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주일을 안식일로 착각했다. 어려서부터 십계명을 줄줄 외었고 안식일에는 일하지 말라는 계명에 따라서 우리 집에서는 아주 바쁜 농번기에도 주일에는 일을 하지 않고 쉬었다. 그래서 나는 십계명의 안식일을 주일로 바꾸어 부르는 것으로 생각했다. 아무도 그 차이를 이야기해 주지 않았고 성경에도 주일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내 잘못은 아니었던 것이 분명하다.

대학을 다닐 때에야 안식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들이 지키는 안식일은 토요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식일과 주일의 차이를 알게 된 후에도 오랫동안 나는 십계명에 나오는 대로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는 안식일에 관한 계명은 주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믿었다. 교회에서는 주일에 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칠 뿐 아니라, 돈을 지불하는 상거래를 금했고 영화를 보거나 운동을 하거나 쾌락을 추구하는 일을 일체 하지 말고 거룩하게, 근엄하게 지내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일을 안식일처럼 거룩하게 지키려다 보니 특히 직장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직장에서 일직을 해야 한다든지, 특근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근무를 피할 방법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특별히 큰 어려움은 주일에 취직 시험이 있는 경우였다. 철저한 신앙인들은 그 취직 시험을 포기했고 어떤 사람들은 교인들에게는 몸이 아파서 교회에 못나간다고 핑계를 대면서 시험을 보러 갔다. 이렇게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려다 보니 교인들 중에 위선자가 많이 생겼다.

나도 그런 위선자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내가 주일 오후에 집사람과 백화점에 물건을 사러 간 일이 있었다. 우리는 맞벌이 부부였고 토요일에도 근무하는 때여서 주일날 오후야 말로 우리 내외가 같이 백화점에 갈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우리교회의 원로장로 내외를 만났다. 그 장로는 우리를 보더니 “허허, 구경하러 나왔구만. 우리도 구경하러 나왔어.”라고 말했다. 글쎄 그분들이 구경하러 나왔다는 말을 그대로 믿어야 할지 모를 일이었다.

그분들과 헤어진 후 집사람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 장로 내외가 백화점에서 우리를 보았으니 우리 내외가 주일에 백화점에 물건을 사러 왔더라는 말이 교회에 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도 꺼림칙하기는 했지만, 원로장로 내외 본인들도 백화점에 왔으니 그런 말을 하겠느냐고 집사람을 위로했다. 집사람은 그 장로는 구경하러 나왔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여전히 걱정을 했지만, 나는 우리도 구경하러 갔었다고 말하면 되지 않느냐고 대꾸해 주었다.

그런데 새로운 목사가 우리 교회에 부임하면서 주일 오후에 목사와 장로들이 함께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고, 주일 오후에 목사와 교인들이 탁구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유롭게 주일 오후에 백화점에 물건을 사러 가기도 하고 영화관에도 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식구들끼리 주일 저녁에는 외식을 하며 즐기기도 했다.

그 목사에 따르면, 주일은 주님이 부활하신 기쁜 날이기 때문에, 금욕적으로 절제하면서 지낼 것이 아니라 잔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회에서는 박수치며 춤추며 찬양하고, 떠들썩하게 운동도 하고, 같이 식사를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주님이 부활하신 날에 걸맞은 일이라는 것이다. 실상 교인들이 모여서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은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하신 만찬의 의미를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제약으로 인해서 우리의 삶이 억죄어지는 것은 주일의 의미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특별히 교회가 안식일을 지키지 않고 주일을 지키는 것은 기독교가 유대교와 다르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인데, 율법을 중시하는 유대교의 안식일에 관한 금기사항을 은혜를 중시하는 기독교에서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분별없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교회에는 안식일에 관한 유대교적인 엄격한 계율에 얽매어 사는 교인들이 많다. 어느 대학생이 2014년 12월 10일에 다음과 같은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안녕하세요. 전 독실한 크리스천 집안에서 태어난 모태신앙 22살 남자대학생입니다. 이번에 지식인에 질문을 올리게 된 게 시험이 일요일 날 잡혔습니다. 아버지는 주일날 시험을 절대 보지 말라는 의견이고 교수님과 상담을 했는데 교수님은 일요일 외에 시험을 치게 하는 건 특혜이므로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 . . 목사님이나 전도사님 등 크리스천 분들의 의견이 궁금하네요. 주일에 시험을 보는 것이 하나님의 뜻일까요 아닐까요? 앞으로의 사회생활이 걱정됩니다ㅠㅠ”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 글을 올린 대학생은 시험을 보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아버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면 인터넷에 자기의 고민을 해결해 달라는 글을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사회생활이 걱정됩니다ㅠㅠ”라는 말에는 이런 식으로 한다면 어떻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겠느냐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다. 따라서 이 학생은 앞으로 안식일에 관한 아버지의 말을 지킬 마음이 없다. 이 아버지의 태도는 아버지의 지도 밑에서 자란 아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 뿐 아니라, 실상 예수의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

안식일을 엄격하게 지키는 유대사회에서 예수는 특별하고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도록 예외를 인정해 주었다. 이 대학생의 아버지는 예수가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면서, 우물에 빠진 양을 안식일에 건져내는 것을 용인하고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잘라 먹은 제자들의 행동을 옹호한 사실을 잊고 있다. 이 아버지는 율법주의적인 유대교적 신앙을 벗어나지 못한 기독교인이고, 안식일과 주일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자신은 훌륭한 신앙인이라고 믿고 있지만, 실상 기독교 신앙의 진수를 터득하지 못하고 있는 분별없는, 착각에 빠진 사람이다. 이러한 신앙인이 나온 것은 이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구약의 가르침이 신약 시대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가르치지 않은 교회의 잘못이다.

실상 기독교에서는 구약에 있는 규례들 가운데서 많은 것을 버렸다. 여호와께서 쉰 안식일 대신 예수가 부활한 주일을 지킨다. 제사장 제도도 버렸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동물을 잡아서 태워 제사하는 일이 없다. 예수가 우리의 죄를 위해서 희생양이 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음식에 관한 규례도 지키지 않는다. 구약에서 먹지 말라고 한 비늘 없는 물고기나 굽이 갈라진 동물의 고기는 물론 동물의 피까지도 가리지 않고 먹는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할례를 행하지도 않는다. 신앙은 육체의 문제가 아니라 영적인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유월절을 지키지만 기독교에서는 부활절을 지킨다. 이스라엘 민족이 이방인으로 취급했던 우리에게는 선민의식도 없다. 레위기에 자세하게 나와 있는 여러 가지 삶에 대한 규례들을 거의 지키지 않는다. 이렇게 구약과 신약 사이에는 다른 것이 많다. 특히 요한복음에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예수가 유대인들과 각을 세웠다.

그런데 주일을 안식일처럼 거룩하게 지키려고 노력한 것처럼, 한때 한국교회에서는 여러 가지 구약의 규례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계명을 지키기 위해서 제사를 드리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국기에 대해서 경례하는 것도 우상에게 절하는 것으로 해석한 때가 있었다. 피는 생명이니 피를 먹지 말라는 규례를 지키기 위해서 순대를 먹지 말라고 가르치기도 했다. 그리고 교회의 강단은 하나님이 계시는 곳이라고 유대인들의 지성소처럼 신성시하면서 그 강단에는 목사와 장로 외에 평신도들은 올라가지 못하게 했다. 지금도 일부 보수 교단에서는 평신도들이 강단에 올라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것은 지성소와 강단을 동일시하는 일이고 제사장과 목사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분별없는 일이다.

신약에서 인정되지 않는 구약의 관행들이 아직도 한국교회에 많이 남아있다. 개신교회에서 강조하는 십일조는 구약 시대의 잔재이다. 레위기 27장, 민수기 18장, 신명기 14장에 기록된 십일조에 관한 기록을 보면, 땅을 배당 받지 않은 제사장들을 비롯해서 성막의 일을 돕는 레위 지파 사람들은 다른 열한 지파가 내는 십일조를 가지고 생활했다. 그런데 신약시대에 오면 제사장 제도가 없어지고 레위지파의 역할도 사라졌기 때문에 십일조는 의미가 없어졌다. 그래서 자비량 선교를 한 바울도, 머리 둘 곳이 없다고 말한 예수도 십일조를 언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지금 교회에서 십일조를 강조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한국교회가 대형교회를 많이 세운 것은 예루살렘 성전을 모방하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예수는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서 그 안에서 장사하는 자들을 내쫓으면서 성전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다고 한탄했다. 이 사건에서 드러나는 것은 큰 성전이 부패의 소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 큰 성전이 악의 소굴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성전이 파괴될 것이라는 예수의 예언은 성전을 크게 짓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한국교회의 목사들은 다윗과 솔로몬이 예루살렘 성전을 지은 것을 언급하면서 큰 건물을 하나님께 바치자고 교인들을 몰아세운다. 그 결과 한국에 대형교회들이 많이 세워졌고 그 교회들이 부패의 온상이 되고 말았다. 대형교회의 목사들은 착각에 빠져 있다.

목사들 가운데는 구약의 복과 신약의 복을 분별하지 못하고 물질의 복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호와는 아브라함을 부르면서 그에게 물질적 복을 주겠다고, 그의 자손을 창대케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신명기에는 순종하는 백성들에게 물질적인 복을 주겠다는 여호와의 약속이 반복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이렇게 구약에서는 물질적인 복을 중시했다. 그러나 신약에서 예수는 물질을 불신하고 영적인 복을 강조했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하늘에 보물을 쌓아두는 일이다. 그런데 일부 목사들은 구약의 복에 매달리면서 하나님을 믿으면 물질적인 복을 받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구약의 권위적인 여호와와 신약의 섬기는 하나님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구약의 여호와는 그가 준 계명에 순종하지 않는 사람을 징계하는 엄격한 신이다. 그러나 신약의 하나님은 그의 아들을 세상에 보내서 용서와 사랑의 모범을 보여준 자비의 신이다. 여호와는 자기의 백성을 종이라고 불렀지만, 하나님의 아들 예수는 섬기라고 가르쳤을 뿐 아니라 자신이 종이 되었다. 여호와는 전쟁의 신이지만, 하나님은 화평의 신이다. 유대인들은 그 여호와가 무력으로 그들을 해방시킬 메시아를 보내리라고 알고 있었지만, 하나님이 보낸 메시아 예수는 희생양으로 왔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예수가 메시아인 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우리는 구약의 가르침과 신약의 가르침 사이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기독교에서 구약과 신약을 모두 경전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구약을 분별없이 받아들이면 예수의 복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수가 있다. 한 마디로,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우리의 신앙의 기반은 예수의 복음이 기록된 신약이다. 그런데 성경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안식일을 주일인 줄 알았던 아이처럼 착각에 빠져 있다면, 그리고 자기들의 욕심을 위해서 구약을 이용한다면, 이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