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백주년기념관에서의 세미나 모습

민족운동 특히 3·1운동을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다룰 때 매우 많은 글들이 지나치게 긍정 일변도로 진술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갈등 구조를 드러낸 글이 발표돼 관심을 모았다.

23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3.1운동과 기독교’를 주제로 열린 ‘광복 7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다. 하지만 양에 있어서나 진술의 심도에 있어서 그다지 많지도 깊지도 않아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장신대 임희국 교수와 이치만 교수, 부산장신대 황홍렬 교수가 각각 △기독교의 관점에서 본 3.1운동과 평화사상 △3·1운동과 장로교의 역할 △3.1정신과 한국 교회의 평화선교와 평화통일을 위한 과제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들의 발제 역시 기존의 글들이 그랬던 것처럼 3·1운동에 관련된 기독교에 대해서 긍정적 진술로 일관됐다.

이런 가운데 이치만 교수가 자신의 발제문 ‘나가는 글’에서 잠깐 3·1운동 당시의 기독교계 안에서 ‘정치적 현실주의’ 문제로 갈등이 있었음을 소개했다. 일본 정부에 독립을 청원할 것이지 아니면 일본 정부와 무관하게 독립을 선언할 것인지의 갈등 말이다.

이 교수에 의하면 당시 3.1운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운동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논란이 있었다. ‘민족의 독립’ ‘국권회복’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는 모두 찬성했으나 방법론에 있어서 ‘독립선언론’과 ‘독립청원론’이라는 이견이 노출된 것이다.

‘독립청원론’은 독립을 추구하기는 하지만 일제의 지배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여 독립을 청원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일제에 의해 독립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당장의 정면충돌을 피함으로써 자치를 염두에 둔 입장이었다.

기독교계 민족대표 길선주, 양전백, 정춘수, 신흥식, 김창준, 박희도, 이갑성 등이 이와 같은 입장이었다.

반면 ‘독립선언론’은 일제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민중과 일제와 전 세계에 독립을 선언하자는 입장이었다. 이는 일제의 지배 현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정면충돌과 폭력적  투쟁의 가능성도 있는 것이었다.

기독교계 민족대표 이승훈, 유여대, 신석구, 오화영, 이명룡 등과 천도교계ㆍ불교계  민족대표 등이 이와 같은 입장이었다.

이 교수는 “이런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민족대연합의 일시 결렬 위기를 맞았으나, 독립청원론 기독교 측에 대해 이승훈 등의 설득으로 독립선언으로 결정하게 돼 어렵게 민족대연합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 과정에서 감리교의 지도자 오기선은 독립선언 규정에 불만을 갖고 민족대표에서 스스로 물러났다”면서 “3.1운동 과정에서 분화된 기독교인의 정치의식은 이후 기독교 민족운동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였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의 발제는 여기까지였다. 이에 논찬을 맡은 호남신대 강성열 교수는 “정치적 현실주의와 관련, 독립청원론과 독립선언론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구조는 좀 더 밀도 있게 다뤄야 할 주제가 아닌가 싶다”며 아쉬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