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경숙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 다만 그녀의 책이 제일 많이 팔렸다는 것만을 알고 있는데 표절을 했단다. 알고 보니 전체 소설의 얼개를 표절한 것도 아니고 고작 몇 줄이었다.

그녀는 엄밀한 논리나 정확한 자료를 필요로 하는 논문도 아니고 자기 멋대로 조절을 할 수 있는 소설에서 왜 몇 구절을 표절을 해야 했을까? 그만한 작가라면 문제가 되는 그 구절들이 없어도 충분히 소설을 전개해 나가는데 문제는 없었을 터인데?

아마도 좀 더 멋있게 하고 싶은 욕망이었을 것이다. 이번 표절 사태에 대하여 어느 평론가가 쓴 글이다.

 문학적 고전에 대한 고된 '필사'를 통해 문체를 가다듬어서인지, 신경숙의 문체는 아름답다. 그의 문학은 문체가 주제를 압도하고, 미문(美文)이 의식을 그늘 지운다. 미문에의 집착 때문에 그에겐 다른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모방'하는 것이 제2의 천성이 되어버린 듯하다.

문제는 이런 '무의식적 표절 행위'가 아니라, 문학을 '미문을 짓는 일'로 보는 관점이다. 신경숙 논쟁의 핵심에는 '어디까지가 표절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아름다운 문장을 지어내는 것이 과연 좋은 문학인가' 하는 물음이 자리하고 있다.

아름다운 문장은 물론 좋은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문장을 다듬는 일이 문학의 본령은 아니다. 문학은 인간과 시대의 심연을 더듬는 일이다.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마디로 치사한 일이다. 그런 치사함을 가지고 어찌 인간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젊었을 때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 깊은 영향을 받았던 나는 한국인이 쓴 신에 대한 작품은 없나 하고 궁금해 했었다. 기껏 내가 찾아 본 것은 김동리의 '사반의 십자가'같은 싱거운 책뿐이었다. 그런 시절에 나와 동갑인 소설가 이문열이 신을 소재로 다룬 '사람의 아들'이라는 소설을 냈다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읽다가 실망을 넘어 화가 나고 욕이 나왔었다. 뭐 이런 정도 사고력으로 감히 신에 대한 소재를 건드렸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나처럼 돈이나 명예와 상관이 없는 사적인 영역에서 글쓰기를 하는 사람도 ‘펌’이 아니고 남의 글을 그대로 쓰려면 쪽팔리는 일인데 하물며 공적인 세계에서 표절을 한다는 것은 사기 및 절도에 해당한다.

전 세계를 들끓게 했던 ‘줄기대첩’으로 소란스러운 때에 큰 아들이 국제적인 학술지에 제출한 논문에 일부 데이터가 잘못 사용된 부분을 발견하고 “잘못하다가는 황우석 되게 생겼다.”고 해서 비상이 걸렸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더니 아들은 오류를 찾아내기 위해서 며칠을 책상에 앉아서 논문을 검토하다가 나중에는 도와줄 사람까지 구해서 논문을 처음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학자들이 볼 수 있는 논문에 단 하나의 오류라도 발견될 수 있다면 망신이 아닐 수 없다. 학문의 세계에서 데이터에 오류가 있다는 하는 것은 내일 모래 결혼할 처녀가 딴 남자의 쌍둥이 애를 밴 것 보다 더 용서가 안 되는 일이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사기를 친 황우석은 과연 간이 큰 인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황우석이 그렇기 되기까지에는 명절 때마다 황우석에게 최고급 한우소고기를 얻어먹은 한국의 언론의 역할이 크기도 하다. ‘말짱 황’ 씨의 시조가 되어 버린 그는 차라리 ‘부은 간덩이’에 대하여 연구했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나는 요즘 표절할 거리를 찾느라고 바쁘다. 8월에 한국에 가서 부천 YMCA에서 '포스트모던 시대의 영성'에 대하여 이야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주제를 택하게 된 이유는 내가 포스트모던 영성에 대하여 뭘 많이 알아서가 아니라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릿속에 이렇게 저렇게 얽혀 있는 생각들과 잡다한 경험들을 정리해 보고 싶어서 일부러 부담이 되는 주제를 택했다. 부담이 되지 않으면 또 미루게 될까보아서 자신을 채찍질하는 의미에서 과감하게 주제를 택한 것이다. 중세 신학을 벋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틀을 조금이라도 벋어나서 포스트모던 시대의 영성을 찾는 길을 모색해 보고 싶어서 욕심을 내서 감당하기 어려운 주제를 잡은 것이기도 하다.

최소한 호주 교회에 가면 어색하거나 답답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교회 밖의 사람들이 어느 날 교회에 들어와도 교회 안에서 쓰는 언어, 찬송, 기도 설교 등이 밖의 세상과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 교회는 밖의 세상과 너무 다르다. 시대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워낙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문제라서 그러리라고 짐작은 되지만 표절을 해서라도 쉽게 설명을 할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좋겠는데 찾을 수가 없다. 학자들이 쓴 글들은 많이 있지만 추상적이고 관념적이어서 대중들에게 “이거다.” 하고 구체적으로 쥐어 줄 수 있을 만한 것은 찾을 수가 없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기독교가 살아남을 수가 있을까?' 하는 것은 나의 지대한 관심 과제이다. 바꾸어 말하면 포스트모던 시대의 영성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들은 많다. 그러나 '구술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이것을 어떻게 말과 글로 풀어내느냐 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학자들이 상아탑에 쌓아놓은 지식들이 아니라 대중들이 손에 쥘 수 있는 연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