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규장출판사에서 출판된 리처드 백스터의 책 ＜회개했는가＞를 읽어 보았습니다. 이 책은 뜨거운 구령의 열정을 지닌 설교자라고 할 수 있는 리처드 백스터 목사가, 불타는 심령으로 회개를 촉구하며 구원의 길을 가기를 권면하는 책입니다.

250여 페이지에 이르는 책은 줄곧 회개하라는 메시지로 일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회개하라는 단 하나의 메시지를 위해서 수많은 수식어와 표현을 사용해서 책 한 권을 엮어가고 있습니다. 마치 언어의 마술사라고나 할까요? 예를 들어 사탄의 유혹에 빠진 사람을 미끼를 찾아 배회하는 물고기가 맨 낚시 바늘도 덥석 물어버리는 것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대단한 열정과 재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은 회개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 작성되었다는 전제도 없이, 혹은 독자층에 대한 사전조사 없이, 모든 독자를 회개하지 않은 사람으로 간주하며 시작됩니다. 이 책은 다짜고짜 리처드 백스터의 경고문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는 “하나님께 관심도 없고 신령한 것에 마음을 쏟지도 않는 당신이여” “말씀을 위해 단 한 시간도 쏟지 않는 당신이여” 등의 표현들이 등장합니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과격한 표현들이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어찌 죽고자 하는가?” “당신이 무슨 대단한 존재라고 이런 극악한 일을 고집하는 건가?” “당신이 정말 하나님과 한판 붙을 상대가 된다고 생각하는가?” “이렇게 당신은 어떻게든 멸망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의 주된 독자는 신실한 그리스도인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데에 있습니다. 저자가 설득하고 싶어 하는 극악한 사람들은 사실 이런 책을 잘 안 읽죠.

저자는 p80에서 신앙적이고 품행이 단정한 사람은 진실로 회개하지 않았으면서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다고 묘사를 합니다. 이것은 신실한 크리스찬이라도 자신의 구원을 의심케 함으로써 불신앙의 늪으로 유혹할 소지가 있습니다. 요즘 표현으로 말하자면 교류금지 대상이 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것입니다.

p105에 나오는, 교회 안팎의 수많은 사람들이 사탄을 하나님 자리에 놓고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라는 대목을 통해서도, 기존의 공교회를 부인하는 측면이 있음을 보게 합니다. p161의 “아직 회개하지 않은 자여” 라는 대목을 통해서, 혹시 내가 회개 하지도 않고 구원의 확신도 없는 걸까 하는 의심을 계속적으로 유발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건전하지 않은 책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표현들은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회개하지 않고 육신의 정욕을 좇고 있는 뻔뻔스러운 자여 감히 하나님과 설전을 벌일 참인가? 누가 옳은가? 하나님인가? 당신인가?” “하나님께서 돌이켜 회개하고 거룩한 삶을 살라고 촉구하시지만 당신은 도무지 그럴 마음이 없다.” 이렇듯 저자는 상대에 대한 파악 없이 한 쪽으로 단정을 짓고 있습니다. 어쩌면 주님을 믿는 크리스찬은 볼 필요가 없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요즘 시대에는 이런 것을 안 읽거나 안 들으면 그만인데, 당시에는 정교 분리가 별로 안 되어 있는 시대다 보니 행정적인 처분들을 받은 기록들이 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http://sgreformed.org/xe/truth5/897) 키더민스터의 사람들이 백스터의 강력한 설교와 교회치리 등에 반발했으며, 1662년에 백스터는 영국 국교회에서 추방을 당했으며, 설교 때문에 그는 세차례나 투옥이 되었고 그의 모든 저술은 압수당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리처드 백스터는 주님의 복음을 전하겠다는 터져 나올 듯 한 열정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기만이 옳다는 그릇된 신념으로 인해 주의 백성들을 인정하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결국 소중한 사역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질적인 것 외에는 모두 양보하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주님의 복음은 굳게 부여잡아야 했지만, 주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이 자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습니다. 언어의 마술사이며 구령의 열정을 지닌 복음전파자였지만 참 안타까운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용은 아쉽지만 번역과 편집은 참 좋습니다. 짧지 않은 책에서 오탈자가 거의 눈에 안 띌 정도로 편집의 완성도도 높습니다. 규장의 책들은 이런 면에서 참 우수합니다. 옥의 티가 있다면 151쪽에서 ‘더 늦게 전에’ 여기 하나가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