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0주년이 지나갔다. 일제강점기 36년의 시절을 보내고 내 나라를 되찾은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당시 우리 어른들은 이 날을 다른 나라와 같이 ‘독립기념일’이라고 이름 하지 않고, 빛을 되찾았다는 뜻으로 ‘광복절’이라고 이름 하였다. 상당히 시적이고 의미를 가진 이름이다. 우리 어른들의 기품이 느껴지는 이름이다.

올해는 70주년이라는 뜻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더욱 이 날에 열광하는 것 같다. 이는 문화적인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최근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영화가 암살이다. 일제강점기에 친일하는 이를 암살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배신자, 해방이 되고도 경찰로 나타난 그의 이야기 등이 화제이다.

이 영화는 광복 70주년인 지난 15일 천만 관객을 넘어섰다. 5천만 국민 중 약 20% 정도가 극장에 가서 이 영화를 보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의 의미를 나누고 있다. SNS에 보면 이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내 놓는 사람들이 많다. 그냥 영화가 재밌었다가 아니라 이 영화에 등장하는 실제 인물들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역사적 배경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원봉이라고 하는,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그래서 더욱 궁금증을 만들어내었던 인물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이야기들, 일본경찰에서 독립 후에 대한민국 경찰이 되었다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들이 나왔다. 특히 김원봉이 독립 후 경찰에 잡혀서 일제 경찰을 지냈던 노덕술에게 고문을 당하고 돌아와 3일을 울었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울분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결국 그가 대한민국을 등지고 월북했고,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었던 그가 북에서 숙청당했다는 이야기에서는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또 하나 이번 광복절이 특별했던 것은 롯데가(家)의 분란이다. 일본 기업인 듯 한국 기업이었던 롯데는 이번 가족 간의 분란을 통해서 우리에게 그들은 누구인가하는 질문을 던졌다. 일본에서 시작되었지만 한국인이 기업 총수이고, 일본보다도 한국에 기업이 더 많았다던데 알고 보니 지주회사는 일본에 속해 있었다. 더군다나 큰 아들은 한국어를 하지 못하고, 현재 회장인 작은아들은 늦게 배운 한국어가 뚜렷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롯데를 한국기업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 논쟁을 벌였다. 일부는 불매운동을 벌였고, 한국말도 못하는 경영진에 대해서 불신과 비난을 쏟아냈다.

결국 이 기업도 우리나라 역사의 한 깨어진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한국의 젊은이가 맨 몸으로 일본으로 밀항하여 기업을 일구어 성공하고, 조국으로 그 사업영역을 넓혀서 이제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큰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 거점인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서 기업을 확장하고, 결국 이 땅에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준 그는 한국에 이로움을 준 사람이다. 외국자본을 유치해서 공장을 짓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롯데를 매국노 취급하는 것도 어쩌면 왜곡된 애국심일 수도 있다고 본다. 어쨌거나 이 롯데사태는 우리에게 경제적 애국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광복절 즈음에 이는 증폭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일제강점기 36년, 아니 이 나라가 주권을 사실상 상실해버린 시간까지 합친다면 훨씬 더 늘어날 그 시간동안 한국교회는 이 나라를 위해서 순교까지 이른 헌신을 했다. 20대의 젊은 벽안의 선교사들이 이 땅에 와서 왕실과 가까워진 건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을 통해 기독교는 시작부터 애국애족의 종교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김구 선생님과 같은 많은 애국지사들이 나라를 살리기 위해 교회의 문을 두드렸다.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기독교인이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교회가 나라를 살릴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모여온 것이고, 그러한 기독교였기에 그곳에서 애국지사들이 일어난 것이다.

광복70년. 다시 한 번 돌아보았으면 한다. 잊혀진 역사가 아니라 우리 안에 살아있는 역사로 되살아나길 바라는 것이다. 영화 한 편이 전해주는 그 감동과 같이 우리의 역사를 감동으로 전해줄 그 의인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 시대가 이해하는 언어와 표현으로 한국교회의 애국역사가 전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