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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지옥에 가시다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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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04월 03일 (금) 23:09:06 [조회수 : 3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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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성금요일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이 날부터 사흘째 되는 날인 내일 주일은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 가운데 성금요일과 부활절 사이인 오늘, 가장 큰 비극과 가장 큰 환희 사이에 끼인 이 토요일은 도대체가 존재감이 없는 날처럼 보인다. 교회에서 의미 있게 행하는 예식도 없다. 아무 색깔도 없어 보이는 이 무채색의 날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을까?

뜻밖에도 교회가 함께 고백하는 사도신경에는 이 날과 관련된 언급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회에서 삭제해버린 문구이기는 하지만 원래 사도신경에는 개신교회의 사도신경 중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장사한지 사흘 만에 죽은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며...”에서 ‘장사한지’와 ‘사흘 만에’ 사이에 생략된 부분이 있다. 그 말은 바로 이것이다. “그는 지옥에 내려가셨다.”

미국이나 독일 등 한국 이외의 나라들은 물론 이 말을 생략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가톨릭과 성공회만은 다음과 같이 예수께서 지옥에 가셨다는 언급을 각자의 사도신경 번역 안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가톨릭 사도신경) “본티오 빌라도 치하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묻히셨으며, 죽음의 세계에 내려가시어 사흘 만에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성공회 사도신경)

한국의 개신교회들이 이 말을 빼버린 데에는 물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 말이 가톨릭의 연옥교리를 연상시킨다는 염려도 분명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생략 없이 원래의 사도신경을 두고 볼 때, 예수님이 지옥에 내려가셨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신약에서도 가장 난해한 본문에 속하는 베드로전서 3:19은 “그는 영으로 옥에 있는 영들에게도 가셔서 선포하셨습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사도신경은 예수께서 왜 지옥에 내려가셨는지를 뚜렷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저 가셨다고만 할 뿐.

“지옥에나 떨어져라!” 누군가를 저주할 때, 또 그 저주가 영원하기를 바랄 때, 우리는 이런 말을 내뱉는다. 그 사람의 삶의 고통이 죽음 이후까지 계속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죽음이 삶의 고통이 끝나는 안식이 아니라 영원한 고통의 시작이라면, 죄인은 지옥에서 영원한 고통을 겪게 된다고 한다면, 어쩌면 예수께서 지옥에 가셨다는 말은 인간이 되신 하나님께서 인간의 고통을 끝까지 겪으셨다는 의미가 아닐까? 육의 고통이 끝나는 죽음 이후 영혼의 고통까지, 죄인이 겪어야 할 지옥의 고통까지도 겪으셨다는 의미는 아닐까?

비록 정답은 아닐지라도 예수께서 지옥에 가셨다는 말을 그렇게 묵상해본다면, 죽음 너머의 고통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고통을 스스로 겪으셨다고 묵상해본다면, 이 토요일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지옥에 가는 고통까지 겪으신 주님의 사랑이라니, 하늘보다 높고 지옥보다 깊은 사랑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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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ualnam (27.118.79.102)
2015-04-04 04:07:48
지옥
사도 신경에 나오는 "descendit ad inferos"를 '지옥에 가셨다'라고 번역을 해야 할까요.

그러면 주님은 죽으시고 먼저 지옥에 가셨다는 뜻이 되는데, 지옥은 구원받지 못한 자가 가는 곳이 아닙니까? 그러면 주님이 죄가 있었다던가, 아니면 생명이 없으셨다는 것이 되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실 건가요.

가톨릭에서는 이곳을 천국도 아니고 지옥도 아닌 곳으로서 전통적으로 고성소(古聖所) 또는 지하 세계라고 한다.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형을 당하고 회개한 우도(右盜)도 이곳으로 갔다고 믿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곳은 주님이 오시기 전에 죽은 자들의 영혼이 거하는 음부가 아닐까요.

아무리 봐도 지옥, 곧 불 못으로 번역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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