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미국 공영라디오(NPR)에서 한국의 결혼식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에 대한 내용을 방송하기에 무슨 말인가 궁금하여 귀를 쫑긋 세워 들어 보았다. 결혼식 하객 대행이란 안면식이 전혀 없는 사람의 결혼식에 친구나 직장 동료로 위장해 축하해 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어떤 신랑과 신부는 대부분의 하객을 결혼식 하객 대행업체에서 조달해 온다는 것이다. 결혼식이나 피로연에 가족이나 친구들만 초대하거나 심지어는 당사자들만 주례자를 모시고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도 허다한 미국인들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라디오 방송에서 한국계 미국인 Y씨는 “한국사회는 남들 시선을 많이 의식하다 보니 결혼식이 부부의 연이 되는 것을 축하받는 자리가 아니라 남들 앞에서 치루는 가장 무도회가 돼 버렸다”고 일축했다. 한국은 실제로 결혼식장에 주례자를 모시고 예식을 거행하는 것보다는 음악과 춤, 그리고 연극과 같은 것을 통해 하객에게 결혼(쇼)을 보여주는 추세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Y씨는 한국에서 결코 결혼식을 올리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해 마치 한국에서 치러지는 모든 결혼식이 하객 대행 결혼식인양 치부되는 것 같아 마음이 언짢았다. 한국사회가 남의 눈을 의식하는 체면문화라 해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결혼식을 가장 무도회로 꾸미지는 않는다. 그러나 결혼식 하객 대행은 분명 체면과 형식을 중요시 여기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결혼식은 신랑과 신부가 평생토록 배우자를 변함없이 사랑하고 서로를 믿고 존중할 것을 만인 앞에 서약하는 거룩한 예식이다. 미국은 보통 결혼하기 전 신랑과 신부가 몇 주에 걸쳐 목사와 함께 결혼 전 상담을 한다. 어떤 목사는 결혼 전 상담을 하지 않으면 결혼식 주례를 하지 않는다. 상담의 목적은 결혼 전에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므로 결혼 후 발생할 갈등과 다툼을 지혜롭게 해결하도록 돕고자 하는데 있다. 결혼 전 상담에서 이들은 인생의 목표나 가치관 또는 가족에 대한 이해나 물질관 등 다양한 삶의 문제들을 나누고 공유한다. 필자도 얼마 전 결혼 전 상담을 4주간 하였고 결혼식 주례를 했는데, 신랑과 신부가 자신들의 결혼과 인생에 대해 깊이 있게 심사숙고 하는 모습을 보고 주례자로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이주홍은 『한국사회의 이혼율 증가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1997년 이후 닥친 경제 위기가 이혼율을 크게 증가시켰다고 주장한다. 경제문제가 이혼율을 증가시켰다는 주장은 맞는 말일수도 있지만, 사실 배우자의 외도나 성격차이가 더 큰 문제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혼식 하객 대행업체에서 조달해 온 가짜 가족과 친구로 가득채운 겉치레 결혼식에 열을 올리다 보니 정작 결혼의 본질을 간과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할 일이다.

복음서는 잘못된 사회적 관습과 관행을 과감히 타파하는 예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태복음 15장에 빵을 먹을 때 손을 씻는 장로의 관습을 예수의 제자가 지키지 않는다고 바리새인들이 예수께 호통 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예수는 엉뚱한 관습으로 호통 치는 바리새인에게 “너희는 어찌하여 관습 때문에 하나님의 계명을 어기느냐?”고 되레 나무라신다(마 15:2). 예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의 계명”은 다름 아닌 사랑이었다.

남의 눈치를 살피는 한국의 체면문화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사랑의 서약으로 가족과 친구가 함께 하는 자리에서 맺어지는 결혼식의 본질을 상실한 겉치레 결혼(쇼)은 지양해야 할 문화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