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생명을 살리고 보존하는 책임을 위임받았습니다. 성서의 가르침에 순종해야 합니다. 생명을 죽이고 파괴하는 이들과 단호히 맞서야 합니다. 그것이 기독교 신앙입니다.”

2백여 명의 기도회 참가자들 앞에서 설교하는 박철 목사(부산 NCC 증경회장, 좁은 길 교회)의 목소리는 잔 떨림으로 매끄럽게 올라가지 못했다. 탈핵주일 연합예배가 드려지기 전 2012년 설계 수명이 끝난 월성원전 1호기의 재사용 수명연장이 결정됐다.

박철 목사는 “핵발전소는 악마의 속삼임이며 인류 멸망의 지름길”이라며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지 말고 시대적 사명에 따라 핵 없는 금수강산을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전해 줄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높아진 불안감과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 시스템이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은 원전 고장 사고 전체 681건 중 51건(8%)을 차지하는 노후 원전 사용 연장에 위기감을 고조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위기감은 노후 원전과 주민 전체의 이주를 원하는 마을 현수막을 바라보는 예배 참석자에겐 더 컸다.

고리 월자력 발전소 홍보관 앞에서 원자력 발전소 정문에 이르는 1KM를 행진하며 한손에 피켓을 들고 “노후 원전 폐쇄”, “탈핵만이 살길이다”를 외치는 예배 참석자들의 목소리가 간절하고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지난 2월 27일 제3회 탈핵주일 연합예배가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자력 발전소 앞에서 개최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탈핵주일 연합예배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3월 11일 직전 주일을 ‘탈핵(핵 없는)주일’로 제정해 한국교회 내에서 핵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핵 없이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자는 취지에서 2013년부터 지켜오고 있다.

올해는 2012년 설계 수명이 종료되었음에도 27일 10년 연장 가동을 결정한 월성 1호기와 30년 설계 수명 종료에도 불구하고 2008년 10년 수명 연장을 승인하고 현재 가동 중인 고리 1호기의 사용 중단을 위해 기도회를 개최했다. 부제도 ‘굿바이 노후 원전’이라 정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의 활동가 정수희 씨(새날교회)는 “비록 월성 1호기의 재사용 결정이 내려졌지만 폐쇄가 목전에 다가왔음을 믿는다.”며 “핵발전소가 희생의 시스템이라는 시민의 공감을 넓히는데 좀 더 노력한다면 폐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연대 집행위원회장 안홍철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도 “비록 월성원전의 수명연장이 결정되었지만 고리는 막읍시다.”라며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7명의 찬성으로 연장되는 현실에 한숨이 나오지만, 한숨보다 큰 숨으로 희망을 내다보자”며 “1년 혹은 2년 길게는 20년 후에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볼 것이라는 믿음을 놓지 말고 노후 원전 사용중단을 위해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문용식 사관)는 27일 새벽에 기습적으로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결정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고 즉각 이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NCCK는 설계 수명을 다한 위험천만한 노후 원전들이 폐쇄될 때까지 계속 기도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