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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열매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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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05월 22일 (금) 18:00:56
최종편집 : 2015년 05월 22일 (금) 18:04:10 [조회수 :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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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심판. 예수는 의인들에게 자신이 주릴 때, 목마를 때, 나그네 되었을 때, 벗었을 때, 병들었을 때, 옥에 갇혔을 때 그들이 사랑을 베풀었노라 말했다. 그들은 반문했다. “우리가 언제 그러신 걸 보고 사랑을 베풀었습니까?” 예수의 대답은 이랬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내게 한 것이다.” 한편, 너희는 그렇지 않았다는 질책을 받은 저주 받은 사람들은 예수께 이렇게 따져 물었다. “우리가 언제 그러신 걸 보고도 그렇게 안 했다는 말입니까?” 예수는 대답했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다.”

만일 이 이야기를 읽고 이제부터라도 의식적으로 주위에 불쌍한 사람들이 있나 잘 보고 사랑을 베풀어야지,하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야기의 본질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지극히 작은 자’는 결코, 어떠한 경우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작은 자는 불의한 자들에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지극히 작은 자는 의인들에게도 역시 보이지 않았다. 지극히 작다는 바로 그 말처럼, 그들은 너무나 작아서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사랑은 결국 의식의 문제가 아니라 무의식의 문제다. 저주 받은 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사랑을 베풀지 않았고, 의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사랑을 베풀었다. 사랑은 의식적으로 행하는 무엇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내게서 일어나는 무엇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사랑은 나의 의지를 통해 행하는 무엇이 아니라, 나의 어떠함으로부터 흘러나가는 무엇이다. 최후의 심판 이야기를 통해 예수는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지도 모른다. “하나님은 네가 무엇을 한 인간인지가 아니라, 네가 어떠한 인간인지로 너를 심판하실 것이다.”

저 유명한 성령의 9가지 열매 역시 비슷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등등과 같은 성령의 열매들을 맺기 위해 의식적으로 애쓰라는 얘기가 아니다. 놀랍게도 원문에서 ‘성령의 열매’의 ‘열매’는 복수가 아닌 단수다. 즉, 성령의 열매들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은 단 하나인 성령의 열매인 것이다. 핵심은 이것이다. “그러니 좋은 나무가 되어라.” 열매는 나무만 좋다면 자연스럽게 열리는 무엇이지, 애쓰고 노력해서 열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성경의 윤리는 ‘선한 일을 행하라’가 아니라, ‘그런 일들이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선한 사람이어라’라는 명령이다. 그러니 우리는 끊임없이 주의해야 한다. 나의 행함으로 나를 괜찮은 인간으로 평가하고 착각하는 일을 말이다. 악에 대항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를 선한 자로 만들지는 않는다는 헤밍웨이의 말처럼,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내가 어떠한 사람임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마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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