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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갖는다는 것 & 일신원1995년 1월 발행된, 박흥규목사의 푸른언덕 제62호 <생활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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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6월 04일 (일) 00:00:00 [조회수 : 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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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을 갖는다는 것


                                              지동흠(성호교회)


       수요예배를 마치고 수룡동의 성도들을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는 길, 멀리 빨간 십자가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캄캄한 밤하늘에 홀로 서서 일치감찌 잠든 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웬지 신비스럽기도 하고 괜히 자랑스럽기도 하고 또 조금은 처연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매일 그렇게 밤하늘에 별처럼 떠 있던 십자가가 그날따라 유난한 의미와 생각들을 던져주며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이 곳, 바닷가의 작은 마을로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채 달려와 어설픈 목회를 시작한 지도 2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엊그제는 햇수로 4년째가 되는 1995년을 앞두고 애써 목회계획을 세웠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으리라던 막연한 자신감-어쩌면 자만심이었는지도 모르죠-으로 충만했던 처음 시작할 때와는 달리 사실 지금은 모든 것이 불분명하고 어렵기만 합니다.

“몇년만 고생해, 다 연단한다고 생각하고…” 부흥과 변화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또 그래봐야 뭐 달라질 것도 없다고 목회를 갓 시작하는 나에게 충고해 주시던 선배 목사님들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때 나는 그렇게 목회하지 않을 것이라고-목회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더 힘주어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이 옳은 생각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그렇지가 못함이 안타깝고 부끄럽기만 합니다. 이제 일년이 더 흘러 목사안수를 받고 나면 난 또 어떻게 생각하게 될는지요. 적당한 합리화와 함께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일말의 아쉬움과 미련을 애써 접어둔채 이삿짐을 싸고 있지는 않을런지….

희망을 갖고 싶습니다. 이제 이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갖고 싶습니다. 지금 나의 목회현장인 이곳에서 희망을 발견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농촌의 현실이 그렇듯 절망적이고 구조적 모순은 점점 더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외적인 모든 환경과 조건들이 희망없음으로 내어 달리고 있을 때 나도 그만 그 곳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목놓아 희망을 부르짖어야 마땅한 내가 가당치 않게 속쓰린 현실에 동조하며 구조적 모순에 순응하고만 있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올해로 우리교회는 창립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리 긴 역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코 짧은 시간만도 아니지요.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아직도 우리교회가 이 지역사회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참 속상한 일입니다. 이유를 말하면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희망에 관한 문제입니다. 사람들에게 교회가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까? 특별히 더 어려운 농촌의 상황 가운데서 역시 여러모로 어려운 농촌교회가 무슨 희망을 만들어 내야 하는가? 풀기 힘든 문제입니다. 짧은 목회경험 속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목회라고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나 욕심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일이었습니다. 나는 그분의 도구에 불과한 것이지요. 무엇이든, 어떻게든 할 수 있으리라 자부했던 교만함을 그분은 참으로 여러가지 방법과 섭리를 동원해서 깨뜨려 주셨습니다. 아직도 신나게 깨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지요. 그래서인지 요즈음에도 나는 나의 목회적 상황 속에서 자주 딜레마에 빠져 듭니다. 좀체로 변화되지 않는 상황, 변화에 관한 희박한 가능성, 늘 되풀이 되는 좌절과 실망, 또한 무력한 자신에 대한 질책…. 그러나 이 모든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나는 늘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끝없이 절망하지만 그러나 또 끝없이 희망합니다.

언제나 늘 그렇듯이 하나님의 섭리가 나를 인도해 주시겠지요. 내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한 주님도 나와 이 교회에 관한 새로운 소망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또 언제나 늘 그렇듯이 문제는 나에게, 우리에게 있는 것이지요.

정말이지 희망을 갖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희망을 목말라 하는 이들에게, 하루 하루 고달프고 힘겹게 살고 있는 이들에게, 이제 이 세상에서 믿을거라고는 개코도 없는 이들에게 새롭고 신나는 희망을 넘치도록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희망을 갖는다는 것,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희망을 버린다는 것은 나의 존재 이유를 포기하는 것이리라 여겨집니다. 꼭 그래서만이 아니라 나의 살아가는 이유로, 목적으로 희망을 삼고 그와 더불어 살아야 하지 싶습니다. 적어도 지금의 이 상황 속에서는 그것이 가장 필요한 일이고 내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나의 십자가이기 때문입니다. 푸른언덕

 

 

일신원


                                              민경철(학성교회)


     일신원

이곳은 정신질환자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신창면 읍내리에 소재하고 있다. 인원은 약 200명 정도이며 역사는 약 22년이나 되었고 박기호 원장과 직원들이 원생들과 함께 기거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한 때는 금년 추석에 우리 주위에 외로운 사람들이 있을듯 싶어 찾다가 박흥규 목사님과 왔었다. 방문후 의논끝에 10월부터 매달 끝주에 함께 예배드리고 2부의 프로그램을 갖기로 결정을 내렸다.

10월 내째주일 오후 2시쯤 선장교회 사회 봉사부원들과 우리교회(학성교회) 두분의 장로님들 그리고 강산교회 최복규 전도사님 내외분, 순천향 대학생 몇명과 더불어 도착을 했다. 먼저 사회는 선장교회 사회부에서 설교는 부족한 제가 그리고 박목사님의 축도로 1부를 마치고 우리교회에서 준비한 빨간 사과와 선장교회에서 여러가지를 봉투에 넣어 한봉지씩 드리고 노래 잘하는 강산교회의 최전도사님은 복음송과 게임도 하며 웃음의 시간을 보냈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용사 한분이 여자분들의 머리를 손질했다. 약 4시 반이 넘어서야 현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일신원을 나섰다.

두번째의 방문은 11월 끝주로 시간은 오후 2시에 일신원으로 향했다. 이때는 신항교회 박화원 목사님과 ‘푸른 농업고등학교’의 주옥로 선생님이 동행해 주셨다. 1부 예배는 사회를 선장교회 사회부가 담당했고 설교는 박목사님의 말씀과 박화원 목사님의 축복으로 마치고 2부에는 지난번처럼 강산교회 최복규 전도사님이 담당하셨다. 이날은 우리교회에서 귤 몇 상자와 선장교회에서 준비한 떡을 드리고 선장교회에서 돼지를 잡아 원생들이 나누어 쓰도록 돈으로 드리고 왔다. 처음에 방문하여 예배하고 대하던 태도와는 달리 두번째 방문 때는 벽이 조금 허물어진듯 원생들이 자유롭게 말도 건네고 자신의 의사를 밝히기도 하며 지나온 자신들의 여정을 말하기도 했다.

어느 한 여인은 나이가 50중반에 들었을성 싶은데 집에는 남편도 있고 자녀들도 고등학생, 중학생들이 있는데 이곳에 있다며 자신의 인생을 한스러워 하는 모습이 듣는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한다. 또 어느 얼굴도 예쁘장한 여인은 나이 24세에 들러와 8년동안 이곳에 있었단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물으니 대답을 못하고 괴로워 하였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누가 알았으리. 인생을 살다가 반미치광이로 변해 자유로이 자신의 꿈한번 펼치지 못하고 점점 낙옆처럼 마르는 인생이 될 줄을 그리고 꽃다운 나이로 한창 부풀어 있어야 할 한 여인의 인생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비관적인 인생으로 변해 버린 이 현실을.

이제 며칠후면 성탄절이 온다. 구유에 오신 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놀기 좋아하고 흥청대는 범벅의 절기이다. 이번 성탄에는 우리 교회의 꼬마들의 무용과 축하 프로그램을 일신원에 가져보기로 했다. 낮은 곳에 오신 예수님을 이들과 함께 웃으며 축하하는 기쁜 성탄이 되길 기대해 본다. 푸른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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