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는 어떻게 기록되었는가?

성서는 기독교의 경전이기 때문에 성서의 기록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성서가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책이라고 믿는다. 성경의 기록자들이 영감을 받아서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했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 영감이라는 말을 해석하는 데에 차이가 있다. 처음에는 영감을 받아 기록된 성서에는 인간의 생각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전혀 오류가 없는 책이라는 기계적 영감설을 내세웠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성서의 기록에는 서로 상충되는 부분도 있고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기록자들의 상황에 따라서 기록자들의 생각이 가미되기도 했다는 유기적 영감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성서의 기록에 대한 이해가 달라지게 된 것은 역사비평의 결과이다.

역사비평은 성서가 어떻게 기록되었는가 그리고 초대교회의 삶의 자리는 어떠했는가를 밝혀 보려는 성서연구이다. 고등비평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역사비평이 신학자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것을 아는 평신도들은 그리 많지 않다. 신학자나 목회자가 아닌 평신도들의 입장에서는 성서가 기록된 과정을 모르더라도 성서를 읽고 이해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성서가 어떻게 기록되고 정리되었는가를 알려주는 역사비평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는 성서 이해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펼쳐준다. 그것은 나아가서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세계에서 인간의 역할을 말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역사비평이 시작된 18세기부터 문학적 소양은 성서연구에 필수적인 요건이었다. 역사비평이 다루는 내용은 성서가 기록된 역사적 사실이지만 역사비평에서 문서의 특성에 대한 분석을 위해서 문학이 필수적인 수단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역사비평을 논하는 학자들은 역사비평에서의 문학의 역할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갖지 않지만, 실상 문학적 소양이 없이는 역사비평을 수행할 수 없었다. 필자는 이러한 역사비평과 문학의 관계를 이미 『왜 그리스도인에게 문학적 소양이 필요한가』?(대한기독교서회)에서 밝힌 일이 있지만, 그 관계를 여기서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이 글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 하나는 성서의 기록을 밝혀주는 역사비평을 평신도들을 위해서 되도록 쉽게 설명하는 일이다. 둘째는 문학이 이미 18세기 말부터 성서연구에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역할이 아주 중요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일이다. 이 글을 통해서 성서 연구를 위해 문학적 소양이 얼마나 필요한가, 왜 요즘 많은 성서 연구자들이 문학을 말하는가를 이해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사상가들의 성서연구 

중세까지의 성서연구는 교리적 해석에 치우쳐 있었고 종교 개혁기에 와서 루터나 칼뱅은 문자주의적 해석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통적 해석방법을 완전히 무시하거나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17세기에 와서는 합리적 사고의 영향으로 인해서 성서를 합리적 혹은 비판적으로 보려는 시도가 신학의 울타리 밖에서 비신학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들은 성서의 저자들과 성서 기록의 연대에 관한 전통적인 견해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전통적인 교리나 관례에 상관하지 않고 자유롭게 성서를 연구했다.

인간의 성숙을 강조한 18세기의 계몽주의 시대에 오면, 교리적 해석이나 성서의 영감설에 기초한 성서해석이 전통이나 교리에 얽매이지 않고 일반 문헌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인문주의적 자세를 취했다. 종교개혁 이후로 17, 18세기에 일어난 새로운 성서해석을 위한 시도는 대부분 비신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들의 시도는 신학자들에 의해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이것은 일반 사상가들의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신학계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료비평

17세기에 교회 밖의 사상가들에 의해 시작된 성서에 대한 비판적 연구가 18세기에 신학자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 결과 19세기에 와서는 이러한 성서연구가 자료비평으로 정착했다. 자료비평가들은 구약성서의 각 책 안에 서로 다른 문체, 어휘, 신학적 관점이 나타나는 일정한 길이의 단위들이 섞여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성서의 각 책이 단일 저자의 기록이라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던 여러 자료들을 후대의 저자들이나 편집자들이 수집하고 나름대로 배열해서 완성된 것이라는 가설을 내세웠다.

그들은 단일 저자는 자신의 글 속에 모순되는 문체, 어휘, 신학적 관점을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느 글 속에 모순된 특성을 지닌 글의 단위들이 발견되면 그것은 하나의 책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필자가 개입했거나 여러 자료가 포함되었다고 보았다. 자료비평가들은 본문 배후에 있는 자료들을 확인하기 위해서 성서의 각 책에 나타나는 문체와 어휘, 시각의 다양성, 하나의 구절이나 여러 구절 사이에 있는 모순과 불일치, 진행되는 구절의 계속성을 깨뜨리며 갑자기 나타나는 단절 부분, 그리고 중복과 반복 부분들을 분석 확인했다.

그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람은 벨하우젠(J. Wellhausen)인데, 그는 네 개의 자료 혹은 문서들이 함께 편집되어 오경이 형성되었다고 주장했다. 다음 세대의 학자들은 그가 내세운 네 가지 문서가설을 받아들여서 그의 가설을 더욱 정밀하게 검증하고 분명하게 정의 내렸다. 20세기에 기록된 모든 비평적 구약성서 개론서들은 벨하우젠의 가설을 매우 중요하게 평가했으며, 그것을 오경의 형성과정이라는 복잡한 문제에 대한 확실한 답으로 간주했다.

자료비평은 다음에 언급될 양식비평이나 편집비평과 함께 역사비평적 접근방법이다. 자료비평이라는 명칭의 ‘비평’은 성서를 비판적으로 해석하려는 하나의 체계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17세기 이후의 비판정신이 이제 본격적인 성서비평의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자료비평, 양식비평, 그리고 편집비평을 ‘고등비평’이라고 부르는 데서도 자료비평의 출현이 체계적인 성서해석의 출발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자료비평은 역사적 자료를 규명한다는 면에서 ‘역사적 비평’이다.

자료비평의 역사적 측면에 치중하면서 이 비평을 문학과 무관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상 자료비평은 문학비평과 손잡고 있다. 한 자료비평 학자는 고전문학 학자들이 호머의 서사시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역사비평적 접근법을 사용했고 이 문학 연구가들의 비평방법을 성서학자들이 빌려와서 자료비평으로 발전시켰다고 언급하고 있다. 자료비평가들이 문서를 분석할 때 주목하는 문체와 어휘, 시각의 다양성, 여러 구절 사이의 모순 등은 문학비평의 영역이다. 그래서 18세기에 자료비평이 처음 나왔을 때 이 비평을 문학비평이라고 불렀고, 이 문학비평이라는 용어는 20세기까지 사용되다가 요즘 와서는 자료비평으로 정착했다.

요즘 자료비평과 문학비평을 구분하는 것은 자료비평이 자료의 출처를 찾는 역사적 측면을 지니고 있어서 순수 문학비평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20세기 후반에 와서 성서해석에 적용되기 시작한 구조주의 비평이나 독자반응 비평 같은 새로운 비평방법과 구분할 필요가 생겼다. 헤이블(Norman Habel) 같은 사람은 1971년에 낸 자료비평에 관한 안내서의 제목을 『구약성서의 문학비평』(Literary Criticism of the Old Testament)이라고 붙임으로써 20세기 후반에 와서도 자료비평을 문학비평이라고 부르고 있다.

양식비평

자료비평에 이어서 19세기에 나온 양식비평 역시 문학비평의 도움을 받았다. 양식비평은 성서의 문헌을 그것의 문학 장르의 연구를 통해서 분석하고 해석하여 그 전승 단위들이 정경에 포함되기 이전에 갖고 있던 삶의 정황을 밝혀내는 데에 힘을 기울인다. 양식비평의 태동기에는 19세기에 일어난 문화 인류학이나 민간 전승사 연구가 영향을 미치기도 했지만, 19세기 말에 이르러서 성서해석자들은 본문의 기본 문서를 찾고 그것의 저자나 연대를 추정하는 자료비평에 대해서 한계를 느끼면서 성서를 통해서 이스라엘의 종교나 정치의 발전사를 연구하고자 했다.

특히 궁켈(Hermann Gunkel)은 구약성서가 기록되기 이전에 구전되어 온 개별적 이야기들이 있었고 그 이야기들은 원래 독립된 단위로 존재했다고 믿었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는 개별적 단위에 대한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문학 장르는 독특한 삶의 자리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구전 상태로부터 각 단위의 문학 장르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역사적인 삶의 자리를 파악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달리 말해서, 양식비평가들은 역사적인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서 성서의 문학 장르를 연구한 사람들이다.

양식비평을 위해서는 먼저 분석의 대상으로 삼을 적절한 단위를 결정해야 한다. 이야기나 연설의 유형이 다르면 그것의 구조가 다르므로 장르의 변화는 새로운 단위가 시작되는 것을 나타낸다. 나아가서, 우리는 내용, 문체, 분위기와 문조, 혹은 인물과 시제에 의해서 단위를 구별할 수 있다. 단위가 결정되면, 양식비평가는 각 단위의 구조를 고찰한다. 구조를 살피고 나서 이 단위가 어느 장르에 속하는지 알아낸다. 그것이 산문인지 운문인지, 운문이면 시인지 예언인지, 시라면 찬양 시인지 감사 시인지, 아니면 탄식 시인지 구분해낸다. 그리고 본문의 장르를 성서의 다른 부분이나 고대 근동 문헌의 비슷한 장르와 비교하기도 한다.

다음으로는 장르의 이해를 통해서 본문의 사회적 배경을 추정한다. 이 배경은 삶의 자리를 의미하는데, 제사적 활동, 법률제도, 학교, 가족생활, 종족제도, 일반 풍속 등을 포함한다. 고고학적 자료, 비교 종교학적 자료, 혹은 역사적인 자료를 참고할 수 있지만, 그 장르가 담고 있는 내적 요소를 통하여 본문이 암시하는 삶의 자리를 파악한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특정한 장르가 사용된 의도나 목적을 추정한다. 주어진 장르를 사용한 의도에 관한 논의는 본문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하는 해석학적 질문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에 해석학과 관련을 갖는다.

양식비평이 성서의 본문에 나타나는 문학 장르를 중시한다는 면에서 일반 문학비평가들이 발전시킨 전통적 비평방법들 중의 하나인 장르비평과 유사점을 지니고 있다. 장르비평은 비극과 희극의 장르를 분류한 아리스토텔레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지닌 비펑방법인데, 20세기에 와서도 여러 비평가들이 장르 분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르비평가들은, 양식비평가들과 마찬가지로, 독자가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는 작품의 장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양식비평과 장르비평 사이에는 공통점 외에 차이점도 있다. 양식비평가들이 성서 본문에 나타나는 문학 장르의 이해를 통해서 ‘삶의 자리’를 파악하는 역사연구를 시도하는 반면, 장르비평가들은 역사적 사실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장르의 이해를 통해서 작품의 내용 자체를 파악하려고 한다. 그러나 두 비평방법이 본문의 이해를 위해서 장르를 중시한다는 면에서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양식비평가들은 그들의 성서비평을 위해서 장르비평으로부터 비평방법을 빌려온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료비평가들은 어휘나 문체 같은 성서본문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문학적 특성을 중시하고 있지만, 양식비평에서는 일반 문학비평 방법들 가운데서 특정 비평방법을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양식비평가들이 자료비평가들보다 성서 해석을 위해서 문학비평에 좀 더 구체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편집비평

20세기 중반에 대두된 편집비평은 성서 기록자들이 단순히 구전된 혹은 기록된 전승의 필사자나 수집가들이 아니고 그들 자신의 신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저자들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양식비평적 접근에서는 저자들의 개성이나 의도가 전혀 고려되지 않는 반면, 편집비평에서는 저자의 의도가 중시되어서 편집자를 창조적인 저자로 본다. 편집비평 학자들은 양식비평의 도움을 받아서 저자들의 편집과정을 살피고 최종적인 편집 형태와 완성된 본문에 나타난 편집자들의 신학적 의도를 연구한다.

편집비평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킨 마르크센(Willi Marxsen)은 공관복음을 비교 연구하는 중에 공관복음의 저자들이 부분적으로는 공통의 전승을 받아들이면서도 일면 각자 특유한 내용을 삽입하여 각자의 신학적 입장을 나름대로 전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편집비평가들은 복음서를 단순히 예수의 생애를 그린 역사적 문서가 아니라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적 경험을 그린 독특한 문학작품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성서 저자들이 여러 문학적 양식이나 독특한 문체를 사용하여 효과적으로 자기들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래서 그들은 성서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에 문학작품을 분석하는 것과 비슷한 분석방법을 사용했다. 공관복음서 연구에 치중했던 편집비평은 사도행전에도 적용되었고 구약성서 연구로까지 확대되었다.

편집비평을 위해서는 먼저 성서본문의 이야기 단위의 논리적인 시작과 끝을 결정해서 기본 단위를 분리시킨다. 그 다음 그 단위의 양식과 삶의 자리를 분류한다. 그리고 어떤 실마리가 되거나 중심이 되는 단어들에 주목한다. 그 다음에는 그 단위가 복음서의 전체 개요와 조화를 이루는가를 본다. 그리고는 그 단위의 내용을 다른 복음서 안에 있는 비슷한 내용의 구절들과 비교한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를 통해서 복음서 기록자가 무엇을 계승했는지, 복음서 기록자는 그 개인의 신학적 의도에 따라 전승을 어떻게 변형시켰는지, 그리고 그 의도는 다른 초대 그리스도교 저자들의 의도와 어떻게 다른지에 관해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성서 저자들을 전승의 수집가로 보지 않고 전승 자료를 참고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창조적 저자로 간주하는 편집비평에서는 자료비평이나 양식비평보다 성서의 문학적 이해에 한 걸음 더 다가선다. 편집비평가들은 성서의 각 책을 하나의 작품으로 보았다. 편집비평가 페린(Norman Perrin)은 복음서에 대해서 언급하면서 복음서들을 초대 기독교의 특징적이고 독특한 문학작품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톰슨(W. G. Thompson)은 편집비평의 작업에는 저자가 어떻게 원천자료들을 받아들이는가를 고찰하는 수평적 차원과 각 책이 진행되는 문맥 안에서 각 대목들의 문체, 구조, 그리고 흐름을 분석하는 수직적 차원이 있다고 말하면서 수직적 차원, 달리 말해서 문학적 차원이 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편집비평에서 자료를 고찰하는 역사적 차원보다 완성된 작품을 분석하는 문학적 차원이 더 중시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성서 본문의 문학적 양상에 대한 편집비평가들의 관심으로 인해서 편집비평은 20세기후반 이후로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문학비평적 성서해석으로의 길을 열어 놓았다.

편집비평가들의 분석방법은 문학비평에서 형식주의 비평과 유사한 면을 보인다. 성서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어휘와 구조에 주의를 기울이고 부분의 의미를 전체의 맥락 안에서 파악하려는 편집비평가들의 분석 태도는 형식주의 비평가들의 작품분석 태도와 상통한다. 형식주의 비평이 1930년대에 신비평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후 한동안 문학비평계를 휩쓸었고 편집비평이 1950년대에 나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편집비평가들이 형식비평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작품형식의 분석을 통해서 저자의 신학적 의도를 밝히려는 편집비평에서는 형식보다 내용이 중시되는 반면, 내용보다 형식을 중시하는 형식주의 비평에서는 작가의 의도가 무시되기 때문에, 편집비평과 형식주의 비평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편집비평가들은 성서 각 책을 쓴 저자들의 신학적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형식주의 비평의 분석방법을 빌려 온 것이다.

글을 마치면서

역사비평을 통해서 우리는 성서의 기록에서 인간의 노력이 많이 작용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역사비평은 17세기 이후로 발전한 합리주의적 사고의 산물이다. 18세기의 계몽주의와 19세기의 과학적 발전을 거치면서 인간은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합리적으로 이해하려고 했다. 신학에서도 새 시대의 언어로 하나님의 세계를 설명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새 시대에 적응하려는 노력은 바람직한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어느 것이든 살아남지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학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양의 교회가 점차 문을 닫아가는 것은 교회의 적응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하나님은 불변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은 변하지 않는 진리이기 때문에 진리의 파수꾼인 교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고집스럽게 성경무오설을 주장하고 축자영감설을 지지한다. 신구약 여러 곳에 서로 맞지 않는 구절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것들을 보고도 못 본 척 하거나 억지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창조과학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현대인의 지식이나 합리적 사고를 외면한다. 그래서 그들은 역사비평은 받아들일 만한 것이 못 된다고 주장한다.

성서의 말씀 자체는 고정되어 있지만 성서를 읽는 사람의 안목에 따라서 그 글의 내용은 달리 이해되게 마련이다. 교파들마다 성서를 다르게 해석한다는 데서도 독자에 따라서 성서가 달리 해석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소위 독자반응비평의 핵심적 주장이 바로 이것이다. 동시대인들 사이에서도 해석의 차이가 나타나지만, 시대가 다르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현대인의 사고와 사회 환경이 중세기에 살던 사람들의 삶의 정황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21세기의 독자가 성서를 보는 눈은 500년이나 그 이전 사람들의 눈과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대인에게 500년 전의 성서 해석을 강요할 때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끼게 되고 그 거부감이 심해지면 결국 교회를 떠난다.

역사비평은 합리적 사고의 산물이다. 합리적 사고에 익수해진 현대인이 비평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것은 마치 민주사회가 그 이전의 전제주의 사회로 돌아갈 수 없는 것과 같다. 우주정거장이 설치되고 우주여행이 실현되고 있는 때에 지동설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우매한 인간인가?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 향수를 지닌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가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신학계에는 비평 이전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역사비평의 내용에 몰두하는 역시비평의 안내서들에서는 역사비평의 수단인 문학의 역할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자료비평에서는 자료의 종류에 집중하고, 양식비평에서는 삶의 자리에 주목하고, 편집비평에서는 기록자들의 신학적 관점을 중시한다. 이렇게 역사비평의 내용에 치중하다 보면 그 비평의 필수적인 수단인 문학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쉽다.

대부분 성경에 대한 문학적 관심은 20세기 초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역사비평에서 보면 이미 18세기부터 문학이 성서연구의 중요한 수단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자료비평가들이 자료들의 차이를 모순되는 문체, 어휘, 내용에 따라서 판별했다는 것은 그들이 성서를 문학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다음에 양식비평가들이 성서의 내용, 문체, 분위기와 문조, 그리고 인물이나 시제에 따라 단위를 구별하고 나서 구조를 살피고 장르를 분류할 때 그들 역시 성서를 문학적으로 분석했다. 그들이 문학의 장르에 주목했다는 면에서 문학의 장르비평에서 비평방법을 받아들인 것이 분명하다.

특히 편집비평가들은 성서 저자들을 여러 문학적 양식이나 독특한 문체를 사용하여 자기들의 생각을 전달하는 창작자들로 보았다. 그들은 성서를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적 경험을 다룬 독특한 문학작품이라고 본 것이다. 편집비평가들은 성서 본문의 이야기 단위를 결정하고 먼저 핵심 단어들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들은 작품의 각 부분이 전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맥을 자세히 살펴서 단위의 의미를 확정했다. 이러한 분석방법은 형식주의 문학비평의 분석방법과 다르지 않다.

역사비평은 자료비평, 양식비평, 그리고 편집비평의 순서로 발전해 왔다. 그런데 이들 모두는 문학비평의 도움을 받아서 성서를 이해하고 분석했으며 역사비평이 발전할수록 성서의 문학적 측면이 더욱 강조되었고 성서분석을 위해서 문학비평의 도움을 더 많이 받았다. 마지막 단계인 편집비평에 오면 성서를 문학작품으로 볼 뿐 아니라 문학의 형식주의 비평을 받아들임으로써 본격적인 문학비평 방법을 성서의 분석에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