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 안에 ‘눈치 보기’가 만연합니다. 눈치 보기로 인생이 결판이 난다고 믿는 사람들로 가득해 보입니다. 오늘 이 짧은 글을 쓰면서도 내 안에 눈치 보기가 작동되는 것을 보면 눈치 보기는 인간의 숙명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런데 나 같은 일개 서민이 눈치를 본다고 한들 그 파장이 얼마나 일겠습니까. 하지만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어내기 위해 ‘눈치 보기’를 끊어내야 하는 책무를 가진 국가 기관이 눈치를 본다면? 그 땐 말이 달라집니다.

검찰은 우리 사회의 정의의 보루입니다. 검찰 스스로 그렇게 자부하고, 국민들 또한 그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눈치 보기의 달인이 되었습니다. 눈치 보는 검찰의 민낯은 민망함을 뛰어넘어 깊은 절망감을 안겨줍니다. 검찰이 ‘눈치 보기’에 무릎 꿇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는 ‘정의’가 통용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마음을 짓누릅니다.

엊그제 검찰이 한 국회의원을 모해위증죄로 기소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2013년도 6월에 검찰은 전 서울경찰청장을 대통령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결정적 근거는 바로 그 국회의원의 양심선언이었습니다. 그 양심선언에 따르면 전 서울경찰청장은 대통령 선거법 위반을 분명하게 밝혀줄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문제는 무죄 선고의 취지입니다.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증언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검찰은 무죄 선고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검찰이 수사를 건성으로 해서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광범위하게 일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검찰이 이제 와서 자신들의 기소와 공소유지의 핵심 내용을 제공했던 국회의원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며 모해위증죄로 기소를 한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검찰 스스로가 심각한 자기모순과 자기분열에 빠져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검찰의 기소가 합당하려면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하나는 검찰이 그 국회의원의 거짓말에 놀아난 무능한 조직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실재하지도 않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회적 혼란과 불편함을 끼친 것에 대한 명백한 시인과 사과를 해야 합니다. 검찰이 엄청난 오판을 한 것이니까요. 물론 사과는 억울하게 기소된 전 서울경찰청장과 국민들에게 해야 할 것입니다.

의문이 생깁니다. 왜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 기관인 검찰에서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그 누군가로부터 반대급부를 챙기려는 ‘눈치 보기’가 아니고는 합리적인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정의의 수호자라고 자처하는 검찰조직이 눈치나 보는 조직으로 전락하는 순간 일어나게 될 파장은 얼마나 클까요.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원리인 정의는 순식간에 뿌리 뽑히고, 일순간에 ‘눈치 보기’가 우리 사회의 실질적인 작동원리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이미 그 일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눈치 보기’가 몸에 밴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 눈치 보기의 끝은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 눈치 보기에 바쁜 그리스도인은 권력의 눈치나 세상 성공의 눈치 따위에 눈길을 줄 겨를이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온통 권력 눈치 보기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상식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그래서 주목해야 합니다. 그럴 때 세상을 향해 눈길을 돌리라는 하나님의 사인을 보게 될 것입니다. ‘세상을 향해 두 눈 부릅뜨고 진실함으로 기도하라는 사인!’ 만약 그 일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하나님 눈치 보는 것조차도 어려운 그런 사회가 코앞에 닥칠지도 모를 일입니다.

“주님께서 주님의 영과 정의감과 함께, 이스라엘에게 그의 범죄를 꾸짖을 용기를 주셨다....이스라엘 집의 지도자들아, 곧 정의를 미워하고, 올바른 것을 모두 그릇되게 하는 자들아, 나의 말을 들어라.” (미가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