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각에 신은 두 종류에요. 당신들을 만드신 신과 당신들이 만든 신이요.” 우연히 보게 된 인도 영화 예고편에서 주인공인 외계인은 이렇게 말했다. 영화는 지구의 여러 종교들을 외계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코믹 휴먼드라마인 듯싶었다. 영화 속 외계인이 말한 ‘당신들을 만드신 신’과 ‘당신들이 만든 신’은 참 종교와 거짓 종교,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참 종교인과 거짓 종교인들을 가르는 정확한 기준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내가 만든 신과 나를 만든 신, 이 두 신의 차이는 무엇일까?

내가 만든 신은 언제나 나와 뜻이 일치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신도 원하시고, 내 모든 죄악은 언제나 너그러이 용서 받는다. 이 신은 내가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처지를 언제나 충분히 이해해주시기 때문이다. 그 정도야 괜찮다고, 그때는 너도 어쩔 수 없지 않았냐고, 다 이해한다고 말씀하신다. 이 신은 내 욕망도 잘 이해하신다. 내가 무언가를 왜, 얼마나 절실히 필요로 하는지 잘 알고 계시며 늘 나를 응원하신다. 이 신은 아늑하고 감미롭다.

그런데 나를 만든 신은 그렇지 않다. 이 신은 내 뜻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아니, 일치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정반대이기 일쑤다. 내가 원하는 것을 신은 혐오하시고, 내 모든 죄악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은 치우라고, 너는 충분히 다를 수 있었고 그래야만 했었다고, 지나간 일로 끝날 수는 없다고, 신은 끊임없이 나를 질책하신다. 이 신은 불편하고 거칠며 씁쓸하다.

도대체 신을 믿고 산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것은 기분이나 생각이 아니다. 신을 믿는다는 것은 존재를 던지는 일이다. 믿음이란, 뒷일과 앞날을 생각하지 않고, 있을지도 모를 후회를 고려하지 않은 채, 너는 이미 자유로이 날 수 있으니 나를 믿고 뛰어내리라는 신의 말씀 한 조각에 의지하여 천 길 낭떠러지 벼랑 끝에서 가차 없이 허공으로 몸을 내던지는 행위다. 그러니 종교인은 많아도 신앙인이 적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 앞에는 늘 두 신이 있다. 나는 어느 신 곁에 서 있는 것일까? 나를 만든 신? 아니면 내가 만든 신? 나를 만든 신을 믿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내가 만든 신이라면? 인생은 언제나 갈림길이고, 유감스럽게도 선택은 언제나 하나만이다. 둘 중 하나. 신앙은 이렇게 단순한 모습이다. 재주 좋은 사람들이 이 단순함을 복잡하게 만들어 ‘선택’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잘도 숨기곤 하지만 신앙은 언제나 간단하고, 단순하고, 명료한 선택이다. 그리고 나를 만드신 신은 결코 강요하지 않으신다.

“주님을 섬기고 싶지 않거든, 조상들이 섬기던 신들이든지, 아니면 당신들이 살고 있는 땅 사람들의 신들이든지, 당신들이 어떤 신들을 섬길 것인지를 오늘 선택하십시오. 나와 나의 집안은 주님을 섬길 것입니다.” (수 2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