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후 단 1명도 구조하지 못하다니 어찌 그런 일이……

지난 4월 16일로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만 1년이 되었다.

2014년 그러니까 작년 4월15일 오후9시, 세월호가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과 교사14명, 인솔자 1명, 그리고 일반탑승객 74명, 화물기사 33명, 승무원 29명 등 모두 476명의 탑승객을 태우고 인천을 출발하여 제주도로 향해 항진하던 중 그 다음날 오전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침몰하였다.

4월16일 오전 8시49분, 급변침에 의해 배는 중심을 잃고 기울어져 표류하기 시작했고, 8시 51분에 단원고 학생 한 명이 119에 구조요청 신고를 했다. 배는 침몰하고 있었지만 선내에서는 “이동하지 말라”는 방송이 연신 흘러나왔다. 9시35분, 해경 함정 123정이 도착했다. 기관부 선원 7명이 승객을 버리고 탈출해 구조됐고, 조타실 선원들도 뒤따라 탈출했다. 침몰 전까지 172명이 구조됐지만, 10시30분쯤 침몰한 이후로는 단 한명도 구조되지 못했다. 그래서 304명의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 수장되고 말았다. 그것도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봉오리인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구조에 조금만 더 효율적으로 임했더라면 단 1명도 구조하지 못하는 그런 끔찍스런 최악의 비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두 번 다시 이 같은 불행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정말이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으리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누더기 같은 특별법의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맞기는 시행령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는 첫 단계는 일어난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진상‧진실 규명 없이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같은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다. 그런데 그 진실규명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이 아닌가 하는 방정맞은 생각이 든다.

방정맞다기보다 불안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은 그런 생각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양쪽으로 갈려 옥신각신할 때부터 이미 싹트기 시작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조사위원회에 주면 나라의 법체계가 무너진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을 때 저들이 저러는 진짜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법조계의 다대수가 법체계상 문제가 없다고 하는 데도 기를 쓰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은 진실을 규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막으려는 데에 방점이 찍힌 거라고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이지만 결국 특별법은 만들어졌다. 누더기 같다는 평의 꼬리표가 붙기는 했지만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서 진실규명은 상당부분 물거품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심각성은 그에 따른 시행령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그런 시행령으로 진실을 규명한다니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맞기는 꼴이 된 것이다.

특별조사위 업무의 총괄‧기획‧조정 역할을 파견 공무원이 맡도록 하는 것도 모자라, 진상규명의 실질적 조사활동도 파견 공무원이 담당하게 하겠다니 도둑더러 도둑 잡으라는 것과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 모를 일이다.

이에 따른 비난이 거세지자 정부는 시행령의 수정안을 내 놓았는데, 그 역시 공무원이 조사위에서 담당할 역할이 달라진 건 없고 파견 부처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문구만 살짝 바꾼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사실 특별법 자체에 대해서도 그것이 만들어질 당시 유족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진상조사의 첫걸음이라도 떼어야만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했다. 그런데 시행령은 그렇게 만들어져 누더기 같이 된 특별법마저 무용지물로 만들기에 딱 좋도록 되어 있다. 유가족들은 “정부가 입법 예고한 시행령안은 특별법의 취지와 목적을 완전히 무시한, 진상규명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보고 그들만의 억지라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참사 당일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사고 당일을 보면 갈팡질팡 우왕좌왕 참사와 관련된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었다. 정부는 탑승 인원과 구조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탑승객 전원이 구조되었다는 보도까지 나돌게 했다. 국민들은 배가 침몰하는 그 시간에 대통령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알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참사가 있고 몇 개월이나 지난 뒤에서야 “박 대통령,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경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지 않고 전화로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유선으로 보고를 하는 것이 만나 모여서 보고를 드리는 것보다 더 빠르다”며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서 유선으로 보고 했고, 10시에 서면으로 보고를 올린 뒤에도 30분 단위로 보고를 했다. 직접 만나서 설명을 드리는 것 이상으로 대통령은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싶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서 유선으로 보고했’는데, ‘10시’에는 상황이 느슨해져 ‘서면으로 보고를’ 했는가. 대통령이 정말 ‘직접 만나서 설명을 드리는 것 이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면 10시에 서면보고를 받고 7시간이나 지난 뒤에 찾은 중대본에서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었겠는가?

물론 전화보고가 직접 보고하는 것보다 빠른 게 사실이고, 서면이 구두보다 간단명료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단 한 번도 대면보고가 없었다는 것에 대해 납득하라는 것은 우격다짐으로 검은 것을 희다고 하라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대통령 집무실과 보고자들의 방이 몇 십리 몇 백리가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의 전화보고는 대면보고 사이사이에 할 수 있는 것이고, 서면은 대면보고 때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당일의 베일 속에 가려진 대통령의 7시간이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는 한 기대하기 어렵다. 배가 가라앉으며 그 꽃봉오리처럼 아름답고 여린 생명들의 숨이 져 가고 있던 그때 대통령은 7시간 동안이나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조사위는 그 7시간에 대한 청와대 주장의 사실여부도 밝혀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시행령은 진실규명이 아니라 규명을 막는 걸림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폐기하고 조사위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시행령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장이 그 시행령 수정안의 철폐를 요구하며 농성까지 벌였겠는가. 진실규명의 성패는 정부의 의지여부에 달렸다는 것을 국민 누구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유가족들이 주장했던 것들을 대폭 받아들여 특별법을 만들어 지체 없이, 그리고 진상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조사에 임했다면 지금쯤은 이미 조사위의 활동은 끝이 났을 것이다.

생뚱맞게 생각나는 한 사람

4월 16일 참사 희생자 1주기에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길을 떠났다. 그 순방기간에 중국의 시진핑은 일본의 아베와 회담을 가져 양국 사이를 호혜관계로 진전시켰고, 아베는 미국 방문길에 올라 29일에는 미의회에서 연설까지 했다. 우리의 외교가 고립에 처한 형국이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전력부재가 부른 외교상의 위기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정부는 잘하고 있다며 자화자찬이다. 나라의 높은 분들은 자기가 저지른 비리가 드러나려 하면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럼도 없다고 항변한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 한 성서의 말은 거짓이 된다. 우리 한국에만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럼도 없는 의인들이 수두룩하니 말이다.

대통령은 선거의 달인으로서의 능력을 한껏 발휘하고, 나라에 굵직한 사건이 터지면 수사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화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선거 전에 한 발언이 어느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에 영향을 주었다면 그것은 선거운동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닐지라도 검찰의 수사에 영향을 주었다면 가이드라인이 된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이런 때, 이 시점에 생뚱맞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게 누구냐고? 고 채명신, 채명신 장군이다. 이런 답답한 현실과 그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하필이면 이런 때 그가 생각이 나는 거냐고 하지 말라. 그가 훌륭한 사람이기 때문이라 해도 그런 사람이 한둘이며, 그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없어서냐고도 하지 말라. 이유는 없다. 아니 있긴 있겠지만 필자 자신도 모른다. 그래서 ‘생뚱맞게’라고 한 것이다. 생각나는 단편적인 것 몇 가지만 말해 볼까 하니 들어 주기 바란다.

장군의 유언 “파월장병 사병묘역에 묻어 달라”

채명신, 그는 5사단장으로 복무하던 중 1960년 박정희가 주축이 된 5.16 군사 쿠데타 세력의 일원이 되어 휘하 야전사단을 이끌고 가담해 그 주역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박정희와는 같지 않았다.

쿠데타는 성공하였고, 65년에 그는 주월 사령관의 임무를 맡아 베트남으로 떠났다. 69년 5월 임무를 마치고 귀국한 그는 2군사령관으로 있던 중 72년 초에 호출을 받아 박정희 대통령을 만났다. 유신헌법을 앞에 놓고 있는 때였다.

대통령 박정희는 그에게 집권연장의 의중을 내보이며 군부 내의 지지를 이끌어 줄 것을 부탁했고, 그는 신의가 정치인의 생명이라며 극명하게 반대했다.

“각하. 정권을 연장하시겠다는 건 결국 이중플레이 아닙니까? 71년 연설에서도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입에 침도 마르기 전 정권을 연장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중플레이입니다. 무슨 명분으로 그러십니까? 정치라는 건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 이게 지도자의 생명인데 그렇게 나가시면 스스로 생명을 끊는 것 아닙니까”

이것이 그가 대통령에게 한 말이었다. 그때의 대통령은 하려고만 하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절대 권력을 쥐고 있었다. 그는 진정 용기 있는, 그리고 올곧은 군인이었다. 그 결과 대장 진급에서 탈락되고 퇴역으로 군문을 나와야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더라면 자신의 인생도, 대한민국의 앞날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채명신 그는 큰 별이 아니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이 같은 일화 이상의 중량감 있는 일화들을 숫하게 남기고 2013년 11월 25일 향년 87세로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파월장병 사병묘역에 묻어 달라.”

그의 유언이다. 유언조차 그답지 않은가. 아니 그의 정신이 말로 피어난 꽃이다. 목사가 되기를 원했지만 국가가 나를 더 먼저 필요로 하여 군인이 되었다는 그는 목사보다도 더 목사다운 군인으로 살다가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현충원 설립 사상 장군이 사병묘역에 안장되는 최초의 사례를 남기고 간 그가 하늘나라에서 지금의 이 나라를 바라본다면 어떠한 심정이 될까 싶다.

그의 수많은 일화들 가운데 하나만 더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군 유격대장 채명신과 조선공산당 제2비서 길원팔

1951년 1월말, 채명신은 유격부대 백골병단을 이끌고 적 후방 깊숙이 침투해 들어갔다. 그러던 중 3월 중순의 어느 날 특급정보를 입수했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군량밭이라는 마을에 인민군 거물이 묵고 있다는 정보였다. 그 거물이란 조선공산당 제2비서겸 북한군 현역 중장 길원팔이었다. 대남 유격대 총사령관인 그는 6.25 이전부터 남한의 동해안과 태백산맥에서 벌인 게릴라전으로 악명을 떨쳤던 인물이기도 했다.

길원팔이 묵고 있은 마을 주위에는 무장을 한 지방 자위대원 30명 가량이 지키고 있었다. 채명신은 우수대원 200명을 선발하여 마을을 포위했다. 적지이니 대원들은 모두가 인민군복을 입고 있었다.

채명신은 부하 몇을 데리고 자위 대장을 찾아갔다.

“길원팔 동지를 해치려는 불순세력들이 이곳에 침투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급히 내려온 특수부대다. 우선 동무들도 1차 조사할 것이 있으니 잠시 협조해 주기 바란다.”

채명신은 평안도 말로 이렇게 말했다. 자위 대장은 그의 평안도 말씨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그의 말에 응했다. 그는 월남 전 황해도 곡산에서 출생하였으나 평양사범학교를 졸업하고 평안남도에서 교편을 잡은 적이 있었다.

채명신과 그의 부하들이 방심한 자위대를 해치우기란 식은 죽 먹기였다.

김한철 대위가 이끈 대원들이 세포 위원장 집에 묵고 있던 길원팔과 그의 참모장 외팔이 강칠성 대좌를 체포하였다. 길원팔은 김일성의 직인이 찍힌 작전훈령과 친필 사인이 들어 있는 전선 사령관들 앞의 편지, 그리고 전방작전 상황도도 가지고 있었다. 대원들은 권총을 비롯한 그들이 가진 것 모두를 압수했다.

방에서 채명신이 길원팔을 직접 신문했다.

“몇 살인가?”

“말하지 않겠다.”

“고향은?”

“모른다.”

“학교는 어디를 나왔나?”

“일본 스가모 고등상업학교를 나왔다.”

“결혼은 했는가?”

“듣기 싫다. 네놈은 도대체 누구냐?”

적이 침투해 왔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대한민국 국군 유격대 사령관 채명신이다. 인민군복으로 위장하고 여기에 침투했다.”

“그 썩어빠진 남조선 괴로도당으로 여기에 침투할 놈은 없다. 너 반란군인가? 바른대로 대라.”

채명신은 길원팔에게서 범상치 않은 무엇인가를 보았다.

“만약 네가 나와 함께 남쪽으로 간다면 넌 분명히 영웅대접을 받을 것이다. 가서 너희가 말하는 인민을 위해 진짜 일을 해보자. 나와 함께 가자.”

“그 썩어빠진 땅에 내가 왜 가느냐?”

자칫 목숨이 날아갈 판인데도 그는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한 가지 부탁이 있다.”

길원팔이 말했다.

“말해 봐라.”

“어떻게 너 같은 인물이 썩어빠진 이승만 정권에 충성을 바쳐 게릴라전을 하는지 모르겠다. 포로로 잡혔다는 오명을 남기고 싶지 않다. 자결하고 싶다. 그게 안 된다면 네 손으로 죽여 달라.”

그는 역시 걸출한 인물이었다.

“차마 내손으로 죽일 수가 없다. 너를 죽이는 건 아까운 일이다. ”

“그럼 이왕이면 내 총으로 죽고 싶다. 김일성 동지께서 주신 권총이다. 내 총을 달라.”

이렇게 말한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부탁이 하나 더 있다. 밖에 열서너 살 된 소년과 소녀가 있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내가 자식처럼 길러 왔다. 남조선으로 데리고 가서 공부를 시켜 달라.”

“그렇게 하겠다.”

채명신은 권총에 실탄 한 발을 장전하여 그에게 넘겨주고 방을 나왔다. 자기의 등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면 역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두려움은 없었다. 총탄 포탄이 빗발치듯한 그 숫한 전투에서도 하나님께서 친히 방패가 되어 주셨던 일들이 그런 그를 만든 것이다.

채명신이 나오자 방에서 ‘탕’ 총소리가 났다.

채명신은 양지바른 곳에 그의 무덤을 만들어 주고, ‘金元八之墓’라 쓴 목비도 세워 주었다.

묘비까지 세워지자 채명신은 부하들과 같이 무덤을 향해 경례를 했다. 비록 적장이지만 그는 충분히 경례를 받을 만한 군인이었다.

1% 차이의 소중함

채명신은 길원팔과의 약속대로 두 아이를 데리고 대원들과 함께 고생고생 끝에 적진을 뚫으며 남하하였다. 여자아이는 전쟁 통에 숨지고, 남자 아이는 이름을 새로 지어 자기 집 호적에 동생으로 입적시켰다. 아들이 아닌 동생으로 입적시킨 것은 자신이 25세로 아직 미혼이었고 소년과의 나이가 11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서였다.

그는 소년을 동생이라기보다 아들처럼 길렀다. 소년도 채명신의 동생으로서 부끄러움 없이 성장하기를 바랐다. 서울대에 들어갔고 이어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학위를 받은 뒤 박사학위까지 받아 서울 소재의 유명 대학 교수가 되었다.

채명신에게는 친동생이 있었으나 그가 51세 때 전사하여 채 교수는 유일한 동생이 되었다. 그가 세상을 떠 국립묘지 사병묘역에 묻히기까지 두 사람은 사이좋은 형제로서 우애를 나누었다.

채명신도 길원팔도 가고 이 세상에 있지 않다. 그런데도 이 시점에 그들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문제가 자기로 인해, 아니면 자기와 연관을 가지고 일어났는데도 마치 남의 말 하듯 하여 세상을 시궁창처럼 만들고 있는 비겁한 사람들이 득세를 하다 보니 답답하여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채명신도 길원팔도 나라에 충성하는 군인으로서의 애국자였다. 그런데 지금은 대한민국에서도 북한에서도 그런 애국자들을 찾아보기가 힘이 든다. 북한에는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아니면 자신의 영달을 위해 아직 애숭이에 불과한 김정은에게 아부를 충성으로 꾸며 하고, 남쪽의 한국에서는 오로지 자기의 영달만을 위해 흰 것도 검다고 속임수를 쓴다. 사람들은 속는 줄도 모르고 그런 자들에게 박수를 치며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다. 알면서도 모른 척 그리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하기야 그놈이 그놈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니 우리의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놈이 그놈일 수는 없다. 손톱만큼이라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이다.

티끌도 모이면 태산이 되는 것이다. 손톱만한 차이가 겹치고 겹친다면 하늘과 땅의 차이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현실은 밝다. 단 1%라도 정직한 쪽에 박수를 보낸다면, 그리고 그것이 100번 겹쳐진다면 우리나라는 100% 정직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이다.

히딩크는 2002 월드컵 개막을 50일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현재 가능성은 50%다. 하지만 남은 50일 동안 하루에 1%씩 끌어 올리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한국은 16강이 아닌 4강이라는 입이 딱 벌어질 성과를 올렸다. 1%는 이처럼 대단하고 굉장한 것이다.

* 채명신 장군에 관한 일화는 sana1288님의 블로그에 실린 "전 주월 한국군 사령관 채명신의 전쟁과 평화"(김수호<앙드레명상 발행인>) 가운데에서 발췌하여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몇 가지의 자료를 참고로 필자가 재 구성한 것입니다. <위키백과> <시사상식사전> 등도 참고했습니다.(필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