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부와 가족들

(7월 24일 금요일)

만물을 지으신 창조주시오, 주인이신 하나님 앞에서

바다와 하늘과 땅은 네 것 내 것이라 말할 수 없고

모두가 하나님의 것이며 모두가 우리들의 것이지요.

그것을 서로 많이 차지하려고 욕심을 부리다 마치는 것이

우리들의 일생이라 생각하니

주인이신 하나님이 보시면 얼마나 한심하고 어리석은 일일까요.

하나님의 동산, 세상 어디에든 주님의 사랑으로

생소한 곳이라도 아무염려 않고 믿음으로 가면

숙식하며 거처하고 사역할 장소가 마련되고

나의 사역을 도울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식비를 내지 않아도 잠자고 먹을 때가 있고

돈 주고 사람을 고용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원봉사자들이 생겨나니

이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 됨의 정이 아닐까요?

주는 이도 그냥 주고, 받는 이도 그냥 받고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오전 일찍부터 환자들이 밀려옵니다.

남편들은 모두 고기 잡으러 바다에 나가고

젊은 아기엄마들이 아기를 하나씩 안고 임시진료실로 모여듭니다.

침에 익숙하지 않아 두려워하는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번도 침을 맞아보지 않은 이스라엘씨와 그의 부인이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겁나하는 주민들의 눈치를 채고

솔선수범하여 먼저 시범으로 침대에 엎드려

온 몸에 침을 맞으며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군요.

이만한 섬김의 리더십을 갖추었다면 충분히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 섬을 통솔해 나갈만한 자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 부부도 모두 처음이라 겁을 먹었을 텐데 대단한 용기입니다.

그러나 내가 놓는 침은 어린아이들도 맞을 수 있도록

호침(毫鍼)으로 가볍게 혈자리를 천자(淺刺)해 주므로 아프지 않습니다.

주위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이스라엘씨 부부가 얼마나 아파하나

조심스럽게 긴장하며 계속 바라보는군요.

이제 겨우 생후 2주된 아기를 안고 와 한쪽 눈을 뜨지 못한다고

아기엄마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여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 하는 간절한 바램입니다.

생후 바로는 눈을 떴었는데 병원에서 의사가

눈에 무슨 약을 넣고 부터는 아예 뜨질 못한다는군요.

눈동자 부위가 푹 꺼진 걸로 보아, 의사의 잘못은 아닌 것 같고

아예 눈동자가 생기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별로 가망성은 없지만 아기엄마를 위로 할 겸

그리고 아기 눈 주위의 혈액순환을 도와주기 위하여

족소양 담경의 동자료, 양백, 목창 이어 족양명 위경의 사백

그리고 사관을 터 주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아기가 울지도 않고 침을 잘 맞더니 곧 곤하게 잠을 자네요.

말은 못하지만 어린 아기도 자기 눈을 꼭 고치고 싶은가 봅니다.

이런 아기의 모습을 보고 있던 주위의 모든 이들이

조금씩 침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모습입니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먼저 맞은 세 명의 환자는

이 곳 환자들을 침의 두려움에서 떠나도록 하기 위하여

성령께서 앞서 보내신 분들이었군요.

이렇게 늘 성령께서 세미하게 간섭해 주시니

처음 가는 어설픈 지역에서도 자연스럽게 치유사역을 잘 이루어갑니다.

이곳엔 스트록(뇌졸중)환자가 많군요.

고기를 잡으려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합력해야 하지요.

배를 운전하는 선장, 기관실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물을 던지고 끌어 올리는 사람들

음식을 만들어 식사를 제공하는 이들

그리고 바닷물 속에 스쿠버 다이빙으로 들어가

고기를 그물에 몰아넣는 사람들이 있는데

스쿠버 다이버들 거의 모두 초기 스트록 환자가 되었다는 군요.

아마 몸에 짝 달라붙는 고무 옷을 입고

수압이 놓은 데서 오랜 시간 물속에 있느라고

뇌로 흘러가는 혈액순환에 장애를 일으킨 모양입니다.

이들의 증세는 중풍초기 증세와 같이

한쪽 편을 거의 잘 쓰지 못하고 걸음도 절뚝거리며 간신히 걷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머지않아 완전히 걷지도 못하고

방안에 누워 대소변을 받아 내야 하지요.

다행이도 이런 환자들은 침과 뜸이 큰 효과가 있습니다.

지난 6년 전 민도로에서 선교하시는 장로교 K선교사님도

이런 증세로 나에게 치료를 받고

지금은 건강하게 잘 지내며 스스로 나의 제자가 되셨습니다.

언제 다시 오느냐고 자주 전화하시는데

민도로는 이곳에서 배로 8시간이면 갈 수 있으니 다음 기회에는 꼭 가서

산속에 모여 사는 원주민 망얀 족들을 다시 케어 해야겠습니다.

스트록 환자의 치유방법은 중풍환자와 거의 비슷합니다.

먼저 구당 선생께서 연구하신 무극(無極)요법 자리에 자입(刺入)하여

몸의 상하좌우 앞뒤의 균형을 맞추어 주는 시술로

경락(經絡)을 통해 음양(陰陽)의 치우침을 조절하여 평형을 이루게 함으로써

정상적인 생리기능을 하게 합니다.

이어서 중풍칠대요혈에 자침(刺鍼)합니다.

머리로 통하는 목 부위의 기혈(氣血)순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족소양 담경의 풍지, 족태양 방광경의 천주

그리고 늘 흔히 쓰는 상용혈 대여섯 군대를 더 첨가하고

또한 그날 성령께서 특별히 감동을 주시는 자리

한두 군데 더 첨침(沾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치료입니다.

병인병기론(病因病機論)에서는 내상병(內傷病)의 70%가 마음에서 온다고 보며

‘면역혁명’을 쓴 세계적인 면역학자 아보도오로는

종교인들의 신앙생활(기도와 찬양과 말씀을 통한 예배)은

환자들의 마음을 평정으로 이끌고

그로인해 환자의 몸에 림프구 생성을 촉진시켜

면역력을 증대시키어 놀라운 자연치유력이 발동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환자를 치료할 때 마음과 몸과 정신을 동시에 치료하여야

전인치유(Holistic Healing)를 이루게 되는 것이지요.

나의 치유방법은 화학약품을 사용하거나 비인격적인 기계적인 치유가 아니고

자연의 순리와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치료하는 인격적인 치유방법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통하여 정신을 맑게 하고(명상요법)

맑은 공기와 생수, 소박한 먹거리를 통하여 몸을 맑게 하고(섭생요법)

간단한 경락운동을 통하여 체력단련과 기혈순행을 도와주고(운동요법)

침과 뜸을 통하여 몸의 균형을 맞추어 주는(균형 혹은 면역요법)

네 가지 요법으로 지난 30여 년 동안 약으로 찌든 나의 몸을

약으로부터 해방시켜 스스로 건강을 회복하였듯이

환자들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내 몸을 돌보듯 케어 합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므로 치유자가 아무런 인격적인 관계를 갖지 않고

마치 기계의 부속품을 갈아 끼우듯이

환자를 다루어서는 근본적인 치료가 안 됩니다.

사람은 마음으로 죽고 마음으로 삽니다.

이와 같은 치유방법(전인치유)은 예수님이 하셨던 방법이지요.

환자를 긍휼히 여기고 존중하며 지대한 관심과 사랑을 주면

얼어붙었던 마음이 회복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지요.

그로인해 몸속에 변화가 일어나 면역력이 증대되고

스스로 하나님이 환자 각자의 몸에 주신 자연치유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침술치료 방법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내가 사용하는 방법은 침을 통하여 오장육부와 몸의 앞 뒤 상하좌우의

기혈순행(氣血順行)을 도와주고

음과 양의 조절을 통하여 몸의 균형을 맞추어 주는

균형요법(Balance medicine)임과 동시에

몸속에서 일어나는 자연치유과정(natural healing process)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면역요법(Immune therapy)입니다.

결국 조그만 쇠붙이인 침이 병을 고치는 게 아니고

환자 몸에서 자연치유력의 활성화로 몸 스스로 병마를

이기게 되는 저항력과 면역력을 기르게 되는 것이지요.

환자가 아니더라도 일 년에 몇 번 이를 받으면

몸속의 세포가 활력을 찾고 면역력이 증대되어 건강에 큰 도움이 됩니다.

나의 스승 구당 선생께서는 아프지 않으셔도 27세 때서부터

약 70여 년 동안 지금까지 꾸준히 매일 뜸을 뜨시어

금년 연세가 100세이심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환자를 돌보십니다.

초기 스트록 환자의 경우,

침을 맞고 20시간 후부터 호전상태가 엿보이고

하루만 지나도 몸이 한 결 가벼워진 것을 스스로 느끼며

일주일이 지나면 잘 걷지 못하던 자들이 전보다 잘 걷기 시작하고

꾸준히 한 달 이상 치료하면 거의 정상적으로 걷게 되지요.

병원에서도 손을 놓아 실망가운데 있던 환자들이

새로운 희망으로 삶의 의욕을 되찾게 됩니다.

현대 과학(의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지요.

성령의 역사가 아니면

어찌 이런 초과학적인 치유사건이 일어 날 수 있을 까요!

치료가 전혀 안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너무 때가 늦어 뇌에 이상이 생겼거나

뇌에 아직 이상은 없어도 마음을 열지 않고

스스로 포기하고 절망가운데 있는 환자들입니다.

하여 치유과정에서 마음이 얼마나 중요하고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요.

예수께서 환자를 고치시고 “네 믿음이 너를 고쳤느니라.”는

말씀이 환자를 치료할 때마다 문득 생각납니다.

병원이나 약국도 없고, 간단한 상비약을 살만한 곳도 없는

고립된 작은 섬에서 이들은 아프면 아픈 대로 그냥 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가련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조그만 섬에 모여 사는 것도 모르고

그저 성령께 이끌리어 왔더니 꼭 와야 할 곳을 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내가 사는 것은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내 안에 계신 하나님의 영에 의하여 산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며

부족한 종을 이곳으로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여기 머무는 동안 매일 매일 환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이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쉬기도 하고 놀아주기도 하며

그냥 원주민처럼 같이 어울려 생활합니다.

“너는 일어나 시돈에 속한 사르밧으로 가서 거기 유하라

내가 그곳 과부에게 명하여 너를 공궤하게 하였느니라.”(왕상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