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제일교회가안산 세월호합동분향소를 찾아 세월호 피해자가족들과 함께 <찾아가는 예배>를 드렸다.

 정동제일교회 <세월호 유가족 찾아가는 예배>드려

정동제일교회가 26일(주일) 오후 5시 안산 세월호합동분향소를 찾아 세월호피해자가족들과 함께 하는 <세월호 유가족 찾아가는 예배>를 드렸다.

안산의 세월호합동분향소 좌측 한켠에 마련된 컨테이너 부스에서 지난 1월부터 매주 주일오후 5시에 <세월호 유가족 찾아가는 예배>가 드려지고 있다. 세월호 피해자가족들 중 기독교인이 적지 않음에도 교회가 이들을 불편해 하자 따로 모이게 된것이 이 예배의 배경이다.

이날 예배에는 정동제일교회 송기성 목사와 최대광 목사, 사회봉사부장, 여선교회장 등 장로5명을 포함한 20여명의 교우들, 그리고 화정교회 박인환 목사, 10여명의 세월호 피해자가족 등이 참석했다.

"함께 울지 못한 무정함을 용서해 달라"

“그는 육체에 계실 때에 자기를 죽음에서 능히 구원하실 이에게 심한 통곡과 눈물로 간구와 소원을 올렸고 그의 경건하심으로 말미암아 들으심을 얻었느니라(히5:7)”

송기성 목사는 “예수님도 울으셨습니다”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먼저 “사도바울이 ‘즐거워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고 했지만 여러분과 함께 충분히 울지 못한 무정함에 대해 여러분의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또 “함께 울어 본들 여러분들의 상처를 싸맬 길도 달랠 길도 없음을 안다”면서 “하지만 심한 통곡과 눈물로 간구와 소원을 올리고 계신 여러분과 더불어 주님께서 비통하게, 분통하게 여기시며 함께 울고 계실 것”이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송기성 목사는 “우리가 받은 이 상처를 주님이 만져주실 때 세상이 줄 수 없는 위로가 있을 것”이라면서 “주님안에서 상처(scar)가 변하여 희망과 소망과 용기로 세상을 밝히는 하늘의 빛나는 별(star)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 설교하는 송기성 목사(정동제일교회)

금식기도로 모은 성금전달, 피해자가족 전체에 식사제공

예배후에는 정동제일교회가 사순절 금식기도를 통해 모아진 헌금 400여 만원과 여선교회가 마련한 금일봉을 세월호 피해자가족들이 운영하는 ‘희망목공방’에 전달했다. 희망목공소는 참사이후 실의에 빠진 피해자가족들로 하여금 일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박인환 목사가 제안해 합동분향소 원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목공소를 마련하는데 감리회본부 등에서 지원을 했지만 예상했던 10여명보다 두배 이상 많은 인원(현재 24명)이 참가하면서 추가비용이 절실하던 차였다고 한다.

성금전달에 이어 예배에 참석한 모두는 정동제일교회가 마련한 식사를 함께하며 친교를 나눴다. 정동제일교회는 동시에 인근 부스에 모인 피해자가족 전체회의에 참석한 160명에게도 식사를 제공했다. 이 식사제공은 교회가 피해자가족 전체에게 대접한 첫 사례라고 한다.

앞서 송기성 목사와 정동제일교회 교우들은 단원고에 들러 세월호참사로 비어진 교실을 둘러봤다. 이어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했다.

예배에 함께 했던 박인환 목사(화정교회)는 “감리교회의 어머니교회인 정동제일교회가 세월호 피해자가족을 찾아 예배를 드렸다는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동안 외면하는 것을 넘어 망언까지 일삼던 한국교계로 인해 세월호 피해가족들의 상처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정동제일교회의 방문을 기화로 대형 보수적인 교회들의 세월호 피해가족들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길 기대한다는 것이다.

▲ 정동제일교회가 금식기도로 모은 헌금을 희망목공방에 전달했다. 여선교회도 성금을 전달했다.

 피해자가족들과의 대화 "우는 자와 친구되어야 마땅"

한편, 예배후에 피해자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었다. 세월호 피해자가족이자 화정교회의 전도사인 박은희 전도사는 “정동교회는 감리교회에서 맏형과 같다. 아우들이 맏형을 따랐으면 한다”는 말로 더 많은 교회의 참석을 기대했다.

이어 박전도사는 “왜 아직도 저러고 있나 하는 시각이 있는 것을 안다”면서 “그러나 실시간으로 자녀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만 봐야했고, 그동안 위로만 받았던게 아니고 상상도 못할 공격과 음해를 받았던 상처가 치유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박전도사는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 가족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기도를 부탁하기도 했다. “아직도 길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있을 수 밖에 없는 미수습자 가족들에게는 자신들 조차도 죄인”이라면서 조속히 선체인양이 이루어 져야 함을 강조했다.

박전도사는 정부의 회유공작과 언론의 거짓말을 폭로하기도 했다. 얼마전 어느 언론사 기사에 ‘유가족들의 배·보상 신청이 너무 많아 배·보상지원단이 안산의 중소기업연수원에 사무실을 차렸다’고 나왔지만 실상은 세 가정 밖에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보상 신청이 지지부진하자 지원단이 가가호호 전화 해 ‘어떻게 먹고 살려하느냐 지금 신청하지 않으면 이만큼 못받으니 빨리 받아라’고 회유를 시도한 사실도 밝혔다.

박전도사는 “아이들이 모두 돌아 오지 않았고 궁금한 것이 일말이라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회유가 있자 피해자가족들이 항의방문을 하기까지 했는데 그 일이 있은후 보름도 안되서 위와 같은 내용의 기사가 나왔다”면서 “상황을 너무 다르게 보도하는 언론 행태에 어이가 없었다”고 혀를 찼다.

지성이 엄마(안산광림교회)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같이 있어줄 줄 알았는데 앉아만 있는 개신교에 많이 실망했다”면서 그동안 겪었던 교회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여과없이 쏟아냈다. 지성이 엄마는 “그럴때마다 주위의 세월호 피해가족들에게 내가 예수믿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었던 것이 너무 부끄럽고 화가 났다”고 했다.

창현이 아버지는 “정부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우리를 힘들게 한다. 지금은 오히려 진실규명을 반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국회가 결의한 시행령을 대통령이 거부하는 상황에 대해 성토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이 이루어 져야함을 강조한 창현이 아버지는 “이 정부에서 안밝혀지면 다음 정부도 있고 그 다음 정부도 있다”는 말로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대화에 참석했던 한 정동제일교회 교우는 “이 곳에 와서야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면서 그동안의 무관심을 뉘우쳤다. “같은 대한민국사람이고 같은 사건을 목격했는데 너무 다른 이해와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점도 안타깝다”는 이 교우는 “그래도 우는 자와 함께 울고, 강도만난 자의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 분향소를 향하는 정동제일교회 교우들         ▲ 기도 이진용 장로

▲ 설교

▲ 안산 합동분양소 주위로 각 종단의 예배처소가 마련되어 있다. 천주교의 경우 매일 미사가 드려지고 있다고 한다. 피해자가족의 참여 유무에 상관없이 매일 행해지는 미사, 그리고 그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한 방법이 피해자가족들로 하여금 편안하게 미사에 참여하게 하는 작용을 하여 타 종단보다 천주교에 더 많이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 희망목공방에 대해 설명하는 박인환 목사. 목공방의 천막은 청파교회가 기증했다. 화요일엔 남성들이 목요일엔 여성들이 사용한다.     ▲ 목공방 옆방에 비치된 목공도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