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들은 구약과 신약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인정하면서도 연속성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편향적으로 연속성만을 강조하면 우리는 구약과 신약 사이의 불연속성에 대해서는 눈을 감게 된다. 구약에 나오는 여러 가지 규례를 신약시대에 지키지 않는 데서 구약과 신약 사이의 불연속성이 드러난다. 구약에서는 유월절을 중시하지만 신약에서는 구약에 없는 성탄절과 부활절을 중시한다. 구약교회에서는 여호와가 쉬신 안식일을 지키지만, 신약교회에서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주일을 지킨다. 이러한 몇 가지 사례에서도 구약과 신약 그리고 구약교회와 신약교회 사이의 불연속성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구약에 기록된 천지를 창조하신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은 신약교회에서도 믿는 하나님이다. 구약은 신약의 모태이고 아브라함을 인도했던 하나님은 지금 우리를 인도하는 능력의 하나님과 근본적으로 동일한 분이다. 이러한 구약과 신약의 연속성에도 불구하고 구약과 신약 사이에는 불연속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연속성보다는 불연속성을 더 강조해야 한다. 복음서에서 보면 예수는 시종일관 유대교 지도자들과 대립했다. 예수는 그들을 비판하고 그들은 예수를 잡아서 고발하려고 벼르고 있었고 결국 고발했다. 모범적인 유대교인이었던 바울은 예수의 음성을 듣고 기독교인으로 개종했고 기독교를 위해 헌신하다가 유대교인들에게 박해를 받았다는 역사적 사실은 유대교와 기독교의 차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따라서 유대교의 경전인 구약과 예수의 복음이 기록된 신약 사이에는 연속성보다는 불연속성이 더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불연속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연속성을 외면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동안 교회는 불연속성보다는 연속성을 강조해 왔는데, 실상 두 성경 사이에는 연속성보다는 불연속성이 더 많다는 이야기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기독교에서는 구약보다 신약을 더 중시해야 한다. 두 성경을 동일시하는, 두 성경에 비슷한 무게를 두는, 구약을 더 중시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에베소서 1장 3-14절의 번역을 중심으로 한국 개신교 신학자들에게 구약과 신약의 비연속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지나치게 구약에 의존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요구에 응하는 찬양과 자발적인 찬양

우리는 하나님이 영광받기를 기대한다고 혹은 찬양받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구약의 여호와는 요구하는 분이고 신약의 하나님은 은혜를 거저 베푸는 분이기 때문에 영광받기를 원하고 찬양을 요구하는 분은 신약의 하나님이 아니고 구약의 여호와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호와가 요구하는 것을 하나님도 요구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구약의 여호와는 백성을 당신의 종이라고 불렀다(사 41:8-9;44:21). 종은 무엇이든 상전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상전이 종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여호와는 당신의 백성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았다. 여호와는 반복적으로 당신이 이스라엘에게 은혜를 베푼 것을, 당신이 그들의 조상 아브라함, 이삭, 야곱에게 복을 주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또한 여호와는 이스라엘 민족을 애굽의 압제로부터 해방시킨, 가나안까지 인도한 일을 상기시키면서 감사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했다.

여호와는 이스라엘 백성에 대해서 “내가 내 영광을 위하여 창조한 자”(사 43:7)라고 말했다.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를 찬송하게 하려 함이니라”(사 43:21)고 말하기도 했다. 여호와가 이스라엘을 사랑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기 영광을 위해서, 자기를 위해서, 찬송받기 위해서 그 백성을 지었기 때문에 여호와의 사랑에는 이기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그분의 사랑은 보답을 바라는 사랑이었고 조건부 사랑이었다. 유대인들의 여호와에 대한 찬양은 요구에 응하는 찬양이었다.

그러나 아가페적 사랑을 구현한 신약의 하나님의 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하나님은 자신의 아들 예수를 세상에 보내서 희생양을 삼음으로써 인간을 구원했다. 인간에게 사랑할 만한 어떤 아름다운 것이나 착한 면이 있어서 사랑한 것이 아니다. 추하고 악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당신의 아들까지 내어준 사랑이 신약의 하나님의 사랑이다.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은, 인간에게 베풀어준 하나님의 은혜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거저 준 것이다. 이러한 아가페적 사랑의 원형인 하나님은 찬양받기 위해서, 찬양을 받을 목적으로 인간을 구원하신 분이 아니다. 따라서 기독교인의 찬양은, 유대인의 찬양과는 달리, 요구에 응하는 찬양이 아니고 은혜에 감사하는 자발적인 찬양이다.

서로 다른 성경 번역

그런데 성경을 번역한 사람들은 신약의 하나님이 찬양을 요구하는 것으로 혹은 찬양을 받을 목적으로 우리에게 은혜를 베푼 것으로 번역한 경우가 있다. 이것은 요구하는 구약의 여호와와 자신을 희생하는 아가페적 사랑을 체현한 신약의 하나님을 구별하지 못한 결과이다. 달리 말하면, 구약의 여호와에 익숙한 나머지 신약의 하나님도 요구할 것으로 착각한 결과이다. 교회에서 구약과 신약의 비연속성에 대해서 소홀히 하고 연속성만을 편향적으로 강조한 결과 성경을 번역하는 사람들까지도 여호와와 하나님의 속성이 다른 것을 무시하게 된 것이다. 내가 여기서 비연속성을 언급하는 것은 이러한 착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환기시키기 위해서이다.

개역개정 성경 에베소서 1장 6절에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12절과 14절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하나님이 예정에 따라 예수를 보내서 우리에게 은혜를 “거저” 준 것은 그 은혜를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논리적인 모순을 발견한다. 달라고 하지 않은 것을 ‘거저’ 주어놓고 보답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이러한 번역은 비논리적일 뿐 아니라, 하나님을 억지를 쓰는 분으로 왜곡하는 일이다.

개역개정 성경이라도 에베소서에서와 달리, 갈라디아서에서는 우리를 구해주셨으니 영광을 돌리자고 번역했다. 갈라디아서 1장 4절에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건지시려고 “자기 몸을 주셨으니”라고 언급한 다음, 바로 이어서 5절에서 “영광이 그에게 세세토록 있을 지어다 아멘”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에베소서와 갈라디아서에서 말하는 찬양의 성격이 아주 다르다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에베소서에서는 하나님이 찬양을 요구하기 때문에 우리가 찬양해야 하고, 갈라디아서에서는 요구하지 않지만 우리가 그 은혜에 감사해서 자발적으로 하나님을 찬양한다.

이 두 가지 찬양 중에서 우리는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서로 다른 두 가지를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다. 에베소서에서의 찬양은 우리에게 은혜를 거저 주고 우리의 찬양을 요구한다는 것이 논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또한 신약의 하나님은 사랑을 요구하거나 찬양을 요구하는 분이 아니기 때문에 찬송하게 하려고 한다는, 찬송을 요구한자는 에베소서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 갈라디아서의 자발적인 찬양이 논리적이고 신약의 하나님에게 어울린다.

그런데 일전에 어느 교회의 목사는 갈라디아서 1장 5절의 “영광이 그에게 세세토록 있을 지어다”를 구속의 목적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문장의 논리를 무시하고 그리고 문장의 내용을 왜곡해서 이 5절을 목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 목사에게 여호와가 찬양을 받으려고 인간을 지었고, 이스라엘을 택했다는 구약적인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목사의 개인적인 무지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한국교회의 목사들과 교인들이 구약을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구약의 기록을 신약에 분별없이 적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예를 드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하나님은 찬양을 요구한다는 생각이 고정관념으로 굳어져 있다. 그것은 착각이다. 대가 없이 자신의 아들을 희생시켜서 인간을 구속한 신약의 하나님은, 다시 말해서 아가페적 사랑을 베푼 하나님은 찬양을 받을 목적으로 우리를 구속하신 것이 아니다.

그런데 공동번역 성경에서는 개역개정 성경과 달리 번역하고 있다. 거기서는 에베소서 1장 6절을 “사랑하시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거저 주신 이 영광스런 은총에 대하여 우리는 하느님을 찬양할 수밖에 없습니다.”로 번역하고 있다. 12절과 14절도 마찬가지이다. 공동번역에서는 하나님이 우리의 찬양을 원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베풀어 준 은혜에 대해서 우리가 찬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개역개정 성경의 갈라디아서 1장의 언급과 상통한다. 진정한 찬송은 이렇게 마음에서 우러나서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영문번역 성경의 고전으로 알려져 있는 King James Version의 에베소서 1장 6절은 공동번역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를 받아주셨으니 그의 영광스런 은총을 찬양합니다”(To the praise of the glory of his grace, wherein he hath made us accepted in the beloved.)로 되어 있다. 12절에서는 “따라서 우리가 그의 영광을 찬양해야 마땅합니다”(That we should be to the praise of his glory.)로 되어 있고 14절도 비슷하다. 공동번역이나 King James Version의 논리는, 갈라디아서 1장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었으니 그 은혜를 받은 우리가 하나님을 찬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King James Version을 우리말로 번역한 사람들은 에베소서 1장 6절을 “자신의 은혜의 영광을 찬양하게 하셨느니라”로 12절을 “우리가 그분의 영광을 찬양하게 하려 함이라”로, 그리고 14절을 “그분의 영광을 찬양하게 하시느니라”로 번역했다. 우리말 번역에서는, 우리의 자발적인 찬양을 언급한 영어문장과는 달리, 하나님이 우리의 찬양을 요구하시는 것으로 되어 있다. 왜 이렇게 원문과 달리 번역했을까?

Good News Bible에서는 6절이 “그의 영광스런 은총에 대해서 하나님을 찬양합시다.”(Let us praise God for his glorious grace.)로 되어 있다. 12절도 14절도 ‘Let us’로 시작한다. 그런데 표준새번역 한영대조 성경에서는 Good News Bible의 영문을 채택하여 자발적인 찬양을 언급하면서도 한국어 번역은 6절이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은혜를 찬미하게 하셨습니다.”로 되어 있다. 12절도 “하나님의 영광을 찬미하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이고 14절도 같은 논조이다. 자발적인 찬양을 말하는 영문과 요구에 응하는 찬양을 말하는 우리말 번역의 차이는 작은 것이 아니다. 이것은 분명히 오역이다. 그런데 우리말 번역자는 왜 이렇게 엉뚱한 번역을 가져다 붙였을까? 그것은 영문과 번역문의 차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부주의로 인해서 저지른  실수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결과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자발적인 찬양을 강요된 찬양으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어떻든 King James Version의 국역판뿐 아니라 표준새번역 한영대조 성경에서 우리말 번역이, 원문과는 달리, 하나님이 우리의 찬양을 받기 원한다고 되어 있는 것은 구약의 여호와에 대한 고정관념이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신약보다는 구약을 더 중시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예수를 믿는 기독교인들이 예수님의 복음이 기록된 신약보다 구약을 더 중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인가?

그런데 NLT(New Living Translation) 같은 영어성경에서는 에베소서 1장 6절을 우리가 은혜를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So we praise God for the wonderful kindness he has poured out on us because we belong to his dearly loved one.)라고 번역하고 14절도 비슷하다(This is just one more reason for us to praise our glorious God.). 그런데 12절만은 하나님의 목적이 찬양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번역했다(God’s purpose was that we who were the first to trust in Christ should praise our glorious God.). NLT의 6절과 14절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은혜를 베푼 것은 찬양을 받으려는 것이라는 개역개정 성경의 내용과 다르다. 그러나 12절은 은혜를 베푼 목적이 찬양을 받으려는 것이라는 개역개정 성경과 같다. 이렇게 NLT에서는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한다. NIV, New Revised Standard Version, Good News Bible, The Bible in Basic English, The Living Bible 등에서도 NLT처럼 12절에서만 하나님의 목적이 찬양받으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한국의 번역자들뿐 아니라 일부 영어권의 번역자들도 혼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성경의 내용이 번역본에 따라 서로 엇갈릴 때, 또 어떤 번역에서는 한 성경 안에서도 이랬다저랬다 할 때, 우리는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 이런 혼란이 왜 생겼는가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논리적으로 모순을 드러내는 찬양 받으려고, 찬양받을 목적으로 은혜를 베풀었다는 번역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번역은 아가페적 사랑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속성과도 맞지 않는다. 책임소재를 따진다면, 구약의 여호와와 신약의 하나님을 동일시하는, 구약과 신약의 연속성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한 교회의 책임이다.

마치면서

개신교에서 번역한 우리말 성경이, 가톨릭의 번역과 달리, 하나님이 찬송을 받기 원한다고 되어 있다는 것은 개신교 신학자들에게 구약의 여호와와 신약의 하나님의 차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것은 개신교에서 지나치게 구약을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는 구약을 좋아하고 진보주의자는 신약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렇게 구약을 중시하는 것은 개신교가 지나치게 보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독교 경전을 번역한 사람들이 이렇게 신약의 하나님을 구약의 여호와와 동일시한다면 이것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성경을 번역한 신학자들이 그렇다면 일반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의 경우는 훨씬 더 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문제는 아주 심각한 일이다.

신약의 하나님은 사랑을 받으려는 신이 아니고 사랑을 베푸는 신이다. 자신의 아들을 내어주는 하나님의 희생적 사랑, 아가페적 사랑에는 요구가 없다. 아가페적 사랑은 대가를 바라는 사랑이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찬송을 받기 위해서 아들을 희생양 삼으신 것이 아니고, 단지 인간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만약 하나님이 아들을 십자가에서 희생시키고 그 대가로 찬양을 받기 원한다면, 그 희생은 너무 크고 그 대가는 너무 미미하다. 그 하나님은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 분이고 너무도 이기적이고 잔인한 분이다. 하나님이 인간을 사랑했지만, 당신의 아들은 더욱 사랑했다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에 감격하고 감사하는 것은 그리고 찬양하는 것은 끔찍이 사랑하는 당신의 외아들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우리를 위해서 희생양 삼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