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을 읽으면 ‘날마다’란 단어가 유난히 눈에 뜨인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을 향하면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눅 9:23). 그렇구나! 십자가는 고난주간만이 아니라, 날마다 짊어질 ‘일용할 어깨’이다.

  또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실 때에도 강조하신다. “우리에게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눅 11:3). 그리고 예수님은 생애 마지막 일주일, 예루살렘에 입성하셔서 ‘날마다’(눅 19:47, 22:53) 성전에서 가르치셨다. 누가가 기록한 복음서와 사도행전에서 ‘날마다’가 자주 눈에 띈다. 그 일상의 복음은 두고두고 곱씹을만한 재미가 있다.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지내는 사람은 일평생 보람 있는 인생을 산다.

  늘 하루하루의 ‘삶의 질량’을 느끼면서 산다면 하루가 복된 충만으로 가득할 것이다. 걱정과 근심도 딱 ‘하루 분량’만큼이 좋을 것이다(마 6:24). 어느 지하철 명언에서 봄직한 말씀에도 하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평생 동안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어렵고 지겹게 느껴지는 것도 하루만 하라면 쉽고 재미있습니다. 슬프고 괴로워도 오늘 하루만이라 생각하면 견딜 수 있습니다.”

  주기도문의 ‘일용할 양식’처럼 누구에게나 날마다 그 날 몫의 분량이 있다. 날마다 꼭 필요한 일용할 양식은 무엇일까? 겨우 하루는 24시간 인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얼마나 많은지, 주기도문의 중심에 위치한 ‘날마다 일용할 양식’의 의미를 새삼 떠올리게 한다.

  하루의 생활을 위해서는 ‘일용할 잠, 일용할 음식, 일용할 물, 일용할 커피, 일용할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루의 과제를 위해서는 ‘일용할 독서, 일용할 글쓰기, 일용할 메일, 일용할 통화, 일용할 기억, 일용할 푸념, 일용할 인터넷’이 필요하다. 하루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일용할 오락, 일용할 침묵, 일용할 운동, 일용할 감동, 일용할 노래’ 등이 필요하다.

  살레지오 수도회의 창설자인 돈 보스코는 이런 말을 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매일의 의무를 기쁘게 행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해야 할 바를 성실히 해 나갑시다. 일상에 대한 충실, 그것보다 더 큰 봉헌은 없습니다”. 이를 ‘날마다 영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날마다 영성’ 혹은 ‘일용할 영성’은 날마다 기본을 중요시 여기고 기본을 지키려는 경건한 마음이다. 매일의 삶에 충실한 영성, 매일 주님의 은총에 감사하는 영성, 매일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충실한 영성이다. 또한 날마다 하기에 작고 하찮아 보이는 일상의 업무들에 충실한 영성, 매일 와 닿는 고통스런 상황들조차 기꺼이 수용하는 영성, 이것이 바로 ‘날마다’ 십자가를 지는 영성이다.

  예수님은 ‘날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라고 하신다. 겸손히 가난한 마음으로 온유하게,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용기와 의로움을 지켜나간다면 ‘일평생’ 복 있는 삶을 보장해 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