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규(UMC목사, 전 감신대 객원교수)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존 카펜터 감독의 영화 ‘안개’(The Fog)의 배경이 될 정도로, ‘안개’가 많은 도시로 유명하다. 오후가 되면 바다 쪽에서 짙은 안개가 몰려올때가 많다. 나는 그 지역에서 목회하며, 여러해를 살면서 안개 길을 많이 운전하고 다닌 경험이 있다.

안개가 자주 많이 끼는 특정 도로에는 “전조등을 반드시 켜라”라는 싸인판이 세워져 있다. 짙은 안개가 끼면 도로 양편에 세워져 있는 ‘노랑색’ 경고등이 번쩍거리고, 전광판에 주행할 제한 속도가 명시된다. 때로는 아예 도로가 폐쇄되기도 한다. 그리고 ‘날씨 예보’ 기관에서 미리 ’경고방송‘도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철저한 장치 때문에 그곳에서는 안개가 짙게 끼어도 ‘사고’가 나는 일은 크게 없다.

최근 한국의 ‘영종대교’에서, 안개 때문에 106중 추돌 사고가 발생하였다. 70여명의 사상자가 생긴 역대 최악의 교통사고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고의 원인 및 경위에 대해서는 관계기관들이 조사 발표했지만, 안개 끼는 지역을 많이 운전해본 나의 판단으로는 중요하게 세가지가 문제였다고 생각된다.

첫째는 ‘사고 예방’조치가 허술했다. 바다위에 세워진 영종대교는 안개가 자주 끼는 곳이다. 그렇지만 영종대교에는 ‘안개’ 상황에 대처하는 ‘경고’ 장치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도로 관리회사 및 인천시 당국의 책임이 크다.

만일 영종대교에도, 위에서 언급한 샌프란스시코 지역처럼, ‘안개 상황’에 대처하는 경고 장치 및 예방 조치가 사전에 철저히 시행되어 있었더라면 이번과 같은 대형 추돌사고는 에방될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운전자들의 ‘속도조절’ 부주의였다. 짙은 안개가 끼면, ‘하이빔’을 키고, 속도는 10마일 이내로 줄여야 한다. 그렇지만 그 날 영종대교의 차량들 대부분 의 속도는 80 내지 100km 였다고 한다. 모든 차량들이 ‘다 함께’ 속도조절만 잘했다면 연쇄 추돌 사고는 방지될수 있었을것이다.

셋째로 ‘차간’(車間) 안전 거리 유지가 문제였다. 미국의 NHTSA(국가 고속도로 교통 안전처)의 ‘권고’ 매뉴얼에 보면, 평상시 좋은 날씨에서, 55MPH로 달릴때는 '3초거리 규정'(3 Second Rule, 약 243 피트 거리)을 지키라고 되어 있다. 짙은 안개, 눈, 얼음 등 나쁜 날씨 상황에서는 그 2배의 안전거리 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날 영종대교의 운행 차향들은 대부분 ‘테일게이팅’(tailgating, 앞차를 바짝 따라가는 것)을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인생의 길에도 가끔 안개가 낄때가 많다. 그래서 싸움, 분쟁 및 분열, 폭력, 법정싸움, 심지어 살상 등의 충돌 사고가 많이 일어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삶이 연루된 길에서는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고, 적당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더 나아가 미리 충돌을 예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정치권에서도 가끔 안개낄 때가 많다. 그래서 ‘안개정국’이란 말도 있다. 이번 한국에서의 총리인준 국회에서는, 비록 후보자가 문제가 많았었다고 해도, 여야가 속도를 조절하고 안전거리를 피차 잘 확보하여 큰 충돌사고가 없었던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교회에서도 때로 짙은 안개가 낄때가 있다. ‘안개’가 너무 짙게 끼면 하나님도 볼수 없게도 된다. 그래서 ‘충돌’ 사고가 일어나, 서로 싸우고, 상처를 입기도 한다. 안개 상황에서 목회자나 혹은 중진장로들이 너무 속도를 내게 되면 충돌 사고가 날수 있다. 피차 ‘안전거리’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목회자에게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너무 가까이도 말고, 너무 멀리도 말라)이란 인간관계 원칙이란것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지도자들은 항상 사전에 ‘충돌 방지’, 예방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음력으로 또 새해가 되었다. 금년에는 인간 관계에서, 사회 생활에서, 정치권에서도, 특히 교회에서도 ‘충돌’사고가 빈발하지 않도록 피차 조심하고, 또 모두 지혜롭게 대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