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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몸으로도 버섯은
최종수  |  asburych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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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08월 27일 (목) 23:35:44
최종편집 : 2015년 08월 28일 (금) 22:07:26 [조회수 :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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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몸으로도 버섯은

   

▲ 광대버섯 Amanita muscaria var. formosa Pers. 노균이 꼭 해바라기 같다.

 

버섯 한 송이 만나는 일, 그것도 다 일그러진 버섯 하나 만나는 일이 이토록 나를 흥분과 열광에 빠지도록 한다면 거기 어떤 영적 의미가 있을까?

상처 입은 몸으로도 버섯은 끝까지 자기 할 일을 다 한다. 버섯을 관찰하다 보면 싱싱하고 좋은 샘플 보기가 쉽지 않다. 버섯은 그 생장 기간이 아주 짧기 때문에 아주 적기(適期)에 싱싱한 모습을 만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버섯은 아침 해뜨기 전에 돋아서 해가 퍼지면 곧 이우는 것도 있다. 그런데 종종 그 생의 주기가 다하여 노균(老菌)이 되어서도 온 몸에 상처를 지닌 채 끝까지 포자 퍼뜨리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또 극심하게 가물어도 어렵게 돋아 온 몸에 균열이 생겨 갈라진 상태에서도 할 일을 다 하고 있다.

 

   

▲ 과립여우갓버섯 Leucoagaricus americanus(Peck) Vellinga 영어속명은 건드리면 빨갛게 그 색이 변하기 때문에 Reddening Lepiota라고 한다. 날씨가 몹시 가물어 제대로 피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균의 모습이 참 희한하게 생겼다.

 

우리가 모두 다 잘 아는 것처럼 헨리 나웬 신부님은 “상처 입은 치유자”(The Wounded Healer)라는 책을 썼다. 나의 깊은 상처가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치유의 원천이 된다고 한다. 굳이 버섯의 생활사와 관련시켜 보지 않는다 하여도 그 뜻이 분명해진다. 일그러지고 갈라지고 상처투성이이지만 끝까지 포자를 날려 버섯을 돋아나게 하고 그 버섯들이 죽음으로 말미암은 모든 유기질 물질들을 분해하여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지구를 다시 살려내는 것이다. 핏기 잃은 땅의 흙을 다시 살려내고 꽃과 열매를 잊었던 나무의 물올림의 잔뿌리가 되어 “우리 더불어 살자”고 호소하듯 일그러지고 갈라진 얼굴을 보게 된다. 난버섯은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아주 많이 썩은 나무 위에나 그 주변에 흉측한 모습을 배경으로 하여 아름답게 피어난다. 혹시 생(生)이 다하여 일그러지고 부서져 부족하고 불완전하며 아픔이 많은 그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느껴보신 적이 있는 지요?

 

   
▲ 난버섯 Pluteus cervinus(Schaeff.: Fr.) P. Kumm. 노균의 모습이 보인다. 이 버섯은 많이 썩은 나무 위에나 그 주변에서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돋는데 식용버섯이지만 맛은 별로 없다.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이라는 미국 시인의 “아름다운 여인들”(Beautiful Women)이라는 단 두 줄밖에 안 되는 아주 짧은 시가 있다. 대충 번역해 보면 이렇다. “여인들, 앉아 있거나 이리저리 움직이는 여인들, 어떤 여인은 늙었고 어떤 여인은 젊다/ 젊은 여인은 아름답다-그러나 늙은 여인은 젊은 여인보다 더 더욱 아름답다.” 늙은 여인에게서 아름다움을 보는 눈은 누가 뭐라 해도 볼 눈을 가진 복된 영안(靈眼)이다. 짧지만 무상한 세월을 흘려보내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운명 같은 되돌아 올 수 없는 길이건만 그래도 주름진 얼굴에서 한 세월 누구도 기억해 줄 이 없는 연륜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다.

 

   
▲ 느타리 Pleurotus ostreatus(Jacq.) P. Kumm. 노균

 

삶과 죽음은 나뉜 것도 아니고 나뉘는 것도 아니며 나뉠 것도 아니다. 그 둘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버섯들이 가르쳐주고 있다. 나무가 죽는다. 죽은 나무에서 버섯이 돋는다. 말하자면 죽음에서 생명이 피어나는 것이다. 버섯은 죽은 나무를 비옥한 흙이 되게 한다. 그 흙에서 다시 나무가 싹튼다. 새싹과 죽은 나무는 실은 한 몸이다. 이렇게 삶과 죽음은 번갈아가며 하나가 되어 생명 고리를 이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새 생명이 태어난다고 출생만을 너무 기뻐할 것도 아니며 생이 다하여 죽는다고 죽음만을 너무 슬퍼할 것도 아니다. 내가 죽으면 누군가의 출생을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시인들이 누구에게든 내 몸이 죽어 거름이 되고자 한다고 노래하였다.

 

   
▲ 먹물버섯 Coprinus comatus(O.F. Muell.) Pers.그 생이 다하여 처절하게 피를 흘리듯 먹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그러나 먹물이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곳마다 어디나 포자가 퍼지게 된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낡은 것들 속에서 싹튼다"고 하면서 "상처와 아픔도 아름다운 삶의 일부"(도종환)라고 하듯, 이울어도 부서져도 상처 속에서도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다시 새롭게 시작하라고 그 어딘가 외롭고 구석진 그늘 속에서 조용히 손짓 하는 버섯 노균(老菌)들...........

 

   
▲ 붉은뱀버섯 Mutinus elegans(Mont.) E. Fischer 영어속명 Dog Stinkhorn. 파리가 그 머리 부분의 초록색 점액질을 다 빨아먹었고 몸마저 벌레가 갉아 먹고 있다. 파리가 날라 다닐 때마다 또 곤충이 그 배설물을 내 보낼 때마다 포자가 퍼진다. 자기 몸을 희생해 가며 포자를 퍼뜨리는 번식 전략이다. 재미있지 아니한가!

 

이렇게 한 생명이 이운 자리에 또 한 생명으로 꽃피우듯 돋아나는 것이 버섯이다. 죽음으로 주검이 되어 땅에 내려앉은 것들을 잘게 부수어 거름으로 되돌리고 생명 이음줄이 끊이지 않도록 돌고 돌게 하는 일을 버섯이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생명 잇는 일이 끝날 즈음 나무들이 다시 새싹을 틔우게 된다. 이렇게 생명과 생명의 연계(連繫) 한 가운데 제 몸이 일그러지도록 생명줄을 이어주는 고리가 바로 버섯이다. 세상의 모든 찌꺼기들을 변형하여 아름다운 꽃으로 다시 피어나게 하는 일, 아름답지 아니한가? 그래서일까? 지는 것들, 이우는 것들도 아름답다. 모든 일그러지고 부서진 것들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볼 수만 있다면 하수상한 이 세상도 훨씬 더 아름다워 보일 것이고 언제나 새롭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아닌가?

아름다움이 상처에서 풍긴다. 상처와 아픔은 그것을 통하여 모든 것들을 살게 하고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게 할 길을 열어준다. 슬프도록 아름답지 아니한가? 저 상처 입은 몸으로도 버섯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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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3 03:03:11
참 아름다운 생명의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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