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의 화정교회가 3일 저녁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세월호 피해가족들을 교회로 초청해 작은 음악회를 열고 음식을 나누며 응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월호피해 가족 건강한 여름나기 응원 저녁식사 및 작은 음악회'에 60여명의 세월호 피해가족이 참석했다.

벼가 자라가는 전원을 배경으로 교육관 앞 잔디밭에 조촐하게 마련된 무대에서 김종숙.허강인 모녀가 플룻과 바이올린 합주를 하고 박대성성도가 기타연주를, 그리고 김장연장로.박선준장로.양덕준권사.진재철집사.임우식집사의 섹소폰 합주가 울려 퍼졌다. 박인환 목사도 틈틈이 갈고 닦은 섹소폰을 독주 했다.

처음엔 다소 낯설어 하던 피해가족들은 박인환 목사의 구수한 입담과 화정교회 교우들의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정성스레 준비한 연주에 젖어들면서 앵콜도 외치고 박수도 치며 점점 녹아 들어갔다. 피해가족들과 화정교회교우들이 허광범 권사가 기타로 반주한 ‘아침이슬’과 ‘사랑으로’를 합창하면서 연주회는 짧게 끝이 났다.

▲ 수진이 아빠가 연주회를 열어준 화정교회에 감사의 인사를 했다

“진행은 아마추어틱(?)하지만 정성스레 음악회를 마련해 주어 감사합니다.”
피해가족인 수진이 아빠가 연주회를 열어준데 대해 약간의 농을 섞어 감사의 말을 했다. 교회의 초청이 조금 어색했을 뿐이지 싫은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듯 했다.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단식도 해보고 데모도 해 보았습니다. 그 과정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오늘 한 끼 식사를 대접받지만 1년 내내 대접받는 것만큼이나 힘이 됩니다. 아이들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 가겠습니다”

박인환 목사가 인사를 받았다.
“아까 교회에 오셔서 족구부터 하셨는데 다음에는 저희 교우들이랑 저녁내기 족구시합 한판 하십시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웃음을 유도해 그새 다시 무거워진 분위기를 반전시킨 박인환 목사가 말을 이어갔다.

“지난 1년 넘는 동안 한국교회가 세월호를 위해 무엇을 했나 돌이키면 죄송할 뿐입니다. 이 잔디밭에서 뛰어놀던 예은이가 눈에 선합니다. 저나 화정교회는 나름대로 열심히 해야 할 일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어려움을 당한 이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힘있는 자의 편에 서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습니다. 이 시간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박인환 목사가 세월호 가족들을 응원했다

박인환 목사는 세월호 피해가족을 위해 팽목항으로, 분향소로, 광화문으로 꽤나 열심히 다녔다. 그리고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을 받기 위해 여기저기 교회를 찾아 다녔으며 노란 리본을 자비로 제작해 보급하는 등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누구보다도 열심을 냈던 목사다.

그렇지만 교회는 그가 기대했던 것만큼 세월호에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던가 보다. 언제부턴가 세월호 참사에 ‘종북’이니 ‘좌파’니 하는 이념이 덧씌워졌고 자신은 목사와 장로들 사이에서 운동권 목사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저는 중립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도 중립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힘없는 편을 들어 주셨지요. 교회는 약한 자, 고난당하는 자, 억울한 자 편에 서야 한다고 생각해서 지난 1년간 세월호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 했던 것입니다.”

피해가족들도 세월호에 대한 막말설교나 불교, 천주교와 비교해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교회에 실망하여 기대를 저버렸으므로 박목사로선 교회를 찾아가면 교회가 부담스러워 하고 피해자가족들을 찾아가면 교회에 대한 피해가족들의 불신의 벽을 느끼는 사이에서 외로움을 겪어야 했다.

“여러분이 앞으로 또 얼마나 싸우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교회가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하기 위해 더 알리고 더 설득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여 세월호 참사의 진상조사는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유가족들은 며칠 전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개정(폐지) 촉구’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하려다 경찰에게 막혀 돌아가야 했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발한지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났지만 정부는 세월호가 바닷 속에서 녹슬어 없어지기를 바라는 듯 진상규명과 선체인양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싸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일이다.

한편, 팽목항에는 미수습된 세월호 희생자 9명의 가족들이 머물고 있다. 미수습자는 학생 4명, 선생님 2명, 혁규와 혁규아버지, 일반인 1명 등 모두 9명이다. 9명중 혁규와 혁규아버지(우이교회)를 포함해 8명이 기독교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화정교회는 2일(목) 팽목항을 방문해 이들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쿨소재 티셔츠와 썬크림 등을 전달하고 돌아왔다.)

피해가족은 초청에 대한 답례로 커피 한 박스를 선물했다. 교회는 동네에서 재배한 불루베리와 썬크림을 모두에게 선물했다. 관리부장 이희남장로가 나와서 교육관 뒤의 고구마 밭 3고랑을 10월에 캐어 갈 수 있는 권리(?)도 주었다.

박목사가 “오늘 참석한 분들만 캐 갈 자격이 있습니다. 오늘 오지 않은 사람 데려오기 없깁니다.” 했더니 모두 즐거운 웃음으로 화답한다.

음악회에 이어서 피해가족들은 교회가 마련한 식사를 나누며 대화의 꽃을 피웠다.

담임목사와 교우들의 세월호 피해가족을 위한 정성과 사랑이 그대로 눈에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통당하는 이웃과 함께 하려는 화정교회의 작은 실천이 30배 60배 100배로 번져나가기를 기도한다.

▲ 박선준 장로가 사회를 맡았다.     ▲ 김종숙.허강인 모녀가 플룻과 바이올린 합주를 하고

▲ 박대성성도가 기타연주를         ▲ 박인환 목사도 틈틈이 갈고 닦은 섹소폰을 독주 했다. 앵콜을 받았다.

▲ 김장연장로.박선준장로.양덕준권사.진재철집사.임우식집사의 섹소폰 합주. 수준급 연주를 들려준다

▲ 허광범 권사가 기타로 반주한 ‘아침이슬’과 ‘사랑으로’

▲ ‘아침이슬’과 ‘사랑으로’를 합창하면서 연주회는 짧게 끝이 났다.

▲ 수진이 아빠가 연주회를 열어준 화정교회에 감사의 인사를 했다     ▲ 박인환 목사가 세월호 가족들을 응원했다     ▲ 관리부장 이희남 장로가 나와서 교육관 뒤의 고구마 밭 3고랑을 10월에 캐어 갈 수 있는 권리(?)를 참석자들에게 주었다.

▲ 세월호 피해가족을 위한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