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교회를 꿈꾸는 네 부류의 사람들

  부활절을 맞아 신약교회를 향한 꿈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아마 어떤 사람들보다도 가장 강렬하게 신약교회를 꿈꾸는 이들은 아래와 같은 그리스도인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①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교회에서 상처받고 교회에 안 다니는 이들

②예배는 드려야 하겠고 마음 두기는 싫고.... 이 교회 저 교회 떠도는 이들

③큰 교회 뒷자리에서 성가대 찬양 감상하고 설교자 제스쳐 관람하다 오는 이들

④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된 성경연구를 하지 못해 말씀에 기갈이 든 이들

  그런데 이유야 어떻든 신약교회를 이루려면 신약교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탄탄한 기초토대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내가 아는 예수 = 신약의 예수”인지를 명백하게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아래의 도식을 보고 ‘내가 아는 예수’가 어떤 예수인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1)내가 아는 예수 = 교리 예수?

  2)교리 예수 = 신약의 예수?

  3)신약의 예수 = 내가 아는 예수?

    그러므로 내가 아는 예수=교리 예수=신약의 예수?

  1)에 관하여

  그리스도인들 모두가 알고 있는 예수에 대한 지식, 혹은 이해는 교리 예수입니다. 그렇기 때문 ‘내가 아는 예수 = 교리 예수’ 맞습니다.

  2)에 관하여

  그리스도인들 모두는 교리 예수가 신약에 근거한다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일부만 옳습니다. 분명히 말하건대, 교리 예수는 교회사를 통해 신약의 이곳저곳에서 뽑아내어 형성된 ‘만들어진 예수’입니다.

  3)에 관하여

  그리스도인들은 ‘신약의 예수=내가 아는 예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뜻밖에도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아는 예수=교리 예수’일 뿐이므로 ‘내가 아는 예수≠신약의 예수’입니다. 따라서 ‘신약의 예수’에 대해 ‘내가 아는 예수’는 교리를 통해 부분적으로 제공된 만들어진 예수입니다.

  내가 아는 예수=교리예수→ 교리 교회론

  ‘내가 아는 예수=교리 예수’에 한정되는 한, 교회론 역시 ‘교리 교회론’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따라 신약교회는 꿈속에서나 가능할 뿐 실제로 신약교회를 향해 갈 수 있는 가능성조차 없습니다. 아는 만큼만 말할 수 있습니다. 알고 있는 것이 모조리 ‘교리 예수’뿐인데 어떻게 신약교회를 제대로 말할 수 있습니까?

  신약교회에 대해 말하지도 못하면서 신약교회를 향해 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입니다. 결국 ‘내가 아는 예수=교리 예수’에 머무는 한 신약교회를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 그 자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약교회를 향해 가는 것 자체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신약교회를 꿈꾸는 위 네 부류에 속하는 이들은 신약의 예수를 만나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교리 예수는 신약이 고백하고 진술하는 “여러 다양한 믿음의 고백들” 중에서 교권자들의 마음에 드는 것들만 이리저리 뽑혀 조립된, ‘만들어진 예수’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장사된 후 언제일까요?

(1)삼일 만에 부활하셨으므로 이틀 뒤.

(2)삼일 후에 부활하셨으므로 나흘 째 되는 날.

  이에 대한 신약의 증거들을 보면 서로 일치하지 않음을 볼 수 있습니다.

  [1]막10:34 ‘삼일 만에’ 살아나리라

  그런데 헬라어 본문에는 ‘삼일 후(μετὰ τρεῖς ἡμέρας)’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가복음에 의하면 예수께서 부활하신 날은 위 (2)번으로 이해됩니다. 영어역으로서 큰 권위가 있다는 KJV는 헬라어 본문과 다르게 ‘세 번째 날(the third day)’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NIV는 헬라어 본문에 충실하게 ‘삼일 후(three days later)’라고 번역했습니다.

  루터의 의도적인 교리적 번역

  그러면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이를 어떻게 번역했을까요? 루터의 1545년판 번역이라면종교 개혁자의 ‘권위’가 상당히 느껴지겠지요? 그는 개혁자의 권위를 갖고 야고보서를 '지푸라기 서신'이라고 했던 장본인입니다. 요즘 표현으로 본다면 충분히 '쓰레기'라는 어감이 들겠지요? 그러므로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자 권위에 눌려 그의 이름으로 낸 번역 본문은 수정할 수 없는 정통으로 인식될 겁니다.

  종교개혁자로서의 막강권위를 갖는 루터는 마가복음 본문의 “삼일 후”를 ‘삼일에’, 즉 ‘세 번째 날에(am dritten Tage)’라고 번역했습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와 다시 번역된 루터역과 헬라어 본문에 충실한 엘버펠더역은 헬라어 본문 그대로 ‘삼일 후(nach drei Tagen)’라고 번역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대로 복음서들은 예수께서 자신의 수난에 대해 세 번 예고하셨습니다. 그런데 마가복음은 세 번 모두 ‘삼일 후(막8:31; 9:31; 10:34)’로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말 번역을 비롯한 많은 번역들이 ‘삼일에, 즉 세 번째 날에’라고 했습니다. 특이한 사실은 KJV의 경우 막8:31은 ‘삼일 후’로 번역했다는 점입니다(after three days). 하지만 다른 두 곳은 ‘삼일에(the third day)’로 되어 있습니다. 후대로 갈수록 ‘교리 예수’가 만들어지는 변천사의 일면을 보게 됩니다.

  이러므로 명백한 사실은, 마가복음에 의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사건은 장사된 당일로부터 ‘삼일 후’ 이므로 네 번째 날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인식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왜 마가복음은 처형되신 예수께서 장사된 후 사흘 뒤인 나흘 째 되는 날에 부활사건이 있었다고 기록했을까요?

  [2]마20:19 ‘제 삼일에’ 살아나리라(16:21; 17:23 비교참조)

  헬라어 본문에도 ‘삼일에, 혹은 세 번째 날에(τῇ τρίτῃ ἡμέρᾳ: the third day)’로 되어 있습니다. 마태복음은 줄기차게 ‘제 삼일에, 즉 세 번째 되는 날’로 나타냈습니다. 마가복음과의 차이점입니다.

  [3]눅18:33 ‘삼일 만에’ 살아나리라(9:22 비교참조)

  누가복음도 ‘삼일 째 되는 날(τῇ ἡμέρᾳ τῇ τρίτῃ)’의 부활을 말합니다. 그런데 누가복음의 표현을 잘 보면 마태복음과는 달리 어휘의 배열 구조상 “삼일”이 강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테 트리테 헤메라’라고 읽을 때와는 다르게 ‘테 헤메라 테 트리테’라고 읽을 경우 ‘삼, 혹은 세 번째’라는 수의 개념이 발음측면에서도 부각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가복음도 9:22에서는 ‘테 트리테 헤메라’로 읽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수난예고에는 부활 관련 언급이 없습니다(9:44). 또 누가복음은 예수의 부활사건이 모세와 선지자들을 비롯하여 ‘성경에 기록된 바 자신에 관한 것을 자세히 설명하시니라’고 주장합니다(눅24:27). 그러나 지금까지 그 성경구절이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4]고전15:4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사

  한편 바울도 누가복음에 나타난 표현과 똑같이 ‘세 번째 날’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래서 바울 역시 ‘테 헤메라 테 트리테’로 읽도록 썼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바울도 누가복음처럼 ‘성경에 있는 대로’ 예수께서 부활하셨다고 주장합니다. 장사된 날을 포함하여 세 번째 되는 날 ‘성경대로’ 부활하셨다는 뜻입니다. 어느 성경본문에 근거한 주장일까요? 역시 지금껏 아무도 모릅니다.

부활하신 예수를 최초로 목격한 사람이 게바?

  신약성서들 중에서 가장 먼저 기록된 바울 서신에 따르면 부활하신 예수를 최초로 목격한 사람은 게바로 되어 있습니다(고전15:4~5). 누가복음은 베드로를 게바로 말하지 않고 시몬이라고 했습니다(눅24:34). 하지만 다른 복음서들에 의하면 부활하신 예수를 맨 처음 목격한 사람들은 여인들입니다(막16:9; 마28:8~9; 요20:15).

  교리 예수 이전의 다양한 증언들

  이런 차이들이 바로 교리 예수 이전에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한 믿음의 사람들이 가졌던 예수와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교리 예수를 전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약이 증거하는 예수는 교리 예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교리 예수 이전의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이 고백하며 믿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삼위일체의 제2격으로서의 성자 하나님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느낌조차 없었습니다.

  이러니 교리 예수에 익숙해 있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신약교회를 이룰 수 있을까요? 그러므로 우리가 알고 있는 교회론은 교리 예수에 근거를 둔 교리 교회론이기 때문에 교리 예수를 포기하지 않으면 신약교회를 세울 수 없습니다. 지금의 교회는 교리 교회론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교리 교회론은 교리 예수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신약의 예수에 기초를 두어야 하는 신약교회는 기초공사가 시작조차 될 수 없습니다.

  지금 감리교신학대학교 맞은편 재개발 구역은 모조리 쓸려 없어져 옛 모습은 간데없고 새 모습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신앙체계 믿음 관련 사고체계를 지배하고 있는 교리 예수를 모조리 쓸어내고 신약의 예수를 다시 세우지 않으면 신약교회는 세워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 “내가 알고 있는 교리 예수”를 완벽하게 털어내고 “신약의 예수”로 재개발하여 ‘내가 알고 있는 예수’를 “신약의 예수로 재-체화(再體化)”시키지 않으면 신약교회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는 2,000년 교회역사를 훑어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글만 써대지 말고, 신약교회를 갈망하며 방황하고 정착하지 못해 애쓰고 있는 위의 네 부류 그리스도인들을 어떻게 다독거려 진정한 신약교회의 일꾼으로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이 방법 뿐.

  ①본격적인 비평학적 성서연구를 통해 신약의 예수를 만나도록 돕고

  ②그에 바탕하여 교리 예수와 교리 교회론을 싹 쓸어버리도록 도운 후

  ③신약의 예수께 기초를 둔 단단한 신약 교회론을 터 삼아

  ④스스로의 힘으로 신약교회를 향해 나가 마침내 신약교회를 이루도록 돕는다.

  하지만 꿈은 매우 좋으나....... 이를 위해서는? 목사답게 예수를 흉내 내어, “위의 네 부류에 속하는 이들은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님들에게 답을 주리라”고 해야 하나? 가뜩이나 목사라면 날 세우고 있을 텐데.......아닌가?

  부활주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바라기는 위 네 부류의 그리스도인들 모두가 신약교회를 꿈만 꾸고 있는 것에서 일어나 신약교회를 이루기 위해 ‘신약의 예수’를 만나시는 복스런 부활주일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