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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와 동사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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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년 12월 19일 (금) 21:11:23 [조회수 :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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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의 이웃인가?”

신학자는 대들 듯이 예수에게 물었다. 그는 이 말이 실어 나르는 생각 속에 치명적인 독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당연히 깨닫지 못했다. 이 질문 속에는 ‘나’라는 독이 시퍼렇게 살아있다는 사실을. 누가 ‘나’의 이웃인가? 이 질문 속에서 세계의 중심은 나다. 철저한 나 중심의 세계관. 누군가 ‘나의’라는 범주에 들면 그땐 이웃으로 간주해주겠다는 오만함. 독의 정체는 바로 이것이었다. 그러나 이 질문에는 다른 독이 하나 더 들어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다’의 세계였다. “내 이웃은 ~이다.” 정의(定義)의 세계. 이 논리의 세계에서 ‘이웃’은 영원한 명사(名詞)다. 따라서 누가 내 이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내 이웃의 범주에 들어가는 명사들을 찾는 일이 된다. 가까운 사람, 아는 사람, 불쌍한 사람, 누구든 내 이웃의 범주에 들어 있는 것이 확인되면 그때에야 비로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었는가?”

이번에는 예수가 신학자에게 물었다.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예수는 이 질문으로 신학자의 처음 질문을 잔인하게 부숴버렸다. “질문이 틀렸어. 이웃 사랑에서 중심은 ‘나’가 아니라 ‘강도 만난 자’야. 세상으로부터 치명타를 맞고 도움이 필요한 자가 중심이라는 말이지.” 말하자면 예수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렇게 말한 셈이기도 했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이웃은 ‘~이다’가 아니라 ‘되다’의 문제야. ‘be’가 아니라 ‘become’이라는 말이지. ‘이웃’이란 단어는 명사의 세계가 아니라 동사의 세계에 속하는 단어란 말이다.” 이렇게 예수는 다음의 사실을 분명히 했다. 이웃 사랑에 관해서라면 나의 이웃이 누구인지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이웃이 되어주고 있는지가 문제라는 사실. 정의(定義)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하게도 실천의 문제라는 사실.

“사랑은 동사다.”

Love is a verb.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인용하는 이 말은 곱씹어 볼 때마다 새로운 맛이 나는 말이다. 실로 그러하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그것이 이웃 사랑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웃 사랑은 도움이 필요한 자에게 이웃이 되어주는, 움직이는 사랑이다. 이웃 사랑을 위해 나의 이웃을 찾고 있다면, 찾으려 한다면, 나는 여전히 명사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나는 어서 빨리 이 명사의 세계에서 탈출하여야 한다. 사랑은 동사고, 예수도 동사다.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서 누가 강도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그가 대답하였다.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여라.” (눅 10: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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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72.37.249.108)
2014-12-20 07:18:12
명사이다.
대들 듯이 물은 것이 아니라 옳게 보이려고 물었다. 말하자면 나는 이웃을 사랑하였었노라고. 하지만 그의 이웃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그런 이웃이 아니었다. 강도 만난 자와 같은 쉽게 사랑하기 힘든 존재들이다. 나아가 '이웃'의 개념이 '누가 이웃인가'가 아니라 '누가 이웃이 될 것인가'로 바뀌었다. '이웃'이 베풂의 대상이 아니라 베풂의 주체가 되었다. '네가 이웃이 되어라' '네가 사랑을 베풀어라' 먹을 것 주고 입을 것 주고 마실 것 주는 행동(동사)을 우리는 사랑한다(동사)고 하고 그 행위를 사랑(명사)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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