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조가 신약시대와는 상관이 없다는 점을 더 확실하게 하면서 십일조에 대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을 제시해 보려고 한다.

요즘 많은 사람이 문제 삼는 십일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누가복음 저자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누가복음 서두에서 그동안 복음의 내력을 기록한 사람이 많았지만 그도 복음서를 쓰는 것은 그의 독자가 알고 있는 것을 “더 확실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하나님의 것을 도적질하지 말라는 말라기의 말씀을 지키려고 인색한 마음 없이 십일조를 냈다. 교회를 지을 때는 재산의 십일조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많은 사람이 그 십일조를 문제 삼고 있다. 그 십일조로 인해서 대형교회에 돈이 쌓이고, 그 돈으로 인해서 교회가 부패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십일조는 구약시대의 규정이지 신약시대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구약과 신약의 십일조에 대한 기록

구약에 따르면 12지파 중에서 레위지파만이 땅을 분배받지 않았고 그들은 성막을 돌보는 일을 맡았다. 그들에게는 소득이 없었기 때문에 11지파가 십일조를 내서 그들의 생활비를 조달했다. 이 십시일반의 정신을 현대교회에 적용한다면 11가정만 십일조를 내면 한 명의 목회자를 부양할 수 있다. 20가정이 십일조를 내면 목회자의 생활비 외에 교회 유지까지 가능하다. 30가정이 십일조를 내면 부교역자를 한 명 채용할 수 있고, 40가정이 십일조를 내면 선교사를 한 명 파견할 수도 있다. 만약 60가정이 십일조를 낸다면 교회 재정에 여유가 생겨서 교회 건물을 넓힐 수도 있다. 교인 수가 1,000명이 되어서 그 중 100가정이 십일조를 낸다면 돈이 남아돌고 그 남아도는 돈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된다.

지금처럼 목회자들의 권위가 높아진 때에 그 돈에 가장 먼저 욕심을 낼 사람은 담임목사이다. 감리교신학대학을 비롯해서 목사들이 이사진을 구성하고 목사가 이사장인 기독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대학들을 보면 일반 사회인들보다도 목사들이 이권을 더 밝히고 비리를 저지르는 데에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일반 사립대학에서보다 교회 재단에서 운영하는 대학에서 분규가 더 많이 일어난다. 그것은 평소에 자기네 교회에서 전횡하던 목사들의 습관이 대학의 이사나 이사장으로 일할 때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십일조의 관행은 12지파로 나뉘어 있던 유대사회에서 통용되던 것이다. 말라기에서는 십일조를 하나님의 것이라고, 십일조를 내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것을 도적질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3:8-9), 신약교회에서는 제사장 제도가 없어지면서 레위인들의 역할이 필요 없게 되었기 때문에 자연히 십일조의 개념도 사라졌다. 대부분의 사도들이 교인들로부터 생활비를 조달받았지만, 바울은 장막을 만드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바울이 자비량 선교를 했다는 데서 초대교회에서 십일조를 강조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십일조를 드리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것을 도적질하는 것이라는 말은 구약교회에만 해당되는 말이다. 여호와가 십일조를 드리라고 명령하셨고 그 십일조로 성막에서 일하는 레위인들의 생활비를 댔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드리는 십일조는 여호와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사장 제도가 없어지면서 11지파와 레위지파의 관계가 와해된 신약교회에서는 구약시대의 여호와의 명령은 의미가 없게 되었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갈등을 몸소 체험했고, 나아가서 그 차이를 강조했던 바울은 십일조가 적용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바울은 십일조를 드리라고 권면한 일이 없다. 그는 헌금에 대해서 십일조를 언급하지 않고 “인색함으로나 억지로 하지 말지니”(고후 9:7)라고 말했다.

예수님 역시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십일조를 드리라고 언급하신 일이 없다. 예수님이 마태복음 23장에서 십일조에 대해서 언급하셨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눅 11:42는 병행구). 거기서 예수님은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가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는 드리되 더 중한 바 정의와 긍휼과 믿음은 버렸도다 그러나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지니라”(23)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예수님은 십일조를 드리면서 더 중한 것을 버린 바리새인들을 책망하셨다. 혹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이 십일조를 드리는 것을 금하지 않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들은 구약의 법에 따라서 구약의 율법을 지킨 사람들이지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유대인들은 계명에 따라서 십일조를 철저하게 드렸다. 그래서 예수님은 유대인들에게 십일조를 내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셨다. 그리고 예수님의 강조점은 그들이 “정의와 긍휼과 믿음”을 버렸다는 데에 있었다.

그리고 누가복음 18장 12절에도 십일조가 나오는데, 거기서 바리새인이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또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나이다”라고 기도한다. 여기서 예수님은 자기 행위를 자랑하는 기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시기 위해서 비유로 말씀하시면서 금식과 십일조를 언급하셨다. 따라서 이 성경 구절을 가지고 예수님이 십일조를 긍정적으로 말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이다. 예수님은 바리새인이 내는 십일조를 언급하신 것이지 유대인들에게나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십일조를 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는 않았다.

그리고 히브리서 7장 1-9절에도 십일조가 언급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아브라함이 살렘 왕 멜기세덱에게 십일조를 바친 것을 말하고 있다. 히브리서 저자는 십일조를 제사장에게 바쳤다고 말하면서 9절에서 레위인들과 관계된 십일조를 언급하고 있지만, 그 언급도 유대의 율법에 연관된 것일 뿐 제사장 제도가 없어진 기독교와는 상관이 없다. 히브리서 저자는 그 이하에서 대제사장이 되신 예수님을 언급하면서 “전에 있던 계명은 연약하고 무익하므로 폐하고”(18)라고 말하고 있다. 이 저자는 예수님이 대제사장이 되신 신약시대에 와서는 십일조가 폐기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개신교의 십일조에 대한 통념은 깨어져야 마땅하다. 개척교회나 작은 교회의 교인들은 교역자의 생활비와 교회의 유지를 위해서 자원하여 십일조 이상의 헌금도 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신약시대에는 교회의 재정이 부족하더라도 구약시대의 십일조를 강조해서는 안 된다. 어떤 계율에 얽매어서 마음에 부담을 가지고 내기보다는 바울의 말대로 인색한 마음이 없이 자원하여 내는 헌금이 은혜롭다. 신약시대에 폐기된 그리고 교인들에게 부담을 주는 십일조를 계속 강조하는 것은 참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큰 교회에서 십일조를 강조한다면 그것은 욕심을 채우려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신약시대에 십일조를 입에 올리는 것은 구약의 시대와 신약의 시대를 구분하지 못하는, 착각에 빠진 사람의 행위이다.

일전에 만난 내 친구는 그가 성당으로 교회를 옮긴 것은 그의 부인의 요청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가난한 가정의 장남인 그 친구는 동생들을 교육시키는 부모님을 도와드려야 했다. 중등교사의 월급으로 시동생들의 학비를 보조하고 자신의 자녀들을 키우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그의 부인은 십일조의 부담이 없는 교회로 나가자고 계속 남편을 졸랐다. 부인의 요청에 못 이겨서 그리고 부인의 말에 일리가 있어서 교회를 바꾸게 되었다고 했다. 그 후로 친구 내외는 거기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왔단다. 내 친구의 일은 30여 년 전의 이야기지만, 요즘도 십일조 문제로 교회를 바꾸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개신교 강단에서 더 이상 십일조를 강조하지 말아야 한다. 십일조는 신약의 시대에 폐기된 것일 뿐 아니라 현대교회에서 교인들이 십일조에 대해서 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십일조로 인해서 대형교회의 부패가 가속화하고 있다. 개혁자들은 ‘오직 성경’을 내세우면서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성모숭배, 연옥, 고백 같은 가톨릭교회의 전통을 폐기했다. 우리도, 개혁자들을 따라서, 신약에 기록되지 않은 십일조의 관례를 폐기해야 한다.

혹 구약에 십일조가 나와 있으니 우리도 십일조를 드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예수님이 대제사장이 되신 신약의 시대에는 제사장을 위해서 십일조를 드리는 일이 필요 없게 되었다. 혹 목회자를 위해서 십일조를 내야 한다고 말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때 내는 헌금을 십일조라고 이름 붙일 필요는 없다. 바울의 말대로 자원하는 마음으로 헌금을 드리면 된다.

자비량 목회의 필요성

목사가 직업을 가지면 십일조에 대한 통념을 깨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부인이 직장에 나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목사가 일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 목사의 부인이 직장에 나가는 경우도 많다. 자비량 목회는 바울의 예를 따르는 성경적인 일이다. 우리의 잘못된 통념들 가운데 한 가지는 목사는 다른 직업을 갖지 않고 목회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느 교단에서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목사 안수를 하지 않는다. 목회가 부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교인이 10명 미만인 개척교회의 목사도 생활비를 벌려고 하지 않고 날마다 기도만 한다. 그런데 교인이 여러 해를 두고 20명이 넘지 않으면 어떻게 생활해 나갈 것인가? 장막을 만들어서 자기뿐 아니라 일행의 생활비까지 댔던 바울이 그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내가 나가는 탁구장에는 30대 후반의 젊은 개척교회 목사가 오전에 탁구를 하러 나온다. 그 젊은 목사가 교회를 개척하고 있다는 것을 안 탁구장 사람들은 그가 전도하기 위해서 탁구장에 나오는 줄로 알았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그 목사는 어느 누구에게도 자기 교회에 나오라고 권면하는 일이 없었다. 어느 날 점심을 같이 하면서 나는 그 목사에게 생활이 될 만큼 교인들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 목사는 대답할 마음이 별로 내키지 않는 어투로 친구 목사들이 지원해 준다고 얼버무렸다. 그리고 태권도 도장을 하다가 그만 두고 목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대로 간다면, 생활이 안 되기 때문에, 이 목사는 머지않아 태권도장으로 돌아갈 것같이 보였다.

이 목사가 태권도장을 운영하면서 교회를 개척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일자리가 있다면 친구 목사들에게 신세지지 않고, 생활비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교회를 개척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교회를 개척하는 경우 혹은 작은 교회를 담임하는 경우 시간이 남아돌게 마련이다. 미국의 한인교회 목사들은 그런 경우에 주유소에 나가거나 밤에 건물 청소를 맡아서 한다. 물론 한국에서는 그런 시간제 일을 얻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그보다 목사들이 일하지 않는 것은 목사 체면에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단에서는 원칙적으로 겸직을 금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직장에 나가던 사람도 직장을 그만 두고 교회를 개척한다.

이제 우리는 목사는 일하면 안 된다는 통념을 깨야 한다. 직업을 가진 목사에게 우선적으로 목사 안수를 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교회를 개척하거나 작은 교회를 담임할 경우 일주일 내내 교회일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옛날과 달리 요즘에는 토요일에 쉬기 때문에 토요일에 심방하기도 하고 설교준비도 할 수 있다. 실상 설교 준비는 집에 있으면서 일주일 내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직장에 나가 일하면서도 틈틈이 그리고 퇴근한 후 집에 와서도 설교를 준비할 수 있다. 그리고 토요일에 중점적으로 정리하면 된다. 이러한 목사에게 있어서 그의 직장은 목회를 위한 부업이 된다.

직업을 가진 목사는 작은 교회에서도 십일조를 강조하지 않고서 마음 놓고 목회할 수 있다. 교인들도 작은 교회에 나가는 데에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목사들은, 신부들과 달리, 가정을 가지고 있어서 자녀들을 키우고 교육을 시키는 데에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목사는 월급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고 때로는 월급을 올려달라고 한다. 작은 교회들에서는 목사 자녀의 교육비까지 책임지다 보니 교회 살림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장로들은 어려운 교회 살림을 꾸려나가기 위해서 십일조를 강조하는 목사에게 동조하게 된다. 목사가 교인들에게 십일조를 강요하는 경우 자신을 위한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자녀들이 장성하면 자녀들을 돕기 위해서 돈이 필요해진다. 그래서 교회의 재정이 남아돌면 교회 돈에 손을 대고 싶어진다. 교회 돈은 임자 없는 눈먼 돈이라는 말이 있다. 교회에 돈이 남아도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어느 영국 소설가는 그의 작품에서 ‘동생이 가는 길에 유혹물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목사 앞에 유혹물을 놓고 목사가 그 유혹에 넘어갔다고 그를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유혹물을 놓은 그 사람이 잘못이다.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자녀를 둔 목회자의 가정을 부양할 능력이 없는 교회가 많다. 그런 교회 사정을 잘 알면서도 전적으로 교회에 의탁하는 목회자들은 항상 마음이 편치 않다. 어느 목사가 고백한 것처럼, 그런 경우에 그 목사의 기도는 자기 생활비를 위한 기도가 대부분일 수 있다. 그의 전도 목적은 예수님의 복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실상 자신의 생활비를 벌기 위한 것일 수 있다. 그의 목회 전체가 생활비를 벌기 위한 직업일 수 있다. 어느 목사는 젊은 시절에 이 사실을 발견하고 목회를 접었다고 고백했다. 지금 작은 교회의 목사들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참담한 상황을 벗어나는 길 그리고 대형교회의 부패를 막는 길은 자비량 목회의 실천이다. 바울은 “이 손으로 나와 내 동행들이 쓰는 것을 충당하여 범사에 여러분에게 모본을 보여 준 바와 같이”(행 20:34-5)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도 열심히 전도하고 많은 교회를 세운 바울이 손수 일해서 생활비를 벌었다면, 교회를 개척하는 목회자들이나 작은 교회를 담임하는 분들이 일하지 못할, 직업을 갖지 못할 이유가 없다. 목회자가 스스로 돈을 버는 것은 두 렙돈을 헌금한 가난한 과부처럼 목사와 교회를 위해서 힘겹게 헌금을 내는 교인들을 돕는 일이다. 자기는 일하지 않고 교인들에게만 의지하는 것 그리고 몇 년이고 친구 목사들의 도움을 받는 것은 부끄러운, 무책임한 일이다.

고린도전서에서 바울은 자기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일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복음에 아무 장애가 없게 하려 함”(9:12)이라고 말하고 있다. 작은 교회의 목회자가 일을 하지 않고 전적으로 교인들에게 기대는 것은 교인들에게 큰 부담을 주는 일일 뿐 아니라, 복음에 장애가 되는 일이다. 교인들은 일하지 않는 목사를 위해서 십일조를 내야 하거나 십일조 이상의 부담을 해야 하고 결국 그런 부담은 복음에 장애가 되기 마련이다. 그런 부담 때문에 사람들이 작은 교회를 피하고, 그 결과 작은 교회가 부흥하기 어렵게 된다.

바울은 특수한 경우였다고, 다른 사도들은 부인을 데리고 다니기도 하고 교회에서 생활비를 대지 않았느냐고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활비를 댈 여유가 없는 교회에 기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구약에서는 제사장이나 성막일을 돕는 레위인들이 일을 하지 않았지만, 신약에서는 목사가 일하면 안 된다고 말한 일이 없다. 오히려 바울이 일하는 모본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목회자의 생활비를 댈 수 있을 만한 큰 교회라면, 교회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목사가 목회에 전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부인이 직장을 가지면 목사가 아주 자유롭다.

내 고향 교회에서 시무하던 한 목사는 부인이 초등학교 영어교사였다. 그런데 장로들이 목사를 못마땅하게 여겨서 교회를 옮겨주기 원했다. 일부에서는 그 목사를 좋아해서 붙들려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에 교회에 어려움이 생겼다. 그때에 그 목사는 마땅히 갈 만한 곳이 없는데도 미련 없이 사표를 냈다. 그래서 교회에 불어 닥쳤던 회오리바람이 잠잠해졌다. 다음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부인이 생활비를 자기가 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소신껏 하라고 목사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그 목사는 한 해쯤 쉬다가 청빙을 받아서 좋은 교회로 갔다.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목사는 청렴해야 한다고, 왜 대형교회는 그렇게도 부패한 것이냐고, 십일조를 거두어서 돈이 많기 때문이라고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별로 효과가 없다. 실상 많은 목회자들이 생활비가 부족해서 고생하고 있는 지금, 그런 비판은 일부 대형교회에 해당할 뿐이다. 십일조는 신약시대에 와서 폐기된 것이라고 외쳐도 소용이 없다.

십일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비량 목회의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러면 작은 교회의 문제도 큰 교회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