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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라이(Beautiful Lie)
이광섭  |  h-stai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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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04월 05일 (일) 23:22:41 [조회수 : 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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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를 한 편 하겠습니다. 우리는 종종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만납니다. 너무 믿을 수가 없어서 그 이야기에 ‘미라클’ 혹은 ‘어메이징’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합니다. ‘뷰티풀 라이’ 라는 영화가 그렇습니다. 영화는 수단 내전과 그 과정에서 생긴 난민들, 특히 네 명의 ‘잃어버린 아이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수단 내전에서 생긴 고아들을 ‘잃어버린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반군에게 총알받이로 강제로 끌려갈까봐, 군인들의 횡포에 시달려 목숨을 잃을까봐 자신들의 고향을 떠난 아이들입니다. 수천 키로 미터를 걸어서 목숨을 부지하려고 케냐 난민촌으로 피난을 가는 아이들이지요. 그 길은 굶주림과 죽음의 위협이 도사리는 길입니다.

영화 속 아이들(마메르, 예레미야, 폴, 아비탈)은 기적처럼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고 케냐의 난민촌 ‘카쿠마’에 도착을 합니다. 13년이 흐른 뒤, 성인이 된 이들은 거대한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을 통해 꿈에도 그리던 미국에 둥지를 틀게 됩니다. 영화에는 거짓말이길 바라고 싶은 현실 세계의 부조리한 모습이 끔찍하고도 생생하게 묘사됩니다. 그리고 이런 부조리를 뚫어내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거짓말도 등장을 합니다.

제목을 ‘아름다운 거짓말’이라는 말로 장식해도 어색하지 않게 만드는 영화적 배경들이 여럿 있습니다. 리즈 위더스푼이 연기한 캐리의 모습이 대표적입니다. 캐리는 수단 난민의 미국정착을 돕는 직업 알선 상담사입니다. 리즈 위더스푼은 그녀의 이지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실용적인 미국인의 전형을 잘 보여줍니다. 남의 일에 상관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서 기쁨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 말입니다. 그런 캐리가 마메르와 형제들을 만나면서 변해가기 시작합니다. 마메르와 형제들이 미국에 들어오면서 여동생 아비탈과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된 이야기가 마음에서 계속 울리는 것입니다.

이들을 도우려고 백방으로 애를 써 보지만, 길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누군가 아비탈을 입양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결국 캐리는 아비탈을 입양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넣고, 아비탈을 입양합니다. 아비탈과 오빠들이 만나는 장면은 정말 해피합니다. 고립을 탈피하고 연대하는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참 좋은 영화. 여기까지만 해도 이 영화는 메시지를 제대로 버무려 맛을 낸 아주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마지막 울림은 헤비급입니다. 미국생활에 적응을 해가고, 의학공부를 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던 마메르에게 난민촌에서 편지가 한 통 날아옵니다. 발각된 군인에게 ‘나 혼자 낙오’ 되었다는 거짓말로 자기와 동생들을 살렸던 형 테오가 살아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형 테오를 만나기 위해 케냐 난민촌으로 날아간 마메르는 형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마메르는 형을 건져내 미국으로 들여보내려고 거짓말을 합니다. 마메르가 형 테오의 거짓말 때문에 살 수 있었던 장면이 오버랩 되는 명장면입니다.

‘뷰티풀 라이’가 감동을 주는 것은 밑바닥에 깔려있는 자기희생 때문입니다. 형 테오가 동생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것처럼, 동생 마메르 역시 15년 후 형 테오를 위해 자신을 희생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지구를 돌고 돌아 우리에게까지 왔습니다. 자신만을 위해 오로지 빨리 가는 길만 찾는 우리에게, 희생하고 연대하는 사랑이 삶을 얼마나 빛나게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망치가 되어서 말입니다. “빨리 가고 싶다면 혼자 가라. 멀리 가고 싶다면 함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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