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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뛰어넘기
이광섭  |  h-stai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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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03월 15일 (일) 22:07:13 [조회수 : 1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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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사고가 났습니다. 강화도에 부흥회를 다녀오다가 좁은 지방도로 한 가운데에 만들어놓은 로타리 경계석을 들이박았습니다. 그 사고로 자동차 엔진 하부 미션부분이 몹시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간신히 서울까지 오긴 왔지만 정비공장에서 견적을 내보니 수리비가 엄청났습니다. 정비기사는 수리비 대비 경제적인 효율성이 떨어진다면서 다른 방안을 찾는 게 좋겠다는 진단을 내놨습니다. 하긴 2001년 식 자동차이니까 오래되긴 했습니다.  

그 날 사고를 돌아보면 감사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몸을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차량이나 2차 피해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날 비가 많이 내렸는데 만약 다른 차와 부딪치기라도 했다면 큰 사고로 발전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강화도 길이 묘하더라고요. 편도 1차선 밖에 안 되는 그 좁은 지방도로에 삼거리마다 로타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직진도로 한 가운데에 원형으로 안전구역을 만들어 놓고 차량을 빙 돌아가게 해놓은 것입니다. 낮에는 괜찮지만 밤에는 잘 보이지가 않아 운전하기가 영 불편했습니다. 비까지 쏟아지는 그날 밤, 원형으로 도는 길이라는 게 전혀 식별이 되지 않았습니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직진을 하다가 갑자기 꽝! 하면서 로타리 경계석에 부딪쳐 버린 것입니다. 

우리 교회 장로님들은 자동차를 폐차하고 새로 차량을 구입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새로 차량을 구입한다니까 설레임이 생기더군요. 하지만 걱정도 함께였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교회 건축 대출금이 아직 남아 있거든요. 그런데도 마음 한 구석에는 이왕이면 지금 타는 중형 자동차보다 더 좋은 자동차를 구입하고 싶은 욕심이 자꾸 드는 것입니다. ‘한 번 구입하면 적어도 10년은 탈 텐데...’ 하는 마음 있잖습니까.  

그런데 또 한쪽에서는 ‘아니야, 아주 작은 소형자동차를 구입하자. 소형차를 타고 다니면 얼마나 떳떳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올라왔습니다.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은 영적인 허영인 것을 깨달았습니다. 실생활은 그렇지 않으면서 ‘나는 소형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목사’ 라는 허위의식으로 치장하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본 것이지요. 좀 더 큰 자동차를 타고 싶어 하는 마음이나, 소형차를 타고서 본래 모습 이상으로 자기를 높이려는 마음이나 하나도 다를 바가 없는 것이지요.  

이렇듯 이리저리 휘둘리는 나 자신을 바라보다가 문득 마음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갈망을 하나 길어 올렸습니다. ‘자동차 없이 사는 삶!’입니다. 늘 마음 한구석에서 나를 압박했지만 그럴 자신이 없다고 여기던 생각. 그 생각을 이참에 실행해 보자는 마음이 든 것이지요. 자동차 없는 생활을 결심하려니 겁이 덜컥 납니다. 나도 불편하겠지만 가족들은 어떻게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또 1990년부터 25년간을 승용차에 의지해서 살아온 생활의 관성이 과연 깨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결국 고민 끝에 올 한 해 동안 자동차 없이 사는 삶을 한 번 실험해 보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과연 어떤 결론이 나올까요. 나도 궁금합니다. 계속 자동차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어찌 되었건, 올해 사순절은 내게 뜻 깊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자동차 없는 삶에 도전하게 하시니 그렇고요. 하나님의 창조질서 보전에 참여하여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구체적인 실천의 발걸음을 떼어놓게 하시니 그렇습니다. 자동차 없이 사는 올 한 해를 결심한 나 자신에게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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