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결에 치킨이 배달되어 온 박스를 보니 이런 문구가 있었다. ‘우리는 상품이 아닌 식품을 판매합니다.’ 별 뜻 없이 무심히 보던 중에 발견한 이 문구는 보면 볼수록, 그 뜻을 새기면 새길수록 마음에 와 닿았다. 이들도 알고 보면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다. 가게를 열고, 주문을 받아서, 치킨을 팔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이것을 돈을 벌기 위한 상품으로 이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보내주는 이것이 사람이 먹는 식품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참 당연한 말이다. 치킨이 식품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재고의 여지도 없이 맞는 말이다. 그런데 시절이 하도 하수상하니 이 말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마음에 와 닿고, 감동으로 남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서 문득 교회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가 파는(?) 것은 상품인가, 식품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 땅에 복음을 전하고 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그 독생자를 주셨다는 그 복된 소식을 이 땅에 전하고, 그 소식이 복된 것이라는 것을 드러내며 사는 것이다. 교회가 이 땅에 존재한다는 것은 바로 이 복음을 증언하는 것과 함께, 그 복음의 결과인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기 위한 것이다. 교회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 존재만으로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교회는 바로 이러한 증언과 사역을 통해서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교회를 보면 복음이 아닌 것으로 사람을 모으려 한다. 화려한 건물과 터질 듯한 사운드, 재밌는 설교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흥을 돋우어 재밌는 교회를 만들려 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교회의 노력에 끌리어 그 울타리 안으로 모여든다. 교회는 몰려온 이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뒷문을 닫으라 하고, 몇 주간의 교육으로 마음을 잡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소그룹으로 그물을 만들어 가두려 한다.

이러한 교회가 주는 것은 무엇인가? 혹시 상품이 아닐까? 복음이라는 이름의 상품 말이다. 이 상품화된 복음을 받아들이는 자들은 혹시 그 대가로 헌금을 내 놓고 있는 소비자로 전락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들은 복음을 받아들이고, 삶을 변화시키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교회가 전해주고 있는 상품화된 복음을 소비하고 있는 교회의 고객들이 아닌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예배는 잘 짜여진 1시간의 쇼가 아니다. 그 1시간 동안 잘 꾸며진 교회당에 앉아 몇 천 원짜리 찬양과 좋은 말씀을 소비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다. 그리고 교회 역시 그러한 그리스도인을 양산하고 상대하는 장사꾼이 아니다. 우리가 전하는 것은 한 주간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값싼 위로나 또 한 주간을 살아갈 용기를 주는 종교적 상품이 아니다. 우리가 전할 것은 피 묻은 그리스도의 복음이며, 세상을 바꾸어 놓을 하나님 나라의 큰 비전이다. 그리고 교회는 바로 이러한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로서 이 세상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주의 군대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전하는 것은 종교적 상품이 아니라 복음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