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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하나님이 정해준 길이라고 굳게 믿는 농촌 총각 장명진씨”1995년 1월 발행된, 박흥규목사의 푸른언덕 제62호 <푸른언덕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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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6월 04일 (일) 00:00:00 [조회수 : 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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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하나님이 정해준 길이라고

   굳게 믿는 농촌 총각 장명진씨”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풋내기 청년이 농사를 짓겠다고 선언한지 13년째. 돌이켜 보면 무엇이든 단 한 가지라도 시원하게 매듭지어진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세월은 왜 그리도 빨리 지나갔는지, 처해있던 매 순간마다 무엇인가를 위하여 동분서주 했건만 얻은 것이라고는 늘어나는 나이밖에 없다고 쓴웃음 짓는 장명진씨. 그런데도 이 길을 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것은 농업이 하나님이 맡겨주신 사명이라는 것과 어릴적부터 겪어온 기억들이 아직도 그의 가슴속에 지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는 어릴 적의 모습을 이렇게 회고한다.


“땀에 흠뻑 젖은 어머님 등에 업혀 삼베적삼에서 피어오르는 땀 냄새에 얼굴을 비빌 때 어머님 머리에는 항상 밥광주리가 얹혀 있었으며 걸음걸이는 무척 빨랐던 것 같습니다. 나의 장난감은 어머님 일터에 따라 바뀌었는데, 고추밭에서는 고추가 장난감이 되어 주었고, 담배잎을 따실 때는 담배잎, 참외, 수박 순지르기를 하실 때는 잘라진 순들이 내 장난감이었습니다.”


그때 장난감으로만 생각되었던 것들이 평생 그의 친구가 될 줄이야…. 가난에서 가난으로 이어지는 집안 사정에 처음에는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있었단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들면서 왜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지를 고민해야만 했다. 결코 게을러서도 아니요, 자식들 학비가 많아서도 아닌데 왜 가난을 마치 숙명처럼 알고 살아야만 하는 것인지 세상을 원망하기도 했단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어머님이 왜 고생을 해야만 하는지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가난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지를 그는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가 죽도록 농사지은 것이 분명히 우리 것인데 실지로는 우리 것이 아닌 것은 무엇 때문일까? 처음에는 그 해답을 찾지 못해 고민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것을 빼앗아 가는 도둑놈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난 어머님이 불쌍해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할테면 한번 해보자구. 난 절대로 빼앗기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13년. 결혼할 여유도 없이 32세의 노총각이 되어 버린 것이다. 20세의 젊은 나이에 기독교 농민회를 시작으로 아산·온양 농민회의 사무국장직을 맡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농사일과 농민회 일 사이에서 한숨 돌릴 여유도 없이 너무나 숨가쁘게 달려만 온 탓일까?

그는 26세 때 농약에 중독되어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방황한 적이 있었다. 그당시 담당의사의 소견은 만일 산다고 하더라도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충격적이고 청천벽력과도 같은 것이이었다.


“너무하십니다. 이직도 할 일이 많은데 저더러 죽으란 말입니까? 절대로 그렇게는 못합니다. 내 할일이 끝나기 전에는 하나님 마음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날이 새도록 천사와 씨름하여 결국 축복을 받아낸 야곱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어쨌든 하나님은 그의 억지를 받아들였고 예전과 똑같이 건강한 몸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또한번 농약을 치다가는 이젠 그런 억지도 통하지 않을 것 같고 더 이상 농민으로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를 괴롭혔다.

그 일을 계기로 해서 고민끝에 생각해 낸 것이 유기농업이었다. 농약을 직접치는 농민은 물론 농약친 농산물을 먹고 살아야만 하는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에게도 농약은 이로울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죽어가는 땅을 살리는 것이 하나님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떤 일이든 의지보다 실천이 무척 힘든 것이라는 예상은 했었지만 거듭되는 실패와 좌절을 맛볼 때 마다 그의 삶은 휘청거렸다. 그러나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깨끗한 먹거리를 다른 사람에게 공급하는 것이 농민으로써 최고의 자존심이라 생각했기에 그는 오늘도 이 길을 가는 것을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분별한 농약, 농기계에 의존한 대형 농산물 공장이 우리 민족의 생명을 위협하고, 발암물질로 오염된 수입농산물이 판을 치고, 이로 인하여 농민들의 생활이 보장되지 못하고 농업을 포기하는 농민이 늘어만 가고 있는 현실이 그로 하여금 분통터지게 만들고 있다.


“이제 우리 농민들도 목소리를 높여야 할 시기입니다. 무분별한 살농정책에 희생과 포기를 거듭한 지도 몇 십년. 이제 더 이상 물러설 땅도 물러설 이유도 없어졌습니다. 물러설 수 없는 건 비단 농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균형잡힌 국가경제를 꿈꾸는 모든 국민들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질을 잘못 들어선 역사의 수레바퀴, 그 수레에 탄 우리민족, 나는 그 수레바퀴 밑에 기꺼이 깔려 부서지는 모난 걸림돌이 되어서라도 수레에 탄 이 민족을 구하고 싶습니다.”


그의 조그마한 땅에는 미처 손이 가지 못해서 짓다만 육중한 하우스용 철골들이 그의 손길로 완성되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님이 끝까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믿으며 신앙양심으로 농업을 일구고자 오늘도 그는 가야만 하는 험한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푸른언덕 편집부> 푸른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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