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신 사랑 동문 기도회>에 대하여
-감신대 이정한 학생

<감신 사랑 동문 기도회>의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글을 기고한다. 감신 개혁을 논하면서도 학생 당사자의 목소리에는 무관심한, 그래서 모양내기 위해 총학생회장에게 단 한 번 발언할 기회를 주는 해당 동문들에게 전하는 글이며, 항상 감리회의 발전과 성숙을 위해 관심을 갖고 기도하는 당당뉴스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기 위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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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안에 옳음만을 보고 남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둔함이 있다면 그는 순례자가 아니다"라고 71학번이시라는 조경열 목사님이 말씀하셨다고 한다. 71학번이시니 52년생이시겠고, 아마 지금 64세쯤 되셨나보다. 은퇴가 코앞인 할아버지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니 참 감동적이고 신앙적인 문장이다, 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영 입이 텁텁하다.

<감신 사랑 동문 기도회>가 이름을 통해 특별히 감신 사태를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누가 봐도 이번 행사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감신 사태에 대한 '동문'의 응답이다. 조금 명확히하자면, 수도권에 위치한 대형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들이 감신 사태에 대해 가진 입장이다. 이 자리엔 김인환 이사장도 참석했다고 한다.

일단 동문 기도회를 주도한 이들이 하는 얘기는 주로 이렇다. 감신이 망해가는데 문제가 되는 지점들은 1)교수들 연구가 부족하고 2)교수 연봉이 과하고 3)입학한 학생들이 공부를 잘 안 하고 4)입학하는 학생들 성적이 너무 낮은 것 등이라고 한다.

필자가 교단이나 신학교 문제에 탁월한 이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고 들은 것만으로 진단해도 <동문 기도회>의 것보다 객관적일 것 같아서 나름대로 정리한다.

첫째, 큰틀부터 얘기하자, 지금 한국 사회 대학에서 학문성 운운하는 건 허황된 소리다. 지금 한국에 학문성 살리는 대학이 어디 있나? 비단 신학교뿐 아니라 '모든' 대학은 학문성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취업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니 일반대는 기업 스폰 따와서 건물 짓기에 바쁘고, 취업에 불리한 학과는 폐지되는 게 연례행사다. 감신도 마찬가지, 종과 출신이 목회 잘 못한다고 종과 폐지하자는 뒷얘기는 몇년째 듣고 있다. 그뿐인가. 장학금 모집은 총장 선출마다 대대적으로 진행하는데, 보통의 교회들은 큰 금액을 부담할 수 없다. 특별한 날의 예배 설교자는 장학금 수백만원이라도 부담해야 자리를 얻는다고 한다. 특별한 명목으로 모으는 장학금은 당연히 학교 행정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니 세습한 교회 목사가 기숙사를 지어주고, 명예박사를 취득하고, 이제는 석좌교수 자리까지 들어차려 하고 있다. 이게 어디 대학인가! 세습방지법을 장정에 넣은 교단이 세습한 목사를 신학대학 명예 박사로 추대하고 학문성 훼손의 주동자를 석좌교수로 들이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진정 우리 대학을 망치는 자가 누구인가? 멋모르고 들이받는 학생인가? 교수인가? 대학에 영향을 끼치는 이사들이고 돈 많은 대형교회 목사들 아닌가? 학문성 운운하면서 대학 살리려면 목회를 위한 신학교가 아니라 신학을 위한 신학교가 되야한다는 건 비기독인도 알 일이다. 이론 없는 실천은 위태하다. 신학 교육을 진정으로 세우지 않고는 한국 교회엔 미래가 없다. 우리에게 교단 정치를 가르치지 마라.

둘째, 한국 교회 실패의 책임을 신학교 구성원에게 전가하지 마시라. 교회가 작아지고 신뢰를 잃은 건 <동문 기도회>를 주도한 바로 그 동문들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전위대가 되어 교회의 가치를 규모로 판단하는 이들은 이 거친 사회에 지쳐가는 이들에게 대안이 되지 못한다. 더불어 자본중심적 도덕관을 가진 목사들은 자리 하나 차지하겠다고 금권 선거에 목을 메고 사회법을 무시하는 행동을 하면서 어찌 교회가 사회 속에 자리잡을 수 있겠는가. 교단이 부패하고 교회가 경쟁하면서 목회를 위한 라이센스로 졸업장을 치부하는데 어찌 신학교가 잘 굴러가겠는가. 10년에 가깝게 감리교 사태가 전개되는데도 해결은 커녕 덮기에 급급했던 정치 목사들이 개혁을 논하니 종말이 가까웠나 짐작하게 된다.

셋째, 신학생이 공부 안 한다는 말을 심도있게 살펴보자. 신학생을 입학시키는 교회는 지금 학생들을 무엇으로 만들고 있는가. 마침 속보로 2016년 최저 임금이 6,030원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성년이 되면 예외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청년은 한 시간에 6,030원 씩 받아가며 노동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위 동문들에게 묻고 싶다. 교수 연봉이 고액이라며 비난을 퍼붓는 그 목사들에게 묻고 싶다. 그 자리와 이름값으로 설교 한 번 뛰면 얼마씩 받는지? 차는 뭐 타고 다니는지? 직접 운전하시긴 하는지? 정말로, 선거 때 돈 받거나 준 사실이 없는지?

수련목 고시는 차치하고, 우리에게 당면한 불안은 시험에 떨어지고 붙고가 아니다. 소명 있는 이들에게 시험에서 떨어지는 것은 일이년 다시 하면 붙을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수십년 이어갈 목회 자리 하나 보장받고 있지 않다. 경쟁에 승리하신 여러분은 대형교회에서 바쁘게 살며 은퇴를 기다리는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당장 나갈 자리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어찌어찌 나간다고 살아갈 미래가 안정적인 것도 아니다. 나날이 올라가는 부동산 값은 우리에게 교회 공간을 포기하도록 강요한다. 어쩌면 수련목 고시에 탈락하는 것이 희망을 유지하는 안전한 선택이 아닌가 싶다.

목사들이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이 무엇인가. 동성애는 죄악이다? 진화론이 틀리고 창조론이 옳다? 주일 성수하고 십일조 성실히 해라? 이게 어디 막되먹은 발언들인가! 예의가 있다면 교인의 삶과 사회적 상황을 살피는 노력이라도 하시라.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휴일은 없다. 여러분 교회의 교인이 줄어드는 이유다. 사회적 지성이 높아져가며 진화 이론은 중학교 과학에서 이미 다 배우고 지나간다. 여러분 교회에 젊은 층이 더 많이 줄어드는 이유다. 동성애고 뭐고 성범죄자의 상당 수가 기독인이고 목사다. 여러분이 동성애에 대해 말만 꺼내도 사회가 '개독교'라고 비난하는 이유다. 스스로의 죄악을 살피지 않는 불성실한 이들이 어찌 세상의 빛이 될 수 있겠는가. 수련목 고시를 대비할 게 아니라 목사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기초 인문학, 교양 과학 시험이라도 치러야 할 노릇이다.

이뿐인가. 신학생들에게 신앙을 명목으로 사역을 강요하는 사례가 대다수다. 주말은 물론이고 많은 교회는 수요일과 금요일까지 출근하게 하고, 특별새벽기도 역시 학업에 대한 배려가 전무하다. 그렇게 꼬박 노동하고도 부족한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하니 신학생에게 어떤 여유가 있겠는가. 노동하지만 노동자는 아닌 신학생들이 이 괴리의 고통을 극복하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고 목사에게 동화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이 보장해주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신학생은 여타의 대학생보다도 심한 감정노동이 생활화되어 있다.

얼마 전 감신 학생총회에서 수업 거부가 결의될 때, 몇몇 학생들이 수업을 빠지고 놀고 싶은 마음으로 찬성표를 던졌다는 말을 들었다. 참으로 슬픈 현실을 담은, 그리고 아주 정직한 마음을 담은 결정이라 생각한다. 고착되고 왜곡된 상황에 놓인 그 대학생은 이렇게라도 자유로운 시간을 얻고 싶었을 것이고, 그만큼 감신 강의를 둔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넷째, 동문들이 지적한 교수들의 문제에 일부 동의한다. 다만 그 비판에서 빠질 수 없는 근본적인 지점을 짚어야한다. 상징적인 사건 하나를 짚어보자.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전례 없는 종교재판이 한국 감리교에서 진행됐다. 감신 학문성의 상징인 변선환 학장과 홍정수 교수가 대형교회 목사들 몇명에 의해 해직은 물론이고 출교까지 당했다. '교리수호대책위원회'라는 이름을 업고 반-신학적 목회를 지향해 온 이들이 신학자들을 쫓아냈다. 이후 신학자들에게 자유로운 학문은 사치가 되었다. 교단이 원하는 신학, 아니 대형교회 목사가 원하는 신학만을 해야했다. 굴종할 수 없는 이들은 학교를 떠났다. 우리가 잃은 학자들이 이 틀을 벗어나서야 참 학문에 정진하는 비참한 현실이다. 누군가는 그저 감신이 뒤쳐지고 노력이 부족하다 평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감신을 가두고 둔화시키는 이들 때문에 이 사태에 이르렀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 교수들에게 속해 있는 모든 문제는 이 지점을 빼고 논할 수 없다. 신학자의 학문함이 대형교회의 감시 속에 진행된다는 것은 그 검열 속에 교수집단 내부의 경쟁을 당연히 유발하고, 결국 분열과 갈등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더불어 교회의 요구에 충실한 교수가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은 한국 교회의 자본주의적 속성이 그대로 담겨 있는 현상이다. 교수 임용과 진급마저 이사회의 감시와 허락 속에 진행되는데 이 탓을 오직 교수에게 묻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위 동문들이 반복적으로 '신학교 개혁 없이 교회 개혁 없다'는 말을 하지만, 정확히 반대로 '교회 개혁 없이 신학교 개혁은 불가능'하다. 이미 신학교의 모든 권한을 소수의 대형 교회 목사들이 차지했는데, 실질적 주인을 개혁하지 않고 어찌 신학교를 개혁할 수 있겠는가.

위와 같은 것들이 진정 감신의 문제다. 학생들이 법인사무처를 점거하거나 교수들이 이사회에 들이받는 것은 감신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이러한 현상에서 문제인 것은 그동안 학생과 교수가 어떤 의견과 문제의식이 있어도 감히 이사회나 동문들에게 말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감신의 문제라고 지적된 것들은 그 뿌리인 감리회의 문제에서 파생된 현상일 뿐이다. 진정한 문제는, 20세기의 한국 사회가 오직 경제 성장에 치우쳤을 때 그 성장제일주의 원칙이 교회에까지 뿌리내렸고, 그 세례를 받은 이들이 지금 교단 정치에서 권력을 획득하고, 그렇게 획득한 권력을 오남용하면서 교단과 교회를 망치는 것에서 모자라 이제는 신학교까지 망치며 자유로운 의사표현까지 억압하는 것이다. (이러한 억압은 '학생은 공부만 해야한다, 교회 사역에 힘을 쏟아야 한다, 교수는 연구에 매진하고 강의에 성실해야 한다'는 말들로 행해진다.) 우리가 우선적으로 마주할 과제는 지난 수십년 간 편향되고 왜곡된 방향으로 성장한 감리교회를 근본부터 바로 잡는 것이다.

신학교를 위하고 신학생을 위한다면 분석과 대안을 당사자한테 맡겨야 한다. 개혁은 수여받을 때가 아니라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획득할 때 진정으로 가치를 얻는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직 목회만 수십년하며 교단에서 한 자리씩 차지할 정도로 교단 정치에 힘쓴 이들에게서 무슨 대학의 비전이 나올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식의 프로파간다는 중단하고 본디의 자리를 지킬 것을 바란다. 대형교회 목사의 공허한 권위는 우리에게 모범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겐 바로 위 동문들이 개혁의 대상이다. 개교회중심주의, 자본주의, 경쟁주의, 금권선거, 파벌, 남성중심주의를 비롯해 이 사회에서 가장 타락한 곳은 바로 위 동문을 비롯해 한국 교회를 이끌었던 20세기의 리더들이다. 2015년이 되어서도 아직까지 과거의 악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이들은 하루빨리 개혁하고 청산해야 할 과제일 뿐이다. 진정 신학교를 살리고 싶다면 과거의 기준에 끼워맞출 것이 아니라, 나날이 새로워지는 시대의 요구에 진정으로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감신 개혁은 신학생이 시작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 개척할 것이다. 갖가지 권모술수로 우리를 미혹할지라도, 거짓 교사가 난무하는 시대야말로 새날이 올 징후이다.

필자는 '진심'의 가치를 믿는다. 또한 청년의 가장 큰 힘은 바로 그 진심과 진정성이라 생각한다. 변혁은 청년의 것이다. 세월을 잃고 진심으로 위장해 욕망을 실현하는 방법을 배운 '꼰대'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순리이다. 사라지는 것이 두려워 공허한 말들만 넘쳐나는 자리를 이어가는 것 뿐인 <감신 사랑 동문 기도회>의 동문들은 하루 빨리 그 비겁함을 내려놓아야 한다. 추악하게 늙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젊은이들에게도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