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맞는 게 억울할 목사는 얼마나 될까

한국교회 쇠퇴의 주역으로 목사들을 지목하는 데에 아니라 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간음, 성추행, 횡령, 사기, 폭행, 교회세습 등등 목사들이 저지른 범죄 형태는 과히 멀티 급이다. 거기에다 물질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으면서도 교회건물을 가리켜 성전이라며 그 건축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행위의 주도적 역할을 한 것 또한 그들 목사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돌을 던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리고 당연하니 그들 목사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이 많은 것 역시 당연하다. 누가 됐건 길을 가다가 발에 차이는 돌이 있으면 그것이 크든 작든 주어서는 그들 목사에게 던진다.

이에 다대수의 목사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앞에 열거한 범죄와 직접적으로는 상관이 없는 그들이다 보니 그 또한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그들이게 묻고 싶은 것이 많다. 먼저 “목사님은 교회에서 교인들과 평등하십니까?”라고 묻고 싶다. 목사나 장로, 그리고 집사나 평교인은 교회에서의 계급이 아니다. 맡겨진 일의 포지션일 뿐이다. 만약 그게 높고 낮은 것을 말하는 거라면 목사는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가야 한다. 예수님께서 강림하신 목적을 가리켜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섬기려 왔”(마20;28)다 했는데, 이에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럼에도 나는 평등하다고 한다면, “심방을 가거나 차를 타거나 했을 때 상석을 권함 받으면 그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내어 주고 있느냐?”고 묻고 싶다. 그렇게 하고 있다면 그는 교인들과 평등한 목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목사들은 하나님과 교인들의 중간쯤까지 올라간 높은 자리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의식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목사들에게 가장 묻고 싶은 것은, “목사님은 교인들에게 구복신앙을 가르치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하는 것이다. 구복신앙 아닌 성경이 지시하고 있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그는 훌륭한 목사이다.

구복신앙 그것은 기독교의 신앙이 아니다. 기독교를 빙자한 사교 아니면 이단일 뿐이다. 구복신앙의 문제점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팔복보다 세상에서 말하는 오복을 더 큰 복으로 여긴다는 데에 있다. 환언하면 물질이나 건강 같은 육적인 것을 무엇보다도 큰 복으로 여겨 구한다는 것인데, 기독교에서는 그것을 가리켜 구복신앙이라 하여 척결해야 할 존재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말뿐이지 실제로는 이에서 자유로운 크리스천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렇게 말하면 그럼 물질의 부요나 건강은 복이 아니냐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게 복이 아니라고만은 할 수 없다. 복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우선 물질 하나만을 예로 하여 말해 보자. 그것을 바른 방법으로 모아 그것이 없어 곤란에 처한 사람들과 나눈다면 그건 커다란 복이 된다. 그러나 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모아 자기와 자기에 속한 사람들만을 위해 쓴다면 그것은 화이다. 바르게 모아 바르지 못하게 써도 화이다. 건강도 무엇도 마찬가지이다.

바르게 살다 보니 가난해진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가. 축복을 받은 것인가, 아니면 저주를 받은 것인가. 빠듯하게 살아가면서도 생활비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떼어내어 나눈다면 축복, 축복 중의 축복이다. 그러한 마음의 넉넉함이 진정한 부자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세상이 각박하여 사람들의 마음도 그리되다 보니 이제 이런 유의 말은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치부되기 쉽다. 여기에 우리 현실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기독교인들만이라도 그래서는 안 된다. 이 또한 구복신앙에 침윤된 데에서 온 것이 아닌가.

또 하나 목사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목사님은 교회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례를 받으려 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는 것이다.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사례금을 받고 있는 목사님들이 많은데, 그분들이야 죽지 않고 살아야 하니 어쩌겠는가. 그러나 일용할 양식이 있는데도, 그리한다면 잘못이다. 물론 여기에서 일용할 양식이라 함은 밥만 먹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빠듯하게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생활비를 말한다.

사실을 말하면 물질만큼 좋은 것도 없다. 그것이 의식주 생활을 넉넉하게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니 왜 아니겠는가. 그것이 있고 그에 마음만 따르면 돈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릴 수도 있는 것이니 얼마나 좋은 것인가.

그런데 그것을, 그러니까 물질을 하나님보다 위에 둔다면 그것은 우상이 된다. 여기에서 한 가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자기는 돈보다 하나님을 더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라 할 것까지도 없이 필자를 보면 그렇다. 누구나 그렇듯이 필자 또한 정말이지 잘 믿고 싶다. 그러면서도 돈 앞에서는 두 눈 딱 감고 그것을 가지고 싶어 하기도 한다. 좀 오래 전의 일인데,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면서 아파트를 팔려 하여 구두계약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다른 부동산에서 그보다 더 줄 테니 자기네와 계약을 하자 했다. 한 마디로 거절은 했지만 마음속에 갈등이 있었던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 차액이 눈이 휘둥그러질 만큼 컸다면 하나님을 잠깐 뒤로 밀쳐냈을지도 모른다.

요즘 필자는 나이가 많은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며 살고 있다. 젊었을 때에 비해 욕심이라는 마물을 내려놓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연금으로 살고 있으니 생활이 넉넉하다고는 할 수 없다. 아니 생활도 상대적인 것이니 넉넉하다고 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시 빠듯하게 산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나누는 것이 형식에 가까우리만큼 적다. 그러니 때때로 조금만 더 있었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는 많아서 많이 나누는 것과 적어서 적게 나누는 것을 같은 것으로 여기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필자이다 보니 어쩌다, 정말 어쩌다 돈이 좀 될 만한 일감이 들어와도 거절한다. 빠듯하게이지만 하나님의 일이라 생각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빠듯함을 오히려 즐기며 살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런 말을 하거나 쓸 때면 죄스럽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니다. 이 같은 필자를 보고 호강에 겨운 거라고 생각할 만큼 생활이 절박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곁길로 빠진 면이 없지 않은데, 이쯤해서 바로 잡고자 한다.

율법에 예수님이 계시면 그것이 사람을 살린다

어느 날 이른 아침에 예수님이 성전에서 많은 사람들을 가르치고 계셨다. 그때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간음하다가 잡힌 여인을 끌고 와서 사람들 앞에 세우고는 예수님을 향해 말했다.

“선생님, 이 여자가 간음을 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혔는데, 모세는 이런 여자들은 돌로 쳐 죽여야 한다고 우리에게 명령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이에 예수님은 대답을 않으시고 앉아서는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무엇인가를 쓰기 시작하셨다. 그러니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빨리 대답하라고 계속해서 소리를 쳐댔다.

“여러분 가운데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시오.”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슬그머니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부터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하여 결국 예수님과 여인만 남게 되었다. (요8:1-11 참조)

바리새인들은 법률의 전문가이다. 그러므로 간음을 한 여자들은 돌로 쳐 죽여야 한다고 한 그들의 해석은 정확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간음을 한 여자가 아니라 예수였다. 여인은 단지 예수님을 올무에 걸리게 하는 데 쓰이는 도구에 불과했다. 그들은 여인을 하나의 인간으로 보지 않고 물건 취급을 했던 것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물건으로 간주하는 것은 반기독교적일뿐 아니라 반인륜적 행위이다.

여기에서, ‘한국교회를 쇠퇴의 길로 몰고 온 목사들에게 돌을 던진다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간음하다 붙잡혀 온 여자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뭐냐? 그렇다면 그런 목사들을 가만 놔 둔 채 보고만 있으라는 말이냐?’라고 항변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게 아니다. 무엇보다도 여기에서의 목사들과 여인은 그 경우가 같지 않다. 목사들은 돌을 맞아 가면서도 자기들의 마이웨이를 고집스럽게 그대로 가고 있다. 그런데 군중 앞에 끌려 나온 여인은 자신에게 날아들 돌멩이가 두려워 변명 한 마디로 할 수 없는 상태로 벌벌 떨고 있었다.

목사들이 자기네들의 과오를 뉘우치고 여인처럼 떨고 있다면, 그런 그들에게 돌을 던져서는 안 된다. 아니 하나님 앞에서만이라도 회개하고 목사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살아가고 있다면 돌을 던질 일이 아니라 그들의 신앙적 지도를 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간음, 성추행, 횡령, 사기, 폭행, 교회세습 등의 범죄 행위나 교회건물 건축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목사들에게, 그리고 구복신앙을 가르치고 있는 목사들에게 더 큰 돌을 더 세게 던져야 한다. 그런데 돌을 던지는 자신의 마음도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율법은 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사람들을 위해 주신 것이라는 게 그것이다. 그러므로 율법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 다만 율법에 내재되어 있는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은 보지 못한 채 문자적으로만 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만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은 율법을 폐하러 이 세상에 오신 것이 아니라 완전케 하려고 오셨다. 그러므로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그 일점일획이라 할지라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어진다.(마5:17-18 참조)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율법에 예수님이 없으면 그것이 사람을 해치지만, 율법에 예수님이 계시면 그것이 사람을 살린다는 사실이다. 율법에 의해 죽어야만 했던 간음한 여인이지만 예수님께서 계셨음으로 살 수 있었듯이 말이다.

이것이 목사들에게 돌을 던지는 나의 마음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한 까닭이다. 어떤가. 돌을 던지고 있는 나의 마음에 예수님이 계신가. 계시다면 잘한 일이다. 만약 계시지 않다면 돌을 던지기 전에 예수님부터 마음에 모셔야 한다. 그렇다고 돌을 던지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던지되 “내 아버지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요2:16)시며 성전정화를 위해 채찍을 들으셨던 예수님의 마음으로 던지라는 것이다.

능력 있는 대중설교로 18세기의 영국과 아메리카에 개신교 부흥운동이 일어나도록 큰 힘을 발휘했던 조지 화이트필드(George Whitefield, 1714-1770)는 교수대로 가는 사형수를 보고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그곳에 갈 사람은 바로 나였다’고 말했다 한다. 그런데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나도 목사가 되어 앞에 열거한 것 같은 죄를 범하지 않았을 거라고 누군들 장담할 수 있겠는가.

목사들 탓만 해서는 목사들 자신도, 한국의 기독교도 변하지 않는다. 기도하는 가운데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의 변화를 꾀하며 돌을 던질 때, 그 돌에는 힘이 붙는 것이다. 봐라! 그 숫한 돌을 맞았는데도 목사들이 눈 하나 깜박하는가. 아파하기는커녕 날아오는 돌을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 널름널름 받아먹으며 탐욕의 배를 불리고 있지 않은가. 그 많은 돌들이 던져지고 있는데도, 한국교회는 더욱 세속화되어 가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