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이기복, 이하 개혁특위)가 4일 대전시 유성에서 이틀에 걸쳐 장정개정안 확정을 위한 웍샵을 갖고 자체적으로 준비해 온 <감리회 개혁을 위한 9개의 장정개정안>을 심사했다.

감리회를 대수술하여 위기를 벗어나 미래를 연다는 간절함으로 마련한 개혁특위의 장정개정안은 이후 자체 의결과정을 통해 확정한 후 감독회장에게 보고될 예정이며 감독회장은 헌법 제26조 제1항에 따라 장정개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발의할 예정이다.

이번에 개혁특위가 내놓은 장정개정안 중에는 세습방지법강화, 교역자생활보장법 및 기독교대한감리회 재산관리법 제정, 뺏긴학교 환수법, 감독선서 제비뽑기와 불법선거신고포상제, 입법의회 폐지(총회로 기능환원), 감리회법원 신설, 모든 의회와 위원회에 50세 미만50%,이상50% 여성30% 의무배정, 감리회 인재관리시스템 마련, 위원과 이사의 소환제도 도입, 연수원의 목회영성훈련국으로 명칭과 기능 변경, 5개연회와 100여개지방회로 통폐합 등등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한 내용들이 많다.

개혁특위는 이번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1년의 활동기간동안 세미나, 토론회, 웍샵, 심포지엄, 여론조사 등을 거쳤다고 밝혔다. 개혁특위는 이번 웍샵을 통해 채택한 개혁특위법안을 정리하여 6월18일의 전체회의에서 확정한 뒤 발표할 계획이다. 주요 법안을 미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개혁특위가 4일 장정개정안 확정을 위한 웍샵을 갖고 <감리회 개혁을 위한 9개의 장정개정안>을 심사했다.

입법의회 폐지 총회에 입법권

개혁특위는 총회의 입법권을 위임받아 입법을 담당했던 입법의회를 폐지하고 입법기능을 총회로 환원하기로 했다. 매 2년마다 입법의회를 개최하도록 의무화함에 따라 매 입법의회 때마다 입법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고 이로 인하여 장정을 수시로 변경하는 바람에 법의 기본 요소 중 하나인 안정성을 해치고, 나아가 졸속입법으로 인하여 체계적인 입법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입법의회 폐지로 이어진 것이다.

개혁특위는 입법의회를 폐지하고 입법권을 총회가 회수함에 따라 입법의 필요성이 있을 때 총회에서 입법하고, 필요성이 없을 때는 입법을 하지 않게 될 전망이다.

개혁특위는 입법권을 총회가 회수할 경우 1500명이 넘는 총회대표가 입법에 참여하게 되면서 오히려 졸속 입법이 더 심해지지 않겠느냐는 일부의 문제제기도 있었으나 국회와 같이 총회 본 회의 120일 전에 개정안 발의, 발의 후 분과위원회의 심사, 공청회와 여론 수렴, 장정심사위원회의 심사 등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만큼 본 회의에서는 제안설명, 질의응답, 찬반 토론 후 의결하는 절차만 거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독회장제 -2년겸임? 4년전임제?

개혁특위는 논란이 많은 감독 및 감독회장제도와 관련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권력 집중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제 아래 복수의 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워낙 민감하고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쉽게 단일안을 만들어 내지 못한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우선 기존의 4년 전임제를 유지할 경우 감독회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권한을 분산하여 권한의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감독회장은 유지재단의 이사장 만을 맡고 나머지는 감독이나 법인에서 호선하는 이사장이 맡도록 했다. 또한 권한을 감독회장 개인이 단독으로 행사하도록 되어있는 현행 법을 보완하여 위원회의 의결이나 공론화 과정을 거쳐 행사하게 함으로써 권한행사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또 감독회장 겸임제를 도입할 경우 감독회장이 개체교회를 담임하면서 감리회본부 행정을 관리하는 것은 업무의 부담이 너무 과다한 것은 물론 감리회본부 행정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본부 행정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제도를 도입하여 이를 보완하기로 했다. 이렇게 될 경우 감독회장에게는 영적지도자로서의 권위와 위상을 부여하고, 감리회를 대표하는 대외적인 직무에 전념하게 될 것이으로 보인다.

개혁특위는 이 복수의 안을 감독회장에게 보고하고 감독회장은 복수의 안을 장정개정위원회에 제안하여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잦은 선거로 인한 폐해를 줄이고 항구적 영적 지도력의 필요를 제기하며 종신제를 채택하자는 일부 위원들의 주장이 있었으나 특위의 제안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선거법 - 제비뽑기 혼합과 신고포상제 도입

금권선거 시비로 지도력의 심각한 저하가 지적되고 있는 감독회장 및 감독 선거제도는 금권선거 방지에 초첨이 맞춰져 있다. 현행 직접선거제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제비뽑기 방식을 혼합하는 방식을 채택하되 경과조치를 두어 내년의 선거에서는 현행대로, 혼합형은 2019년선거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혼합방식을 유예시행하려는 이유는 현재 감독선거를 준비하는 그룹의 저항이 예상되면서 올해 입법의회에서 아예 부결되는 것 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제비뽑기 혼합방식 감독선거제도는 현행 선거법에 따라 투표를 실시하되 유효투표의 2/3 이상을 득표한 자를 당선자로 결정하고, 2/3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혹은 1,2,3위를 대상으로 제비뽑기를 실시하여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신고포상제 등 선거에서의 불법과 부정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제방안을 마련한 것이 눈에 띈다. 부정 불법을 저지를 경우 1년 이상의 정직과 4년 이상 선거권 및 피선거권 박탈, 그리고 불법과 부정행위로 인한 재정적 손해에 대한 변상책임을 지우기로 했다. 이 처벌은 살포자, 수수자, 전달자 모두에게 해당한다. 선거감시를 강화하기 위해서 불법과 부정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에게는 100만원의 포상금을, 금품수수를 신고하는 사람에게는 신고금액의 50배를 포상하도록 하되 그 비용은 불법과 부정행위 당사자가 변상하도록 했다.

개혁특위는 감독회장 및 감독의 후보의 난립을 방지하고 그 자격을 검증하기 위해서 후보 공천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감독회장의 경우 2개 이상의 연회의 의결로 후보공천을 받거나 2개 이상 연회의 교역자와 평신도 선거인 10인 이상 30인 이하의 추천을 받아 입후보할 수 있도록 하고, 감독의 경우 5개 이상의 지방회 소속 선거인 5내지 20인의 추천을 받아 입후보할 수 있도록 했다.

조직과 행정법 - 연회 지방회 통폐합

조직과 행정법에서는 연회를 5개로 통폐합하고 지방회는 100개 내외로 조정하기로 했다. 또 각 의회와 위원회의 위원 구성은 50세 미만인 사람 중에서 50%를, 50세 이상인 사람 중에서 50%를 의무적으로 선출하도록 하여 세대 간 균형을 이루도록 했고, 여성의 30%를 우선 배정하도록 하여 성별 균형도 이루도록 했다. 이렇게 될 경우 감리회 의회와 위원회는 다양성을 확보하고 세대 및 성별 균형을 이루어 타 교단과 비교하여 모범적인 의회 및 위원회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감독회장과 감독은 물론 사무총장과 본부 총무, 연회 총무 등 선출직의 자격도 강화했다. 감독회장과 감독에게 적용되는 부담금, 재산편입, 의무 재직연한, 교회법으로 인하여 자격정지 등의 처벌을 받지 않은 사람, 형사처벌의 경우 “형의실효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이 실효된 경우를 제외하고 정회원을 허입한 후 대한민국 형법(특별형법 포함)에 의하여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는 정회원” 등으로 동일하게 적용하여 이와 관련한 논란을 제거하기로 했다.

본부개혁

본부개혁과 관련, 본부의 개체교회 목회지원 기능과 정책기능을 강화하고 인사관리를 체계화하여 유능한 인재들의 집합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직원의 근무성적을 매년 평가하여 직원 스스로 능력과 자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도록 하였으며, 그 결과를 인사에 반영하도록 하여 능력이 없는 직원의 경우 자연스럽게 정리될 수 있도록 했다. 또 신규채용의 경우 공개채용을 원칙으로 하되 능력과 자격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두어 유능한 인재의 발굴과 인용, 업무능력의 향상을 꾀하기로 했다.

법인 환수법 - 빼앗긴 감리회설립학교 찾아오기

감리회가 설립한 학교법인, 사회복지재단 등 20여 개의 법인에 대해 정관을 개정하여 이사의 과반수를 감리회가 파송한 이사로 채우도록 하되, 정관개정을 위하여 1년 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 기간 동안에 정관개정을 하지 않을 경우 감리회 내에서 모든 의회의 발언권, 의결권, 선거권, 피선거권을 정지하고, 감리회 내 모든 직책에서 자동 해임되도록 하는 한 편 은퇴한 교역자에 대해서는 은급비 지급을 중단하는 등의 제제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이 법안의 목적은 법인의 사유화를 막고 감리회 법인설립의 정신을 바르게 실현해 나가게 하려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주연회 독립

미주연회를 독립시키기로 하고 관련조항을 모두 장정에서 삭제한다는 방침이다. 미연합감리회와 같이 자유롭게 KMC와 인사교류가 가능해 지도록 했다. 단 UMC에서 이명하여 올 경우 1년의 서리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조항을 삭제해 사실상의 불리함이 없도록 한다는 방안도 검토되었다. KMC에 남길 원한다면 국외지방을 설립하여 한국의 연회에 소속할 수 있다. 미주연회 독립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재산관리법 신설

감리회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재산 및 물품을 보호하고 그 취득, 유지, 보존 및 운용과 처분의 적정을 도모하기 위해 기독교대한감리회 재산관리법을 제정했다. 기존의 금촌묘지관리나 건물관리 등 6개로 분산되 있던 재산관련 규정을 하나로 통합하여 효율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감리회 법원 설립

이미 신뢰를 상실한 감리회 재판제도의 획기적인 제도 변화를 추진했다. 우선 재판법을 법원조직법과 재판절차법으로 분리, 법원조직법을 제정하여 감리회법원을 설립하기로 했다. 감리회 행정과 의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감리회법원의 설립으로 재판의 신뢰회복, 전문성과 공정성 확보, 비용절감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감리회법원장은 총회에서 선출하며 감리회법원에 재판관을 두어 이들로 합의재판부(1심)와 전원재판부(2심)을 구성해 징계재판, 행정재판 등 감리회 내의 모든 법률상 쟁송의 심판뿐 아니라 장정을 최종해석하는 장정유권해석을 담당하도록 했다.

세습방지법 강화

현행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그 자녀의 배우자를 연속해서 동일교회의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는 세습방지법안중 논란이 되던 ‘연속해서’라는 문구를 ‘5년이 경과되기전’으로 바꾸어 소위 ‘징검다리 세습’을 막기로 했다.

거기에 “담임자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를 당해 개체교회가 청빙한 담임자가 이임한 개체교회에 청빙하는 경우”인 소위 ‘교차세습’도 막았다. 이는 장로의 자녀와 그의 배우자에게도 해당한다. 그러나 자녀를 분립개척하는 방법이나 세 번이상의 이동을 통한 세습같은 경우는 “제제가 과하다”는 이유로 채택하지 않았다.

교역자생활보장법

개혁특위는 교역자생활보장법을 제정해 미자립교회 교역자의 생활을 책임진다는 방침이다.  개혁특위에 따르면 감리회 소속 개체교회 중 46.8%가 연 결상액 3500만원 미만의 미자립교회이고, 보건복지부가 정한 2015년도 4인가족 기준 최저생계비는 167만원인 반면, 감리회 소속 미자립교회 담임자들이  교회로부터 받는 급여의 평균액은 6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를 방치하고는 교역자가 목회에 전념하는 것은 물론, 질 높은 교역자의 수급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감리회 차원에서 미자립교회 교역자의 생활을 보장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것은 타 교단과 비교하여 때늦은 감이 있다. 이미 구세군, 예장통합, 예장합동, 기장, 성결교회, 예장고신 등 대부분의 교단은 미자립교역자 생활비 지원정책을 이미 시행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교회가 지급하는 급여를 포함해 모든 미자립교회 교역자들에게 100만원을 지급할 경우 년간 소요되는 비용이 180억원 반면 현재 감리회 소속 교회들이 미자립교회를 지원하는 데 사용되는 선교비가 100억원에 이르고, 연회나 지방회가 지원하는 금액이 50억언 정도라는 점에서 개체교회들이 그동안 지원해 왔던 지원금을 통합하는 등 조금만 힘을 모으면 재원조달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개혁특위는 교역자생활보장을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 개체교회가 본부, 연회, 지방회 부담금을 각 0.5%로 줄여 합산액 1.5%에 0.5%를 증액한 2%의 부담금을 신설하여 재정을 충당하기로 했다. 이 결과로 은급부담금이 기존1.5%에서 2%로 오른 것 까지 포함하여 개체교회의 기존 4대부담금 4.5%가 5.5%로 상향됐다.

생활보장법에는 시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법이나 부정에 대해서는 철저히 처벌하고 또 심사와 대상자 선정을 공정하게 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등 법 시행에 따른 일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증유의 감리교회 위기를 극복하고 희망있는 미래를 열기 위해 개혁 외에 다른 길이 없어 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한지 1년여. 숨가쁘게 달려온 개혁특위의 개혁안이 번번이 기득세력에 막혀 좌절했던 지난 개혁가들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을지라도 개혁법안이 통과되어 최소한 감리회 개혁을 시도나마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인지, 그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