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사랑동문기도회>에 답하는 공개서신

지난 7월 7일 감신대에서 열린 <감신사랑동문기도회> 소식을 접하고 약간의 논평이 부득이하여 이런 형식으로나마 우리의 생각을 전해 드립니다. 모교에 대한 염려와 사랑에서 이런 모임을 준비하신 동문 여러분께 한편으로 송구스런 마음과 다른 한편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리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이런 식의 기도회가 우리 학교를 정상화하는데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날 기도회에서는 정작 짚어야 할 문제, 즉 전환심사 비리, 교수인사비리, 직원인사비리, 이사장 중심의 친위체제 구축을 위한 일련의 정관개정, 불법녹음 교수사찰, 법인의 불투명한 재정집행 사항 등, 사학비리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우리 교육 공동체의 한복판에서 버젓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이 모든 문제가 마치 아집이나 부리는 교수들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인 것처럼 단정 지으셨는가 하면, 엉뚱하게도 이 소중한 시간 대부분을 감신교수들의 연구와 교수 활동을 비판하고 질책하는데 사용하셨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유감스럽게도 이 기도회에서 발제자는 신뢰할 만한 자료에 입각한 사실 규명과 정황 및 맥락에 입각한 정당한 해석은 결여한 채, 감신개혁이나 교수들의 연구나 교육활동에 대한 비판적 논설을 폈습니다. 그 결과 감신교수들은 고연봉이나 즐기면서 그럭저럭 지내는 한량들로 매도되었는가 하면, 학교의 명예 역시 심각하게 훼손당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날 동문 목회자 여러분들의 염려와 질책이 있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수평의회 교수들은 그동안 전 이사장과 현 총장 체제 하에서 묵묵히 연구하며 성실하게 교직을 수행해 왔음과 동시에, 간혹 문제가 있었을지라도 가능한 한 선의를 바탕으로 대화를 통해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을 다해왔음을 당당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감신은 개혁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모든 대학교들과 신학교가 당면해 있는 과제이기도 한 바, 그 필요성은 누구보다도 교수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 논의하려면 또 다른 자리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그렇게 하려면 먼저 현 사태를 일단락지어야 할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기도회에서는 현 사태와 감신개혁이라는 상호 무관한 문제들을 무리하게 연관 지어 다룸으로써 초점을 엉뚱한 곳으로 옮겨놓아 버렸습니다. 이건 어쩌면 세월호 문제가 터졌는데 진상은 규명하지 않고 자꾸 시끄럽게 하면 나라 경제가 안 좋게 되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지난 5월 12일 우리 교단의 수장인 전용재 감독회장의 중재 하에 결성된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가 나왔다고 합니다. 만일 우리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면 이 자료를 그 신뢰할만한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겠습니다. 우리 가운데 정의가 회복되고 평화의 노래가 다시 울려 퍼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2015년 7월 13일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평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