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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남씨의 유기농법 & 희년을 맞는 농민의 마음1995년 1월 발행된, 박흥규목사의 푸른언덕 제62호 <특집 희년에 바라본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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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6월 04일 (일) 00:00:00 [조회수 : 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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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영남씨의 유기농법


                                                              김충권(지곡교회)


        내가 오영남씨를 처음 만난 건 올 농사가 막 시작될 쯤이었다. 마을에서 축산폐수를 처리할 방도를 찾다가 어떻게 끈이 닿아 만나게 되었다. 물어 물어 홍성군 홍동면의 비포장도로를 달려가 작은 마을에 닿았다. 축사로 안내되는 듯 했으나 축사가 시작되는 입구 오른쪽으로 살림집이 처마를 맞대고 있었다. 옛날 돼지우리도 살림집과는 떨어져 있었는데, 돼지를 200마리는 먹이면서 문 열어 주방이 나오는 살림집과 축사가 붙어 있는 것이다. 마루에 걸터앉아 돼지들을 바라보면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작은 체구답지 않게 생각은 컸고, 덥수룩한 모습답지 않게 조리가 있었고, 시골 구석답지 않게 국가적이고 세계적이었다.

오영남씨가 돼지를 먹인 것은 약 20년쯤 되는 모양이다. 18년 동안 톱밥 유기사료를 만들어 먹이면서, 그 거름으로 무공해 농사를 지어오고 있었다니까. 축산폐수는 처음부터 문제였단다. 정화조를 아무리 수협에서 규정하는대로 만들어도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물로는 농업용수로 쓸 수가 없었단다. 말강물이 된다해도 개갈 안났다. 질산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논농사는 질소비료를 덜 주면 된다지만 농민들이 그걸 알아서 할 수가 없고, 밭농사는 절대금물이었다.

그래서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한 결과 톱밥유기사료를 만든 것이다. 톱밥에 수분을 적당히 가하여 효소를 섞고, 온도만 맞추면 좋은 냄새로 발효한다. 이것을 사료에 섞으면 된다. 처음에는 약 5%부터 시작해서 많이 썩을 때는 15%까지 넣는다. 유기사료를 먹은 돼지의 분뇨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 분뇨에 효소가 섞여서 발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사가 살림집 처마와 맞대어 있어도 여름을 날 수 있었던 것이다. 돈사 바닥도 발효한 톱밥을 깔아주면 더욱 좋단다. 항간에는 톱밥 돈사는 호흡기 질환을 많이 유발한다지만 그건 게으른 소리란다. 찬찬히 살펴보면 안개같은 수분이 돈사에 끼일 때가 있는데 이것을 환기시키면 되는 거지, 유기사료 자체에 그런 병균이 있는 것이 아니란다. 사료는 사료회사에서 들어오는 것을 그대로 먹이는 것이 아니다. 돈사 입구에 방앗간에서나 보는 곡식 승강기가 세워져 있고 곡식부대가 잔뜩 쌓여 있었는데 그것이 사료를 필요한대로 배합하는 시설이란다. 모돈은 모돈대로, 새깨는 또 새끼대로 섭취해야 할 영양분이 다르기 때문에 공책에 적은대로 20가지는 되는 원료를 직접 말로 재어 사료를 만들어 먹인다. 이렇게 공들여 기르는 것은 종돈으로 나갈거라 그런단다. 돈사를 한바퀴 둘러보는대도 냄새도 없고 파리도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냄새도 안나는 배설물을 보고 그는 폐수가 아니란다. 왜 양돈을 하는 사람도 스스로 폐수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단다. 실제로 돈사 옆에 이웃집에서 감자씨를 놓는 삽으로 떠다가 이랑에 적당히 펴고는 감자씨 묻는 것도 보았다. 훌륭한 거름이란다. 그도 이 거름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동네 사람에게도 나누어 주면서 써보라고 했단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이 오물 버릴데가 없으니까 마을에서 처분하느라 그런다고 오해를 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외부의 업자에게 돈을 받고 팔았다. 그런 거름이 없어서 못팔 정도가 되어서야 마을에서도 그 거름을 사겠다고 했다. 그래서 비싼 값에 타 동네로 파느니 이웃에서 필요하면 먼저 공급해야겠다는 애향심으로 먼저 마을에서 모두 소비하게 되었다. 동네에서 개를 한마리 먹여도 죄인인데, 이젠 돼지를 200마리 먹여도 동네에 큰 기여를 하면서 떳떳하게 산다고, 세상만사는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덧붙였다.

마을에서 모두 돈사에서 나오는 유기질 거름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비료 안주고 농약 안주면서 농사를 짓게 되었단다. 당장에 비료와 농약을 안하니까 첫해는 반도 안나오다가 해가 거듭될수록 땅이 힘을 되찾아 평년작에 가깝게 되었다. 쌀이 덜 나온다 해도 결코 손해나는 것이 아니다. 무공해 쌀은 어디를 가도 세배는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농약 안해 농약냄새 안맡으니 건강하기도 하고, 농약 안한 볏집은 소에게도 건강사료가 된다. 비료를 안해도 효소 성분에서 나오는 미생물에 의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농협을 통해서 비료를 장려하고 농약 장사를 할 것이 아니라, 진즉에 사람이 살고 땅이 살고 짐승이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농사방법을 보급했어야 했다. 그렇지 못한 것은 우리나라의 정치적 폐단 중 하나인 정경유착때문이란다. 농민을 담보로 비료 제조업자와 결탁하고, 농약 제조업자와 결탁해서 살아있는 농사를 짓지 못하게 했다. 그러느라 돈사나 축사마다 정화조를 설치하라지만 이것은 형식에 그칠 뿐이다.

그는 또 UR에 대하여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UR이 다가온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여기에 대처하지 못한 것이 문제란다. 세계경제를 볼 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데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예견하지 못한 태만이 잘못이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터져서 정신차리고 올바로 살길을 찾고, 환경을 돌아 볼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란다. 구체적으로 살아갈 방도를 찾는 것은 우리 농민이다. 반란에다 뇌물에다가 날치기에다 세금도둑을 키워온 정치권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길을 우리가 찾아야 한다. 그렇게 살아온 모습을 오영남씨의 축사에서 볼 수 있다. 목돈 들여서 크게 지어 놓고 보란듯이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한 두 마리에서 시작해서 여유되는대로 늘리고 기술 익히는대로 확장해서 혼자 할 수 있을만큼 알차게 운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만이 아니라 마을 모두에게 유익이 되도록 살아가는 것이다. 푸른언덕

 

희년을 맞는 농민의 마음

 

                                                                        이재욱(춘천)


      해마다 연말이 되어 농민들이 해보는 수지결산은 적자이다. 수입이 지출보다 적고 농협의 부채는 늘어나서 적자이고 지난해보다 농민들의 숫자가 또 몇십만명씩 줄어들어 적자이고 걱정과 일거리는 늘어나고 희망과 즐거움은 줄어 들어 적자이다.

내가 사는 동네는 강원도 농촌이다. 심심산골은 아니지만 도시에서 꽤 떨어져 있고 한 동네 여섯집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또 대부분 60-70대 노인들이라 감자, 콩을 주로하는 강원도 전형적인 농사를 짓는 곳이다. 그런 동네에 2년전에 들어와서 땅 7천평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는데 유기농업 한답시고 비료, 농약 안쓰니 생산도 제대로 안되고 상품성도 없는데다가 우리들의 식탁-우리 농장에서 공급받는 분들과 우리 가족의 식탁-을 최대한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로 채운다는 소량 다품종 생산을 원칙으로 하니 지나다니며 보는 동네사람들이 얼마나 한심하게 보겠는가. 우리들이 하는 농사를 취미생활로 여길 것이다. 그렇다. 내가 생각해도 이게 농사인가 싶을 때가 있을 정도니. 논에는 벼보다 피가 더 우거져 피바다를 이루고, 밭에는 이것 조금 저것 조금 심은 것도 풀에 뒤덮여 있으니 한심해 보일 수 밖에. 올 여름 뜨거운 땡볕에 반바지 바람으로 김매기, 고추따기, 포장과 판매를 쫓아 다니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내년에 또 할 수 있을까 싶은데, 또 한 해 농사를 끝내고 난 이 즈음에는 퇴비준비와 내년 농사계획으로 분주하다. 농사가 한심해 보여도 너무나 힘이 들어서 손을 놓고 싶어도 내가 하는 작은 일이 아직은 비록 20여세대 식탁을 채우는 정도지만, 겨우 7천여평의 땅을 살리는 일이지만 이것을 열 사람, 백 사람과의 연대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또 다시 내년을 준비한다. 혹시 들어보셨는지 모르지만 우리 교단에 감리교 농도공동체 선교회라는 것이 있다. 몇몇 농촌교회와 도시교회가 연대하여 농민들은 소비자들에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농산물을 공급하고, 소비자들은 최대한 생산비를 보장해주고 또 직접 현장에 가 일손을 도우며 농민들의 수고도 함께 하고 격려도 해주는 그런 모임이다. 농도공동체 역시 작은 모임이지만 더 많은 교회들과의 연대를 위한 시작이다. 이렇게 농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리고 농도 공동체와 같은 모임들이 자꾸 늘어나면 이 땅을 되살리는 면적도 늘어나고 건강한 농산물을 나누는 건강한 마음들도 늘어날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해마다 격는 농민들의 물량적인 적자를 보전해 주지 않을까. 그리고 나 한사람 건강하게 살면 그만이라는 자기 만족에 빠지지 말고 이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우리들의 십자가를 같이 지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우리 농업을 살리는 일은 나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나라를 살리는 일이고 남북한이 하나 되는 날 7천만 우리 민족에게 먹거리의 부족으로 나타날 혼란을 막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단을 거두는 희년의 해를 맞으며 강원도 산골에 사는 이름없는 농민의 바람이다. 푸른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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