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헌금으로 구입한 농지를 담임자에게 명의신탁하여 오다가 부동산실명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최근 한 교회가 거액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았다. 부동산실명제를 위반할 경우 공시지가의 30%까지 부과할 수 있고 이 교회는 10억원 이상을 부과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회는 1980년대에 교회건축부지로 사용하고자 담임목사 명의로 인근에 농지를 구입하고 건축을 하지 않은채 소유해 오고 있다가 담임자가 은퇴하면서 명의를 교회로 이전해 왔다. 농지임에도 교회가 명의를 가져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이 농지가 최근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면서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명의신탁된 농지가 원 소유주인 교회에게로 명의가 이전되었지만 주무관청은 과거 전 담임자에게 명의신탁되었던 기간 동안의 실명제법위반을 이유로 교회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5조에 따라 부동산이 소재하고 있는 명의신탁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2013년 7월, 국회에서 종교법인의 특수성을 인정해 교회 등 종교단체의 부동산 명의신탁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뿐만 아니라 개정된 법안은 ‘1995년 7월 1일 공포, 시행일부터 소급적용한다’는 부칙도 마련하여 교회재산을 유지재단이 관리하는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교회는 개인인 담임자가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과징금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을 부과한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11조에 정한대로 유지재단이나 교회가 소유한 부동산의 경우 예외적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교회의 경우 개인에게 신탁이 된 것이어서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과징금 부과처분 이유를 밝혔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유지재단의 한 관계자는 “농지는 농민만이 구입해야 하는 것이므로 교회는 농지를 구입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교회가 농지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 대해서 “교회건축을 위해서 농지를 구입했을 텐데 그렇다면 투자나 투기의혹을 벗기 위해서라도 농지전용허가를 받아 빠른 시일내에 건축을 완료해야 과징금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유 목적을 위한 부동산이라 하더라도 개체 교회의 사정상 유지재단에 등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재단 명의로 등기하면 행정적으로 불편하고, 대출을 받을 때 제한을 받기 때문이라는 게 주된 이유이다. 그러나 세무 전문가들은 개체 교회의 재산에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의 세금이 부과됐을 경우 유지재단에 등기돼 있지 않은 부분은 세금을 피할 길이 없다고 경고한다.

유지재단 명의의 등기가 어렵다면 교회가 종교 고유 목적 사업을 위한 별도의 법인을 만들어 등기하거나 비영리법인 사업체인 82번 번호를 부여받아 등기하면 된다. 그러나 이 경우도 교회나 개인이 교회재산을 사유화 할 개연성이 없지 않고 교회내 분쟁으로도 비화될 가능성이 있어서 교단의 유지재단에 편입시키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하다.

한편, 과징금이 부과됐더라도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시행령 제3조의2에 의하면 조세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또는 법령에 의한 제한을 회피할 목적, 즉 위법이나 탈법을 의도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100분의 50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