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오늘의칼럼
흥미진진한 교회
이광섭  |  h-stair@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15년 03월 09일 (월) 00:03:09 [조회수 : 1818]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교회는 흥미진진합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습니다. 내 또래 믿음을 가지고 청소년기를 교회에서 보낸 사람들은 비슷할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는 늘 내 옆에 있었습니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70년대 후반, 유신 정권은 고등학교까지 병영(兵營)으로 만들었습니다. 학교는 연대단위 부대였습니다. 학생대표들은 연대장, 대대장, 중대장으로 불렸습니다. 매주 월요일이면 어김없었던 교련조회, 1년에 한 번씩 갖는 병영집체 훈련은 학교생활을 얼마나 숨 막히게 했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그 때 내게는 자유의 공간이 있었습니다.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자유의 공기, 참된 우정과 미래의 꿈을 나눌 수 있는 비밀스러웠던 공간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교회였습니다. 교회는 2층 교육관을 독서실로 내 주었고, 그곳은 한창 자라나는 우리에게 온 갖가지 이론과 현실과 신앙을 범벅하고 실험하는 소용돌이였습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김민기의 노래를 배웠고, 문익환의 ‘마지막 시’를 읊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공부한다며 밤을 새우기 일쑤였지만, 그래서 성적이 올라간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교회는 그러한 치기(稚氣)를 너그러이 용납해 주었습니다.

친구들은 그곳에서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았고 폼(?)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가끔씩은 주어졌습니다. 시험을 치르고 일찍 돌아오는 날이면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서 자신과 깊은 대화를 나누다가 소리 내어 기도를 하곤 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이 신앙의 훈련이었고 삶의 뿌리를 깊이 내리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교회의 그 공간이 없었다면 나의 10대는 얼마나 삭막했을까 생각합니다. 일평생 살아갈 영혼의 고향을 제공받은 것만으로도 나는 교회에 참 많은 빚을 졌습니다. 교회는 참 아늑한 보금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교회가 이렇듯 흥미진진했던 것은 하늘 때문일 것입니다. 누구나 날아오르고 싶어 하는 하늘을 교회는 보게 해 주었던 것입니다. 오래전에 보았던 ‘옥토버 스카이’란 영화 생각이 납니다. 주인공 호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기를 탄광으로 들여보내 탄을 캐게 하려는 아버지에게 외치지요. “나는 땅속으로 들어가지 않아요. 하늘을 날아오를 것입니다!” 호머는 정말 하늘을 날아오르는 로켓 발사에 성공하고 자기의 꿈을 이루지요. 이렇듯 꿈을 일구었던 옛 교회 이야기를 하니 자꾸만 흘러간 옛 노래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요즘 사람들은 교회에 와서 하늘을 찾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교회가 재미있다는 말을 아예 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교인들에게서 교회가 재미없다는 표정이 종종 나타나는 것을 훔쳐보곤 합니다. 설교할 때의 열정과, 현실은 어쩔 수 없다는 합리화의 비겁한 냉정 사이의 괴리를 무심한 것 같지만 놓치지 않는 교인들의 표정 말입니다. 왜 요즘 사람이라고 하늘을 찾지 않겠습니까. 하늘을 오랫동안 가로막고서도 그 사실을 까맣게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나 같은 눈 먼 지도자 때문에 교인들이 하늘을 아예 포기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마음이 무거운 밤입니다.

이광섭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189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