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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버섯과 십자가”
최종수  |  asburycho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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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08월 11일 (화) 00:11:19
최종편집 : 2015년 08월 11일 (화) 00:51:58 [조회수 : 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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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버섯과 십자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드리는 말씀: 아래에 실린 글은 이 글을 쓰는 사람의 견해나 입장과 무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버섯 이야기도 있다고 소개해 드리는 글이 오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신학을 전공한 순전히 아마추어 버섯 애호가로서 신학에 관련된 버섯 이야기이기에 여기 올려 봅니다.)

   
▲ 광대버섯 Amanita muscaria var. muscaria(L.: Fr.) Pers. 이 사진은 우산돌이 구재필님이 뉴질랜드에서 발견하여 촬영한 것을 빌려 온 것이다. 한국 기록종 버섯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이 버섯이 돋지 않는다.

 

“거룩한 버섯과 십자가”(The Sacred Mushroom and Cross)란 1970년 고대 근동세계의 언어를 연구하던 John M. Allegro라는 고대 언어학자가 쓴 책의 제목이다. John Allegro는 1947년 이스라엘 사해(死海) 근처 동굴에서 발견된 옛 두루마리 “사해문서(Dead Sea Scrolls)를 전문으로 연구하던 유명한 고대 언어학자요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교수하던 분이다. 사해사본에 대하여 공부해 보신 분들은 이 분에 대하여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이분이 쓴 이 책은 20세기에 출판된 책들 가운데 아마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 다음으로 가장 큰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또 기독교인들의 폭발적인 분노를 자아낸 책이다.

이 책의 부제를 보면 왜 기독교인들이 그토록 분노하였고 또 논쟁을 불러 일으켰는지 알 수 있다. “고대 근동 세계의 다산(多産) 풍요신(豊饒神) 숭배(또는 그 제의[祭儀]) 안에서 본 기독교의 기원과 그 본질에 대한 한 연구”(A Study of the Nature and Origin of Christianity within the Fertility Cults of the Ancient Near East). 한마디로 ”다산 풍요신 숭배와 유대교와 기독교의 기원“(Fertility Cults and the Origins of Judaism and Christianity)을 다룬 책인데 우리로 하여금 고대 기록문자의 출현과 종교의 시발점으로 되돌아가게 해주는 책이다.

   
▲ John Allegro의 책 겉표지. 창세기의 생명나무가 광대버섯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 그림은 13세기 프랑스 어느 성당 벽화에 나온 것을 도식화한 것이다.
   
▲ John Allegro의 책 안 표지에 그 부제를 읽을 수 있다.

 

John Allegro는 수메르 문명과 그 뒤를 이은 고대 중동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던 낱말의 뿌리와 어원을 연구함으로써, 어떻게 이 낱말들 속에 표현된 인간의 종교적 아이디어가 유대교와 기독교를 포함하여 후대 종교의 신앙과 신화, 그리고 제의적 의식(祭儀的 儀式) 가운데 지속되었는지를 보여주려 하였다. 기독교의 경전인 신구약 성서는 물론 희랍신화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고대 인류 조상들이 지니고 있던 다산 풍요신 숭배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고대 다산 풍요신 숭배의 중심에 그 신화와 제의의 전거(典據 source 바탕)와 화신(化身 embodiment)인 거룩한 버섯 곧 광대버섯(Amanita muscaria)이 있다고 한다. John Allegro는 이 거룩한 버섯이 성서적 전승 가운데 어느 정도 그 중심에 남아 있는 지를 고대 근동세계의 언어를 연구함으로써 밝혀 보려 하였고, 그가 발견한 사실은 놀랍게도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인습적인 종교관을 뒤집어엎는 것이었다. 따라서 세간에서는 자연히 그 무슨 황당한 소리냐고 일축하게 된 것이다.

   
▲ 숲속에 30여 송이가 장관을 이루며 돋은 광대버섯

 

그러나 광대버섯 자체는 항상 신비한 것이다.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독성을 지닌 이 버섯은 지금까지도 시베리아 샤만들이 강신의식(降神儀式) 때 먹는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도록 동화책이나 집 장식품에 등장하는 버섯이기도 하다. 고대인들에게 이 광대버섯은 비 많이 온 뒤 씨도 없이 재빨리 돋아나 또 급속하게 사라져 버리는 그 모습 자체가 수수께끼였다. 알 형태의 유균에서 마치 작은 페니스처럼 돋아 성적으로 발기한 남근처럼 생긴 모습에서 고대 식물학자들은 버섯 자체를 남근과 유사한 것으로 생각해 왔던 것이다. 버섯이라는 존재 자체가 모든 면에서 암암리에 성적인 것을 빗대어 말해 주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버섯이 다산 풍요신 자신을 그대로 닮은 것으로 보았다. 버섯은 “신의 아들”이었고, 그 환각 약 성분은 신적 정자의 형태로 본 것이다. 결국 버섯은 신 자신이 지구 위에 자신을 들어 낸 것이라고 보았다. John Allegro는 고대 수메르어에서 유래한 어원이 남근처럼 생긴 다산(多産)의 상징과 거룩한 버섯에 연관된 것이라고 추론하였던 것이다.

이제 “거룩한 버섯과 십자가”라는 책이 처음 출판된 지 40여년이 지났다. John Allegro는 이 책 출판으로 말미암아 속된 말로 미친놈(?) 소리를 듣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밥줄마저 끊기게 되었다. 그러면 John Allegro는 역사와 학계에서 영영 사라지고 말았는가? 놀랍게도 아니다. 이 책의 초판이 나온 지 40년만인 지난 2009년에 “40주년 기념판”으로 다시 출판되었다. 다시 출판된 이 책의 머리말에서 Judith Anne Brown이라는 분은 이 책은 “한 도전이자 아직도 연구 진행 중인 책”이라 하였다. “상식적인 종교관에 대한 도전”이라고 하면서 이 책은 고대로부터 어떻게 인간이 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또 어떻게 신과 교통하기를 원했는지를 보여준다고 하였다.

   
▲ 광대버섯 Amanita muscaria var. formosa (Pers.: Fr.) Bert. 이 광대버섯은 미국 동부지역에서 돋는 변종이다. 미국 동부지역에서는 빨간 갓 위에 흰점(인편)이 있는 전형적인 광대버섯은 돋지 않는다. 영어이름은 이 버섯을 우유에 섞어 파리를 잡는다 하여 Fly Agaric 또는 Fly Amanita라고 부른다.

 

뿐만 아니라 초판이 나온 지난 1970년 5월 이후 계속하여 다른 언어학적, 비언어학적 증거들이 나타나 John Allegro의 처음 이론을 지지해 주게 되었고, 최근에 와서 많은 다른 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보스톤대학교의 Carl A. P. Puck 교수는 공개적으로 나서서 John Allegro의 책을 지지하면서 예수를 버섯으로 묘사하고 있는 프랑스 Montfertand du Perigord 채플에 있는 13세기 fresco 벽화가 들어 있는 그림엽서를 보여주었다. 또 16세기 기독교문서인 “르네게이드 감독들에게 보낸 편지”(The Epistle to the Renegade Bishops)는 노골적으로 “거룩한 버섯”(The holy mushroom)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다 한다. 이곳에 그 증거들을 모두 다 나열하는 것은 이 글의 의도가 아니기에 그만 줄이기로 한다. 다만 유대 기독교를 포함한 여러 다른 종교에서 환각을 일으키는 약물을 다산 풍요신 제의(의식)에 사용하였다는 증거들이 더욱 분명해졌다. 그래서 마침내 “오늘 날 Allegro는 미친 사람이 아니라 시대에 앞서 간 사람임이 분명하다”고 까지 말하게 되었다.

   
▲ 전형적인 광대버섯의 유균이다. 이 사진 역시 우산돌이 구재필님이 빌려주셨다.

 

물론 이 책의 주제들을 모두 다 이해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우선 고대 여러 나라의 어원들을 더 자세하게 밝혀야 하고 더구나 숨겨진 은밀한 암호 해독은 더욱 어렵다. 종교적 아이디어도 시대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고 따라서 그 기원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허지만 희한한 사실은 버섯 자체는 망각된 적이 없고 오히려 Allegro가 알고 있던 사실 보다 더욱 광범위하게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 기독교 미술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 한다. 바로 John A, Rush의 “The Mushroom in Christian Art: The Identity of Jesus in the Development of Christianity"(2011) 라는 책이 그 사실을 밝혀 주고 있다.

   
▲ 기독교 미술에 나타난 버섯 그림들을 추적한 John A, Rush의 “The Mushroom in Christian Art"이라는 책의 표지. 여기에서도 광대버섯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기독교 미술에 나타난 버섯이라고 하는 주요한 주제를 분석하면서 이 버섯 이미지는 기독교와 가톨릭교회의 진정한 기초가 무엇인지 그 증거가 된다고 한다. 주후 200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기독교 미술을 검토한 뒤 John Rush는 기독교인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말을 한다. 즉 예수는 실제로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거룩한 버섯 곧 광대버섯의 화신(化身 personification)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초기 기독교 종파가 환각 식물이나 버섯을 먹음으로써 생기는 신비경험의 화신이라는 것이다. John Rush는 제일차적 역사 자료를 사용하여 예수의 초상화 역사를 추적하였는데 예수의 초상화는 오직 주후 325년 뒤에야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 추적 과정에서 비록 초기 기독교 미술 가운데 버섯은 흔히 변장되거나 숨겨져 있기는 해도 아주 명백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버섯 사용을 포함하여 본래 기독교적 제의(의식)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다.

Rush의 책은 예수의 메시지, 그러니까 평화와 사랑과 영적 성장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예수의 죽음은 예수의 가르침에 반발하는 강력한 반동세력의 음모로 이루어진 모살(謀殺)이라고 한다. 이 반동세력은 예수의 메시지 대신 오늘날 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종교 정치적 억압체제로 대치하였다고 단언한다. 어쨌든 John Allegro나 John Rush의 주장들은 서구 종교사의 주류적 견해에 커다란 도전인 것만은 틀림없다.

   
▲ 미국 동부지역에서 돋는 광대버섯의 갓은 노란색에서 주황색이다. 마약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이 버섯을 소지하면 미국 연방정부 마약 단속법에 저촉된다.

 

이들의 주장에 선뜻 긍정적 또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기에 앞서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기는 자신을 발견한다. 2000여 년 전 정치 종교 사회에 전무후무한 혁명적 가르침과 행적을 보여줌으로써 도전하였던 예수는 마침내 십자가형에 처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예수가 바로 거룩한 버섯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여도, 최근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펼친 광대버섯을 포함한 환각버섯에 대한 의약적 연구결과, 즉 환각버섯의 환각성분이 인간의 장기적 의식 변화와 세계관 변화를 이룩해 준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지 않을까?  2000년 전에 그러하였던 것처럼 오늘도 패러다임 변화와 의식 또는 세계관의 혁명적 변화 없이 암담한 오늘의 세계 역사현실 타개가 모호한 이 때, 우리는 과연 어디서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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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예수 (211.172.139.6)
2015-08-12 02:45:55
최근 몇 년간 본 글 중 가장 흥미있는 소재입니다.
.

흠...

이런 것이 있는 줄은 잘 몰랐습니다.

물론 버섯의 중의적 개념이나 샤먼들이 환각물질을 사용한다는 것은

다른 문화에도 일반적이라서 놀랍지는 않지만 이렇게 예수와 관련된

자료들이 있다는 것은 처음 듣습니다.


좋은 글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흥미있고 가치있는 글입니다.

다음에도 좋은 글 소개 부탁합니다.


.















덧붙임 : 버섯애호가가 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그리고 예수와 버섯은 내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어떤

예수에 대한 이미지와 너무 비슷해서 너무나 흥미롭습니다.


.
리플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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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24.153.121.222)
2015-08-12 19:39:39
광대버섯과 크리스마스 싼타 할아버지와 관련괸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 밖에도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있답니다. 하나씩 소개해 드리지요. 다음에는 "목이버섯과 반유태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올릴 예정입니다.
버섯에 관심갖게된 계기는 1985년 경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목회할 때 버섯재배가 직업인 한 청년이 이민와서 돕다가 야생버섯 관찰 쪽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본래 어려서 부터 생물을 좋아하였고 1980년대 초 브라질 여행 뒤 환경에 관심이 생긴 뒤 한 실천적 계기로 버섯연구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2003년 은퇴한 뒤 본격적인 버섯사진 촬영과 관찰에 몰두하였고 전공이 신학인지라 버섯으로부터 하나님의 창조의 신비를 감지한 뒤 그 방면의 이야기들을 한국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라는 자연농업 웹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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