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취해 온 쓰가불로초. 영지(불로초)의 일종으로 침엽수인 죽은 미국 솔송나무에 돋는 부생균약용버섯이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은 풍성하다

식용버섯을 푸짐하게 채취할 때마다 하나님의 풍성함,

자연은 정말 넉넉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버섯에는 욕심을 내지 않게 된다.

언제나 필요하면 여러 종류의 식용 버섯을

항상 풍성하게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만나가 버섯의 일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하였다. 아침에 돋아나서 곧 사라지고 마는 만나,

하루 필요할 만큼만 채취해야지 욕심을 내어 더 많이 따서 저장하면

금방 부패하여 악취를 풍기는 만나,

나는 그 만나가 버섯이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으나,

지금도 만나는 버섯의 일종일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신구약 성서에는 버섯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

그러나 학자들은 구약 출애굽기에 나오는 만나가 버섯과

해조(海藻)류 사이의 복합체인 이끼종류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만일 찾아 낸 버섯이 식용이나 약용일 경우

그 발견의 기쁨이 곧 유혹으로 현혹당하게 된다.

버섯 발견 기쁨에 빠져서 그 기쁨에 취한 나머지

곧 바로 커다란 욕심에 빠져버리는 자신을 본다.

발견의 기쁨이 가져다 준 결과,

곧 욕심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버섯 발견에 따른 욕심과 그 욕심이 가져오는 생태계의 파괴는 외면하게 된다.

실제로 많이 먹지도 않으면서 채취하고 또 채취하고

계속 채취하고 싶은 욕심을 억제하기 어렵다.

결국 끊임없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

끊임없는 자기 욕심과의 싸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저 모든 것을 움켜쥐려는 인간의 욕심과 버섯이라는 존재 자체의 신비와

경이로움 사이의 끊임없는 싸움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버섯 채취와 버섯에 대한 욕심이 자기 성찰을 못하게 마비시킬 정도라면

그것은 치명적인 맹독버섯의 독성보다 더 강한 독으로 작용할 것이다.

▲ 맛좋은 식용버섯이자 약용버섯이기도 한 잎새버섯. 한송이가 한소쿠리나 된다. 죽은 참나무 그루터기 주변에 돋는 부생균이다.

독버섯이 주는 교훈

그런데 왜 독버섯이 있을까? 물론 동물이나 인간이 버섯을 먹어 없애면

포자를 퍼뜨리는 데 지장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방지하기 위함일 것이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독버섯은 우리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제어해준다.

만일 독버섯이 없다면 욕심 많은 인간들이 마구잡이로 먹어치웠을 것이다.

독버섯은 자연의 야성(野性 wildness)과 강력한 폭력성(powerful violence)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이 역시 자연과 더불어 공존해야지

어느 한 편이 다른 한 편을 일방적으로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자연 세계에는 언제나 밝은 면이 있는가 하면 반드시 어두운 면도 있어서

두 가지 면을 다 함께 직시해야 한다.

독버섯은 자연 세계의 만물이 지닌 부정적이며 파괴적인 어두운 측면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러준다.

말하자면 독버섯은 또한 파괴의 무서움을 경고해 준다.

버섯이 있음으로 하여 생태계의 순환이 잘 이루어진다는

버섯의 창의성(creativeness)도 깨닫지만,

그 파괴성(destructiveness)도 깨닫게 한다.

기생균 버섯은 때로 산 나무를 죽인다.

이를테면 뽕나무버섯은 산 나무의 뿌리에 기생하여

뿌리 썩음 병을 일으키는 버섯이다.

동충하초는 곤충의 번데기나 유충에 기생하는 기생균으로 그 곤충을 죽인다.

자연이 지닌 파괴의 무서움도 인식해야 한다.

거기 따라서 자연에 대한 두려움도 느낄 줄 아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 프랑스 요리에 인기있는 꾀꼬리버섯. 여름에 땅위에 돋는 균근균버섯이다.     ▲ 가을에 많이 돋고 잘 익혀 먹어야 하는 식용버섯인 뽕나무버섯. 죽은 참나무나 다른 활엽수 그루터기 주변에 수백송이가 돋는다. 부생균이자 기생균이기도 하다.     ▲ 치명적 맹독버섯인 독우산광대버섯. 희고 깨끗하지만 한송이만 먹어도 어른이 간이나 신부전을 일으켜 사망하게 되는 맹독버섯이다. 그래서 영어이름이 Destroying Angel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