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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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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년 03월 13일 (금) 22:50:51 [조회수 : 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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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만찬의 자리에서 예수는 다가오는 최후를 절감하며 제자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남기셨다. “내가 너희를 돈주머니와 자루와 신발이 없이 내보냈을 때에 너희에게 부족한 것이 있더냐? 하지만 이제는 돈주머니가 있는 사람은 그것을 챙겨라. 또 자루도 그렇게 하여라. 그리고 칼이 없는 사람은 옷을 팔아서 칼을 사라.”(눅 22:35-36) 물론 이것은 상징적인 의미의 말이었다. 칼을 구해 지니라니,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고 하셨던 그분이 아니시던가. 그러나 지독히도 세속적이었던 제자들은 예수의 말씀을 오해했다. 당장 가지고 있던 칼을 두 자루 꺼내며 스승에게 말했다. “여기 칼 두 자루가 있습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족하다.”(눅 22:38) ‘족하다’, ‘넉넉하다’, ‘충분하다’, ‘그만 하면 되었다’ 등으로 번역된 예수의 이 대답은 두 자루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뜻이 아니었다. 이 맥락에서 가장 적절한 번역은 아마도 이것이 될 것이다. “됐다.” ‘그만 하자’, ‘이젠 질렸다’와 같은, 체념과 절망의 말로서의 ‘됐다’.

예수께서는 평생 오해를 받으며 사셨다. 그의 곁에 있는 그 누구도 예수께서 가시는 고난 받는 메시아의 길을 이해하지 못했다. “당신은 그리스도십니다”라고 고백했던 수제자 베드로조차 이제는 알아듣겠지 생각하고 말씀하신 예수의 고난이야기에 귀를 막았다. 성경은 드러내 놓고 이 말을 하신 예수를 심지어 베드로가 ‘꾸짖었다’고 기록한다.(막 8:32의 ‘항변하다, 항의하다’로 완곡하게 번역된 헬라어단어는 사실 다음 절의 ‘꾸짖다’와 같은 단어이다.) 가족도, 친구도, 그 어느 누구도 예수를 이해하지 못했다.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조차도 오해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예수가 이제 끝이라 생각했을 때, 제자들은 이제 시작이라 생각했다. 그러기에 제자들은 천진하게도 당장 도래할 영광을 떠올리며 누가 더 큰가를 다투었다. 최후의 죽음을 앞에 놓고 괴로워하던 스승 앞에서. 이런 상황에서 칼이 두 자루 떡하니 나왔을 때 주님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주님만큼이야 하겠냐마는 우리 역시 삶 속에서 수많은 오해를 받으며 살아간다. 억울한 일을 당할 때의 고통, 오해를 받을 때의 괴로움은 아무리 겪어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럴 때마다 예수께서 받으셨던 오해를 기억해보면 어떨까? 물론 이것은 주님의 오해에 나의 오해를 비교하면 내 고통이 하찮아지거나 초라해진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다. ‘나의 고통’에는 언제나 다음의 법칙이 따르기 때문이다. “손톱의 무게가 바위의 무게를 이긴다. 이것이 나와 남의 차이다.” 나의 오해 가운데 주님의 오해를 기억한다는 것, 아마도 이것은 우리가 받는 오해를 주님이 받으신 오해에 포개어본다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이렇게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은 우리가 받은 오해를 그가 받은 오해에 덧대어보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하나님은 오해와 억울함의 고통 가운데 죽임을 당한 예수를 잊지 않으셨다. 그 오해와 억울함을 뚫고, 모두가 이제 끝이라 생각했을 때, 하나님은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셨다. 예수께서 묵묵히 받아들이신 오해는 놀랍게도 구원을 위한 초석이 되었다. 우리의 오해와 억울함을 주님의 그것에 덧댄다면, 어쩌면 우리도 주님과 함께 그 신비를 통과할지도 모른다. 죽음을 넘어 하나님의 새로운 시작을 맞을지도 모른다.

“그는 죽는 데까지 자기의 영혼을 서슴없이 내맡기고 남들이 죄인처럼 여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 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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