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연합감리교회(UMC) 감독제도의 빛과 그림자'』

2차 감리회 개혁 심포지엄 주제발표 2 : 하중조 장로(前 총회 FL 총대)

1. 들어가는 인사말

UMC에 몸담고 사역했던 때가 벌써 햇수로 8년이 되어, 상당히 현장감이 소멸된 상태이며 현재 섬기는 교회도 감리교회가 아니라서 UMC교회 사역들은 가물가물해 지는 시점인데다가 나이까지 먹게 되어 이처럼 변변치 못한 사람에게 UMC Superintency(감독직)에 대해 발제할 기회를 주신 감리교회 개혁특위 위원장님 이하 위원 여러분들, 오늘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UMC Conference System을 배우게 된 동기가 한인감리교회에서 임원으로 처음 선출되었을 때의 직책이 바로 교회운영 실세들에게는 가장 흥미 없는 직책인 Lay Delegate to the Annual Conference(평신도 연회대표)였습니다.

이 직책은 교회 임원으로 선출 되었을 때, 제가 자청한 직책이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섬기던 한인연합감리교회는 임원들이 패로 나뉘어져 임원회가 ‘싸움박질회’였기에 그런 임원회보다 차라리 이왕에 미국에서 신앙생활하려면 UMC System을 한번 제대로 배워보자는 뜻에서 싸움도 피하고 공부도 할 겸 연회대표직을 원했었는데, 실제로 연회에 참석해보니 배울 바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잊지 않고 지금 섬기는 교회에서도 잘 활용하고 가르치고 있는 것은 UMC 회의진행법입니다. 누구도 언성 높이지 않고 참여자 모두 질서정연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평화롭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결론을 도출케 하는 회의진행 방법 말씀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FL Conference 사역에서는 처음엔 소수민족위원회와 같은 구색 맞추는 사역에 포함되는 정도였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지방회, 연회에서의 활동에 흥미를 가지게 되어 평신도사역에 참여할 때는 Conference-Certified Lay Speaker(연회 공인 평신도 설교자)를 거쳐, 주로 연회 안수목회 사역국에서 안수목회자 시취위원으로 연회를 섬기면서 총회참석을 위한 총대선거에서 소수민족이라는 배경을 활용해서 FL Conference Delegate(총대)에 선출되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지명도가 있으니 총대 당선이 쉬워져서 총회에 참석해서 입법 활동은 물론, 총회 제자국, 공보국 이사로 섬길 매우 영광스럽고 유익한 기회도 누리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잊지 못할 일은 2002년 당시 공보국 이사로 섬길 때, CNN/UN/UMCom(UMC공보국)의 협력사역으로 아프리카 짐바브웨 말라리아 퇴치사역에 참가한 일입니다. 이 일을 통해서 UMC의 사회적인 신뢰도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상을 인사말을 곁들여 제 개인의 UMC 경험을 말씀드렸습니다.

▲ 하중조 장로

2. UMC를 태동시킨 Christmas Conference(크리스마스 총회)

1968년 4월 23일 The Evangelical United Brethren Church(복음주의 연합형제교회)의 Bishop Reuben H. Mueller와 The Methodist Episcopal Church(감리교회)의 Bishop Lloyd C. Wicke가 Dallas, Tx에서 개최 되었던 통합총회에서 통합이 이뤄진 미국연합감리교회는 그 역사적인 뿌리를 1784년 12월 24일 Baltimore, Maryland 소재 Lovely Lane Chapel에서 81명의 순회전도자들(itinerary preachers)이 모인 모임에 두고 있습니다. 이 모임에서는 영국에서 직접 John Wesley로부터 Superintendent(감리사) 안수를 받고 파송된 Thomas Coke 감독이 개혁교회 출신 Francis Asbury 목사에게 감리사 안수를 했습니다. 이전에는 성공회의 세례와 성례전을 따라 집례하던 것이 이제는 합법적으로 행할 수 있는 길을 트게 되었는데, 미국감리교회로 독립하는 전초가 되는 소위 Christmas Conference(크리스마스 총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총회 다음 해인 1785년에는 감리교회 운영규칙(The First Book of Discipline)이 출판되었고, 그때부터 교단 의회격인 총회가 매 4년마다 개최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Christmas Conference와 Thomas Coke, Francis Asbury 감독이 추대 되는 유서 깊은 입법회의를 개최한 해로 기억되었습니다.

이때(1784년)부터 2012년까지 228년 동안 UMC에서는 686 Bishops이 추대되었으며 그 가운데 한인 감독은 1992년에 김해종, 2004년에 박정찬, 정희수, 2012년에 조영진 감독 등이 추대되었으며, 김해종 감독을 제외한 3분의 감독은 현역으로 재임 중입니다. 목사 임직(Order)은 안수식(Ordination)이라고 말하지만 감독 취임은 추대(Consecration-대관식)라고 말합니다. 이들 용어의 의미 차이를 잘 구별하시면 미국연합감리교회, 나아가서 가톨릭과 성공회, 그리고 한국감리교회 등의 교단들이 왜 감독제도를 채택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회 안의 정회원 장로회원을 영어로 Order of the Elders in Full Connection, 집사회원을 Order of Deacons in Full Connection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소속 연회의 주재감독의 임명을 받고 장로회원(정회원)과 집사회원(준회원)으로 임명된 직분임을 말해줍니다. 이에 반해, 감독은 임명직이 아니라 선출직이며, 임명식(Ordination)이 아닌 추대(Consecration-대관식)이라는 점이 안수 받은 목사와 선출된 감독의 차이입니다. 이 차이는 예우에서도 판이하게 다릅니다. 개체교회 목사의 행정조직은 교회조직(Church Committees)이지만, 연회 감독실의 조직은 오직 감독 직무를 위한 조직(Conference Episcopal Cabinet)입니다.

감독직에 대한 예를 들어보면, Articles No. 402, Section 2, Offices of Bishop and District Superintendent, Chapter 3 Superintendency, UMC Book of Discipline: Special Ministry, Not Separate Order-The Offices of bishop and district superintendent exist in the UMC as particular ministries. [교리와 장정 제 3장 감독직, 제 2항 감독과 감리사직, 제 402조: 감독과 감리사는 임명직제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선출로 추대(성별)되는 특별한 사역제도이다]라는 표현을 보면 감독과 감리사는 일반 목회자와는 전혀 다르고 독특한 사역을 위해 세워진 사역자란 것을 알 수 있듯, 감독과 감리사는 한 개체교회에서 목회하는 목회자와는 달리, 옛날 Itinerant Preachers(John Wesley, Thomas Coke, Francis Asbury)처럼, 목적지를 미리 정하고 계속 다른 교회로 이동하면서 Disciple-making, Faith Renewal(Revival), Communion 등의 사역을 감당함으로써 Episcopal Parish 안에 있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양육하는 일을 Boosting시키는 사역에 전념합니다.

다시 말해, 감독과 감리사는 현대판 Itinerant Preacher and his coworker(순회설교자와 그이 동역자)인 것입니다. 이와 같은 감독의 직무를 이해하면 UMC의 감독직은 교단의 꽃이며 교회와 감리교인의 대부와도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과 감리사는 특별한 사역을 위해 세워진 사역자이기 때문에 그들의 권위뿐만 아니라, 책무 또한 막중합니다. 감독이 누리는 특권도 목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지만, 그에 비례해서 규제와 징벌조항 또한 삼엄할 정도라, 어떻게 보면 연합감리교회 감독과 감리사의 직분은 육신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들지만 오직 하나님의 영으로만 감당할 수 있는 찬란하고 막강한 권위를 가진 사역입니다. 매 4년마다 열리는 감독선거는 그 선출과정 자체가 은혜 받지 않을 수 없으며, 선출된 감독들의 성별예식은 영국왕실의 대관식을 방불케 합니다. 이런 면에서 Connectionalism-Oriented UM Bishop/Superintendent는 한국감리교회의 개체교회 담임목사 겸임 감독직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처럼 존경과 권위의 상징인 감독을 선출하는 선거가 우리나라처럼 금권선거가 되고 부정선거로 선출된 감독과 감독회장에 대한 신뢰상실은 교단재판을 넘어선 세상법정에서 감독회장 선출이 있을 때마다 재판이 벌어지는 일은 신성모독 가운데 최악의 신성모독이라, 적어도 제가 섬겼던 UMC교단 풍토에서는 상상도 못할 수치스럽고 추악한 죄악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런 토양에서 교단이 발전 부흥하고 성령님의 능력이 나타나는 기적의 사역현장을 기대한다는 것은 枯木나무에서 꽃 피는 것을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감독후보자 선출과정을 제가 소속되었던 FL Conference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1990년부터 플로리다 연회, 동남부 지역총회, UM 세계총회 총대의 일원으로 참여해왔습니다. 저희 FL. Conference가 UMC 가운데 VA Conference(조영진 감독 주재) 다음으로, 두 번 째 큰 연회로 총대 숫자가 목회자 평신도 각각 25명 예비후보 각 2명 합쳐 총 54명이 참가하는 영향력이 아주 큰 연회였습니다.

동남부 지역총회의 감독선거를 위해 플로리다 연회 감독후보를 선출하는 방법은 총대회의에서 총대단장(목회자)이 총대들에게 각자 흩어져서 30분 동안 기도하면서 감독후보로 최적임자가 누구인지 주님의 뜻을 물은 후, 응답받은 후보 한 사람을 기명으로 투표하도록 지시하고 그대로 투표해보면 투표 때마다 만장일치로 한 사람 이름만 나오는 것을 몇 번 경험했거나, 아니면 후보 없이 지역총회에 참석한 일도 있었습니다. 어떤 해는 어렵사리 후보를 선출해 놓으면 후보당선 소감을 말할 때, 자기는 감독직에 대한 은사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총회에 가기까지 1개월 동안 기도해 본 후 결정하겠노라고 해서 기다리다가 감독후보 없이 총회에 참석했던 해도 있고요!

이처럼 고귀하고 권위 있는 감독직을 탐욕이나 욕망에 이끌려, 聖役을 올바로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엔 감독과 감리사도 징벌의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음을 UMC 장정은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장정 제 408조 제 3항은 감독의 강제은퇴 조항이 있어, 장정 제 2716조 규정에 명시된 사안들을 위반했을 때엔 지역총회 법사위원회 2/3 찬성투표로 강제은퇴 Involuntary Retirement) 조치를 당하게 됩니다. 또 감독에 대한 평가(Evaluation of Bishops)를 매4년마다 실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징벌은 장정 제 413조 감독에 대한 고발 조항(Complaints against Bishops)으로 감독을 상대로 교단재판을 위한 고발조치 조항인데, 최악의 경우 감독직, 목사직 모두 박탈당하고 심지어 교단에서 축출 되어 공든 탑이 무너져 내리는 불행도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불행하기 비길 데 없는 일이었지만 우리 한인감독 가운데도 고발당해 재판에서 감독직은 박탈당하고 겨우 목사직만 유지케 한 재판의 예를 안타깝게 지켜본 일이 있습니다. 또 제가 지방회 평신도대표였을 때, 한국인 목회자 한 분도 부적절한 재정운용이 탄로 나서 임원회로부터 고발당해, 연회 감독으로부터 강제은퇴 처분을 받는 과정에 참여했던 가슴 아픈 경험도 있습니다.

3. UMC의 그림자

그리고 이처럼 John Wesley의 규범과 훈련을 중시했던 Methodism의 전통을 이어 받아, 빈틈없이 만들어진 UMC장정(Book of Discipline)에 따라 운영되는 감독제도에도 Black Hole이 있는 것을 통감했습니다. 감독 선출 권은 오직 지역총회 참석하는 총대들에게만 주어졌고, 총대 숫자 결정은 연회의 교인숫자와 목회자 숫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총대 숫자가 적은 연회에서 선출된 감독후보가 당선되기는 힘듭니다. 총회에서 선출할 감독 숫자가 한두 사람일 경우, 대부분의 경우, 작은 연회총대들끼리 특정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투표담합을 하지 않는 한, 총대 숫자가 많은 연회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총대 숫자가 작은 연회의 감독후보가 아무리 훌륭한 후보라 할지라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큰 연회 후보가 당선되기 쉽습니다. 당선을 위한 특표율 한계는 투표자의 60% 이상을 득표한 순서대로 당선이 되니까요! 또 다른 한 가지 맹점은 영적지도력이 뛰어나고 설교에 감동이 큰 목회자의 경우 대개 행정위주의 사역인 감독직에 큰 흥미를 갖지 못하는 목회자들은 감독직을 극구 사양하는 경우가 많아 연회지도자인 감독의 영적인 지도력이 아쉬운 연회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다른 한 가지 맹점은 감독후보는 대부분 목회자 총대 가운데서 나오기 때문에 감독 선택의 폭이 본의 아니게 제한된 것이 아쉬운 현실입니다. 마지막 한 가지 가장 아쉬운 점은 지난 4세기를 지나는 동안, UMC 조직과 행정인력은 늘어나고 증원되고, 조직 운영기술력도 향살 발전 되었지만, 이에 반비례로 John Wesley, Thomas Coke, Francis Asbury 감독의 말을 타고 달리면서 전도하고 선교하던 Itinerary Mission Mind의 Dynamics와 가슴 뜨거움이 사라진 것이 UMC의 통탄할 비극이요, 그림자라 말할 수 있습니다.

4. UMC Context(상황) 속에 갇혀 못 다한 아쉬운 일-Cuba Ministry

저의 지난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미국 UMC 안에서의 신앙생활을 솔직하게 되돌아본다면, UMC와 저 개인의 욕망과 탐욕의 Context 속에 갇혀, 겨우 자기 몫을 감당하고 허우적거리면서 UMC와 플로리다 연회 사회 안에서 살다온 사람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부끄럽고 아쉬운 일은 제가 살던 곳에서 해안을 따라 3 시간만 내려가면 Key West라는 Ernest Hemingway가 바다와 노인이라는 소설을 썼던 섬이 있는데 그 섬에서 Cuba까지는 90Miles 밖에 되지 않아, 헤엄쳐서 탈출하는 Cuban들도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이웃 가운데는 많은 사람들이 Cuban-Americans이었습니다. 그런데도 UMC와 아메리카 대륙의 Context에 갇혀 살았기 때문에 US Embargo(미국의 경제봉쇄)를 몸으로 견뎌내면서 화학비료를 구할 수 없어서, 가내유기농업을 발전시키고, 값비싼 약품이 없어서, 지속가능한 실용의학교육으로 전 국민 무료의료지원체계를 성공시킨 Cuba의 실상파악과 적극적인 Cuban UMC 선교에 대해서는 언감생심 생각도 못한 채, 오랜 세월 살아왔던 점이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한국교회사적으로 그 사명이 중차대한 한국감리교회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 여러분들께서 제 발제를 잘 들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God bless you all!

<감리교개혁특별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