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살고 있는 집, 버는 돈, 나이 등등 모든 것이 숫자놀이어서 여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한 번 이혼을 하려는 가정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마지막 남는 문제는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나누느냐 하는 숫자의 문제만 남는다.

요즘 한국 개신교가 동네북이 된 까닭은 간단하다. 보수적 복음주의의 특징은 빨리 많이 구원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성질대로 빨리 많이 구원하려니 돈이 들어 다시금 숫자싸움에 빠져든 것이다. 거기에다 종말을 내세워서 급하게, 빨리 많이 전도를 하려고 하면 기독교가 망하는 초단기 코스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엄청나게 커서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호주의 남천사라는 비구니 절에 간 적이 있다. 아침 예불에 참석했더니 비구니들이 중국어 특유의 음으로 아미타 송을 합창 하는 분위기가 심신 안정을 위해서는 더 없이 좋은 것이었지만 내용은 좀 생각해볼 여지가 있었다. 내용이 전혀 비현실적인 몽상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영어로 된 아미타경을 읽었다.

사리불이여, 저 세계를 어째서 극락이라 하는 줄 아는가?
거기에 있는 중생들은 아무 괴로움도 없이 즐거운 일만 있으므로 극락이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극락세계에는 일곱 겹으로 된 난간과 일곱 겹 나망(구슬로 된 난간)과 일곱 겹 가로수가 있는데, 금. 은. 청옥. 수정의 네 가지 보석으로 눈부시게 장식되어 있다.
극락세계에는 또 칠보로 된 연못이 있고 그 연못에는 여덟 가지 공덕의 물로 가득 찼으며,연못 바닥은 금모래가 깔려 있다.
연못 둘레에는 금. 은. 청옥. 수정의 네 가지 보석으로 된 네 개의 층계가 있고 위에는 누각이 있는데 금. 은. 청옥. 수정. 적진주. 마노. 호박으로 찬란하게 꾸며져 있다.
그리고 그 연못 속에는 수레바퀴만한 연꽃이 피어 푸른빛에서는 푸른 광채가 나고
누른빛에서는 누른 광채가 붉은 빛에서는 붉은 광채가 흰 빛에서는 흰 광채가 나는데
참으로 아름답고 향기롭고 정결하다.

결국은 모든 것이 숫자 타령이었다. 대만에는 불교 인구가 전체의 80% 라고 한다. 석탄일은 국경일이고 석탄행사에는 국가원수가 참석을 한단다. 시드니에서 조그만 절을 운영하는 비구니 스님이 대만의 대표적인 비구니사찰인 ‘자제(慈濟)공덕회’라는 절에 갔더니 법당이 자기 절처럼 10평도 안되어 놀랐다고 했다. 그들은 법당은 작더라도 빈민구제에 힘을 쏟아 엄청난 규모의 사회복지 시설을 운영하기 때문에 대만의 대표저인 사찰이 될 수 있었다.  신자들로부터 돈을 걷기는 하지만 돈에다가 자기들의 믿음을 더해서 큰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신자들에게서 열심히 돈 걷어서 본전도 못 찾고 있는 여의도의 큰 목사님과 크게 비교가 된다.

세상의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영성 분야에서도 단순 기술자들이 많다. 예를 들어 인도에 가면 소위 ‘구루’라고 하는 기술자들이 있다. 정교해 보이는 심리 프로그램도 단순 기술인 경우가 많다. 반면에 달라이 라마는 영성을 상업적으로 매우 잘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돈을 벌기 위해서 한다는 뜻이 아니고 폭 넓게 대중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에서이다.

한편 재미있는 것은 영성에 관해서 가장 무지한 사람들이 종교인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 집안에서 사용하는 한 가지 연장 밖에 다룰 줄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가톨릭이나 개신교를 막론하고 기독교의 성직자들은 망치 하나로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단순한 목수 같은 경향이 있다.

그건 좀 나은 경우이고 대부분은 연장을 다룰 줄 알기는커녕 영성의 세계에서는 생산라인에서의 단순 조립공 수준이다. 예를 들면 매일 드려지는 가톨릭의 미사를 생각해 보자. 당사자들은 오묘한 뜻이 담겨있는 신성한 의식이라고 생각 하지만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보면 의식없이 하는 일을 단순 반복하는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종교의 예식이라는 것이 대게 그런 것이다.

종교의 예식 중에 내가 경외를 넘어서 전율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해마다 하지에 메카의 카바 신전을 수 백 겹으로 둘러싸고 도는 이슬람 순례자들의 경배 모습이다. 경건한 아잔('알라는 위대하다 경배하라'는 육성으로 부르는 찬송소리)에 맞추어 개미 떼처럼 많은 남자들이 일제히 같은 동작으로 절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 단순함에 소름이 돋는다.

반면에 자연과 일체를 이루고 살았던 호주 원주민 에보리진들 같은 경우에는 연장 없이 맨 손으로 집을 짓는 사람들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들이 지은 집은 조악해서 도저히 문명인들이 살 수가 없는 조건이다. 달나라도 갈수 있는 인간들이지만 영성 면에서는 야만 상태에 머물 수도 있는 것이다. 때로는 영성을 독과점한 주류 종교에 가로 막혀서.

물론 IS의 배경에는 종교적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성의 야만 상태의 결과는 IS의 만행에서 잘 나타내 주고 있다.  9.11 사태 이후 영국의 한 종교학자가 모슬렘의 신앙이 개인화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던 말이 인상 깊다. 모슬렘의 신학을 지금 기독교처럼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야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