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회개하지 않으면, 오늘의 혁신이 있을 수 없기에 내일의 희망도 존재하지 않는다. 교회재판이나 세상법정의 심판은 정치적 담합이나 막대한 변호사비용으로 얼마든지 피해 갈 수 있다. 하지만 장차 올 하나님의 심판대는 결단코 피해 갈 수 없다"

프롤로그. 오늘의 혁신, 내일의 희망

기독교대한감리회 홈페이지 첫머리를 장식하는 글귀다. ‘오늘의 혁신, 내일의 희망’ 오랜 감리교사태를 통해 얻은 교훈이자 비전이라 여긴다. 한국교회의 개혁이 역사적인 과제이며 시대적인 요청이라는 말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지난 1년간 물심양면으로 감리교개혁을 위해 달려 온 개혁특별위원회(이하 개특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6월18일 장정개정위원회에 상정예정인 개특위의 개혁법안을 보며 실망을 감출 수 없다. 향후 수정 및 보완될 초안임을 감안하더라도, 내일의 희망보다 절망이 더 큰 이유는 ‘오늘의 혁신’이라 말하기엔 그 내용이 너무 부실하기 때문이다.

지난날 전국감리교목회자개혁연대(이하 전감목) 시절, 강릉에서 서울을 오가며 숫한 모임에 참석하고 밤잠을 설치며 글을 쓰던 경험에서 나온 진심어린 말이다.

1. 금권선거척결에 대한 의지결핍

감리교사태의 원흉이 바로 금권타락선거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금권선거의 척결은 개혁의 본질이며 최우선과제임에 틀림없다. 개특위의 개혁안에는 금권타락선거제도를 개혁하는 시늉만 할 뿐 확고한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제비뽑기와 직선제를 시행하되 향후 2년간 시행유보’, ‘불법선거처벌강화’라는 상투적인 구호만 가득하다.

4년제 전임감독회장제도 개혁안 역시 감투싸움의 대상으로 전락한 감독회장의 권한을 축소한다는 명분으로 ‘사무총장’이라는 정치적 요직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괴물감투를 만들어 내는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현행 감독선거제도의 병폐는 어느새 유행어가 돼버린 ‘선교’에 사용되어야 할 헌금이 ‘선거’에 허비되는 추악한 현실에 있다. 2년마다 감리교회의 모든 선교적인 역량을 선거에 쏟아 붓는 反선교적인 구조악은 어떤 핑계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감독선거제도의 개혁은 감리교회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재원확보를 위한 단초이자 염원이다. 이런 판국에 ‘차기 감독후보들의 반발에 대한 전략적인 차원에서 2년간의 시행유보’라는 대목은 웃지 못 할 블랙코미디다.

2. 개혁특별위원회의 자가당착

금권타락선거 척결의지가 실종된 부실한 법안이 상정된 원인은 뭘까? 개특위가 금권타락선거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도리어 너무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개특위가 금권타락선거에 대해 이처럼 변죽만 울리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금권선거 시비로 홍역을 앓았던 감독회장에 의해서 만들어진 태생적인 한계 탓이다. 한마디로 금권타락선거의 척결이란 스스로 제 발등 찍는 일이다.

개특위는 감독회장 당선자의 ‘면피용 전위대’라는 누군가의 비판처럼, 총회특별재판위원회의 판결을 꼬리표처럼 달고서 금권타락선거 척결을 주장하는 자가당착을 피하려는 전략적 선택일 것이다. 부실한 선거제도개혁 법안보다 우리를 더 절망스럽게 하는 자가당착은 선거제도개혁에 대한 법안을 결의할 입법의회대표들이 한분도 빠짐없이 지난번 감독회장선거의 선거권자들이었으며, 또 그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바로 금권타락선거의 수혜자들이란 슬픈 현실이다. 기막힌 자가당착이다.

3. 신은급법에 대한 개혁안이 생략된 까닭, 은대위를 기억하십니까?

감리교개혁의 핵심과제는 금권타락선거척결과 더불어 불공정한 ‘신은급법’에 대한 개혁에 있다. (참고적으로 감리교회의 은급제도는 수급자 증가와 재정 부족으로 고갈이 얼마 남지 않았고, 현행 신은급법은 은급을 가장한 ‘보험연금’일 뿐이다. 감리교회의 은급제도는 사실상 고사직전이다) 개특위는 좀처럼 개정하지 않는 헌법조항까지 언급하며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거론하면서도 정작 감리교회 개혁의 숙원과제인 ‘신은급법’에 대한 개혁법안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건 존재여부를 알 수 없는 ‘신은급대책위원회’의 소관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며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그뿐 아니다. 일명 기독교타임즈사태로 원성이 자자했던 감리교본부의 방만한 경영과 비합리적인 인사관행 개선을 다뤄야 할 시급한 본부개혁안은 엉렁뚱땅과 두루뭉실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 감독회장이 추진하는 ‘개혁특별위원회’는 몇 해 전 임시감독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신은급대책위원회(이하 은대위)’와 닮은꼴이다. 은대위는 당시 비등했던 신은급법에 대한 반대여론을 잠재우는데 결과적으로 활용되었을 뿐, 2년여의 활동 후에 대중들의 참여와 저조한 관심을 탓하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만일 개특위가 계속해서 과거 본부수뇌부들에 의해 저질러진 신은급법 개혁을 회피하고, 방만한 경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본부개혁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결국 신은급대책위원회의 쓸쓸한 용두사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개특위가 불공정한 신은급사태를 야기시킨 이를 옹호하는 親본부적인 인사들이 주도하는 면피용 일회성 조직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4. 교역자생활보호법의 허상, 조삼모사

이번 개특위의 개혁법안에서 눈에 띄는 것은 미자립교회 목회자를 위한 최저생계비대책이다. 하지만 이번 교역자생활보호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실상은 ‘조삼모사’일 뿐이다. (*조삼모사 [朝三暮四] ① 간사한 꾀로 사람을 속여 희롱함 ② 눈앞에 당장 나타나는 차별만을 알고 그 결과가 같음을 모름)

기존에 개별적으로 지원하던 선교비 150억(개체교회+연회 및 지방)에 부담금을 0.5%가량 증액해서 30억원을 더함으로, 연간 180억원의 재원을 마련해서 매월 100만원씩 교역자생활보호 명목으로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기존에 개별적으로 지원하던 선교비를 통합하고 부담금을 올려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말이다. 교역자생활보호법이란 감언이설의 허상일 뿐 그 실상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은급고갈을 명분삼아 ‘아랫돌 빼내서 윗돌 괴는 격’으로 신읍급법을 만들어냈던 교단수뇌부들이 저질렀던 과오를 반복하는 발상이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미자립교회를 위한 교단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명분에는 동의하지만 그 내용은 너무 부실하다. 과연 月100만원(가족수에 따라 차등지급한다 하더라도)으로 교역자의 생활이 보호될 수 있을까? 이는 인디언보호정책 같은 악법이다. 이미 다수 미자립교회의 현실은 목회자의 아내나 목회자 자신이 이중직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소위 간신히 미자립을 벗어난 차상위계층도 형편이 다르지 않다.

교회의 숫자가 거리의 편의점 숫자보다 더 많다. 미자립교회를 양산하는 무책임한 선교정책과 무분별한 목회자 양산이 낳은,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적인 현실이다. 따라서 임시방편적인 생계지원이 아니라 목회자수급조절, 신학교 정원감축 등 총체적인 선교역량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개혁과 병행되어야 할 난제다. 무엇보다 재원마련에 있어서 선교에 써야할 천문학적인 돈을 해마다 선거에 허비하는 현실을 묵인한 채, 기존의 지원금과 부담금 증액으로 부실한 교역자생활보호법을 수행하겠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5. 일괄타결, 개혁특위는 시한부 종말론자들인가?

‘이번에 개혁하지 않으면 다시는 개혁의 기회는 없다?’ 핵심을 비켜가는 부실한 법안을 내놓고는 이것만이라도 통과되면 역사적인 진일보라는 말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개혁의 절박성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하지만 위기감을 조장해서 개특위의 법안을 장개위와 입법의회에서 일괄타결로 처리하려는 시도는 시한부종말론자들이나 사용할 법한 혹세무민이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한 사람에 의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사건이 아니다. 무려 300여 년간 수도원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종교개혁자들의 부단한 투쟁의 결과물이었다. 감리교회의 개혁은 백 미터 단거리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에 가깝다. 한국교회의 실패는 거듭남의 기회다. 죽어야 비로소 살 길이 열린다는 말이다. 십자가 없는 부활은 없다. 개특위는 일괄타결로 장개위원들과 입법위원들을 설득하려고 하기 전에, 부실한 개혁안(감독선거법, 신은급법, 본부개혁 등)에 관해 공청회와 장개위를 통해 치밀한 법안을 완성하기 위해 분투해야 할 것이다.

6. 비판보다 대안을 제시하라고?

‘회개 없이 정상화도 없으며 진정한 개혁은 회개의 합당한 열매가 되어야 한다’는 일관된 주장은 소위 개혁세력이라는 이들로부터 비판 보다 대안을 제시하라며, 때론 현실성 없는 이상론자나 말이 안 통하는 원리주의자로 매도당하기 일쑤였다.

구체적인 대안은 감리교회 홈페이지 상단에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오늘의 혁신, 내일의 희망”, 오늘 뼈를 깎는 혁신만이 내일의 진정한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혁신이란 성과주의를 앞세운 조급함이나 조삼모사의 눈속임으로 단번에 이루어질 수 없다. 몇 가지 부실한 개혁법안을 내세우며 감리교회를 위한 대수술을 논하기 전에 금권타락선거시비를 겪었던 당사자인 감독회장 당선자 본인 스스로 먼저 수술대에 올라가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작금의 감리교회는 ‘살았다는 이름은 있으나 이미 죽은 사데 교회’와 같다. 이미 죽은 자에게 대수술 운운하며 유난떠는 일은 돈벌이에 급급한 돌팔이 의사를 유익하게 할 따름이다. 죽음을 선언할 때 비로소 새로운 시작은 열린다. 진정한 회개 없이는 단 한 치도 새로워질 수 없기 때문이다. 개혁특위가 진정한 개혁을 원한다면, 장문의 개혁안이 아니라 이제라도 역사상 가장 추악했던 지난 선거에 대한 참회록부터 써야 한다. 그렇지 않은 개혁논의는 한낱 공염구에 불과하다.

7. 자기를 깨끗하게 하면 귀히 쓰는 그릇이 되리라

지난 감독회장 선거는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금권타락선거, 그 자체였다. 유력했던 한 감독회장 후보자의 자기 고백과 감리교회의 최고재판기구인 총회특별재판위원회의 판결로 그 실상이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얼마 전 사회법으로 이어지던 소송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종결되었다. 소송 당사자들은 내일의 도약을 위해서 과거의 죄악을 덮는, 대화합이라고 애써 포장하지만 그 실상이 정치적인 야합은 아니었던가.

개혁은 면죄부가 아니다. 면죄부를 구입한다고 해서 연옥에서 벗어날 수 없듯이 개혁법안 몇 개 만든다고 금권타락선거가 용서받을 순 없다. 개혁을 팔아 엿으로 바꿔 먹어서는 안된다. 개혁의 그늘아래서 교단본부의 요직이 암거래된다면 은30냥에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유다처럼 부끄러운 일이다. 울며 씨를 뿌리지 않고서 어찌 기쁨의 열매를 거둘 수 있으랴!!!

감리교회는 ‘돌 위에 돌 하나 남김없이’ 철저하게 부서지고 더 낮아져야 한다. 바로 그때, 교회의 머리되신 주님께서 회개하는 깊이만큼 친히 새롭게 하실 것이다. 회개하고 그 행위를 돌이켜 그 악한 길에서 떠나라. 이것만이 감리교회가 살 길이자 유일한 대안이다. 지름길 따위는 없다, 멀고 험해도 바른 길로 가야 한다.

“자기를 깨끗하게 하면 귀히 쓰는 그릇이 되어 거룩하고 주인의 쓰심에 합당하며 모든 선한 일에 예비함이 되리라”

8. 선지자 나단의 심정으로 감독회장께 드리는 권면

금권타락선거로 인해 당선무효소송에 휘말렸던 감독회장이 스스로 금권타락선거를 자백하기란 죽기보다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리기는 손쉬운 일지만 결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다. 지금 회개하지 않으면, 오늘의 혁신이 있을 수 없기에 내일의 희망도 존재하지 않는다. 교회재판이나 세상법정의 심판은 정치적 담합이나 막대한 변호사비용으로 얼마든지 피해 갈 수 있다. 하지만 장차 올 하나님의 심판대는 결단코 피해 갈 수 없다.

밧세바를 범한 다윗왕 앞에 섰던 나단의 심정으로 권한다. 감리교회의 최고의 영적지도자를 향한 변방에 이름 없는 후배목사의 쓴 소리를 수치스럽게 여겨 희생양 삼기보다, 오늘의 혁신과 내일의 희망을 위해 부디 감리교회 앞에 스스로 거룩한 희생 재물이 되길 진정으로 권면 드리는 바이다. 당장은, 개인적으로 견디기 힘든 수치와 멸시일지 모르지만 장차, 교회적으로는 금권타락선거로 실추된 감리교회의 권위가 회복되는 순간이요 감리교회가 진정으로 거듭나는 존귀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이유는 피 흘림 없이는 죄 사함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십자가의 죽음을 결단하는 순간, 주님께서 부활의 살 길을 여신다. 감리교회의 최고지도자가 더 이상 소인배들의 뒤에 숨어 구차하게 연명하기보다 대장부다운 용기로 자복하고 회개하는 정공법을 이제라도 선택하길 바랄 뿐이다.

에필로그. 엘리야 증후군, 내가 이 글을 쓰는 진짜 이유

감리교회의 개혁에 대한 붓을 꺾고 두문불출한지 벌써 2년이 지났다. 갈멜산의 치열한 전투를 마치고 무력감으로 절망한 채 로뎀나무 그늘 아래 고개를 숙인 엘리야의 뒷모습, 지금 나의 실존이다. 깊은 절망과 자괴감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순전히, 무심코 읽던 ‘에스겔서’ 때문이다. ‘듣든지 아니 듣든지, 때를 얻는지 못 얻든지, 회개를 촉구하라’, 거부할 수 없는 세미한 음성에 대해 순종할 따름이다. 믿거나 말거나...

“인자야 내가 너를 이스라엘 족속의 파수꾼으로 세웠으니 너는 내 입의 말을 듣고 나를 대신하여 그들을 깨우치라. 가령 내가 악인에게 말하기를 너는 꼭 죽으리라 할 때에 네가 깨우치지 아니하거나 말로 악인에게 일러서 그 악한 길을 떠나 생명을 구원케 하지 아니하면 그 악인은 그 죄악 중에서 죽으려니와 내가 그 피 값을 네 손에서 찾을 것이고 네가 악인을 깨우치되 그가 그 악한 마음과 악한 행위를 돌이키지 아니하면 그는 그 죄악 중에서 죽으려니와 너는 네 생명을 보존하리라.

또 의인이 그 의에서 돌이켜 악을 행할 때에는 이미 행한 그 의는 기억할 바 아니라 내가 그 앞에 거치는 것을 두면 그가 죽을찌니 이는 네가 그를 깨우치지 않음이라 그가 그 죄 중에서 죽으려니와 그 피 값은 내가 네 손에서 찾으리라. 그러나 네가 그 의인을 깨우쳐 범죄치 않게 하므로 그가 범죄치 아니하면 정녕 살리니 이는 깨우침을 받음이며 너도 네 영혼을 보존하리라. 에스겔3장16절~21절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