 마르다의 의욕, 주님을 대접하겠다는 의욕이 도를 넘쳐 힘이 들어갔음을 알려주고 싶으셨는지도 모른다. “마르다야, 힘을 좀 빼렴.”

힘 빼기는 모든 곳에서 중요하다. 말에서도, 글에서도, 심지어는 신앙에서도 그러하다. 삶의 모든 곳, 아니 삶 자체에서 힘을 빼지 않는다면 삶은 날로 굳어지고 뻣뻣해져 생기를 잃을 것이고, 마침내는 모두 부러져버릴 것이다. 그러한 날이 오기 전에, 아직 힘이 있을 때 힘을 빼자.

예수님이 마르다에게 대답하셨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꼭 필요한 것은 한가지뿐이다.” (눅 10:4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