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페친이 노아가 120년 동안 방주를 만들었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그는 100년 미만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어느 주장이든지 추정입니다. 성경에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날은 백이십 년이 되리라”(창 6:3하)는 구절의 해석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한 해석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는 죄를 범하는 그 당대의 사람들에 대한 심판이 120년 후에 집행된다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다른 해석은 인간의 수명이 120살로 줄어든다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저는 과거에 후자의 입장이었습니다. 교회에서 그렇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신학을 공부하고 신학자들의 입장을 배우고난 후에는 전자로 바뀌었습니다. 그 내용을 똑같이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후자라는 말하는 분들을 대하면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문의 ‘그들’은 분명히 그 당대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인류의 대표가 아닙니다. 그들에 관한 하나님의 말씀을 인류 전체에 관한 것으로 볼 근거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아버지가 신 포도를 먹었다고 아들의 이가 시리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죄에 대한 대가를 아들이 치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범죄에 대한 동등한 대가를 치렀다면 그것은 아들도 아버지와 같은 죄를 범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당대의 범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인간 수명이 120년으로 줄어든다고 말하려면 그 이후 세대의 모든 사람들이 그 당대와 같은 죄를 범하여야만 합니다. 같은 죄를 범하지 않았는데도 조상들의 죄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여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그와 같은 방식으로 역사하지 않으십니다.

인간 수명이라면 그 이후에 120살이 넘도록 살았던 성경의 인물들- 아브라함은 175세, 이삭은 180세, 야곱은 최소한 130세 이상-을 설명하여야 합니다. 결국 점차로 120살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본문에는 ‘점차로’를 말씀하고 있지 않습니다. 해석을 통해 본문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내용을 임의로 끼워넣는 것입니다. 당연히 옳지 않습니다.

노아와 아브라함 사이에는 많은 인물들이 나옵니다. 그들의 수명이 아브라함이나 이삭이나 야곱보다는 많았다는 것도 증명하여야 합니다. 전혀 불가능합니다. 설사 그것을 증명하였다고 하더라도 점차로 줄어드는 것이라는 주장에 정당성이 부여되지 않습니다.

이 한 구절에 대한 상반된 이해가 지속되는 것을 보면서 현재 교회의 한 모습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한 하나님의 말씀을 하나님께로부터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주제에 대해 다르게 설명하면서 각자 자기들이 옳다고 하는 모습입니다. 다양한 교파가 만들어지고 각기 자기 교파의 성경 해석이 옳다면서 그것을 끝까지 고수하는 모습입니다. 이는 한 구절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의 확대입니다.

제가 쓴 ‘이미 받은 구원의 취소인가’(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3849)라는 글에 대해 칼빈주의자이신 한 분이 칼빈주의의 관점을 댓글로 옮겼습니다. 성경에 구원은 하나만 있으며 하나님의 주권적 행위에 의해 영원한 구원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신자의 행위와는 전혀 무관하게 하나님께서 전적으로 책임지신다는 것입니다.

성경에 구원이라는 단어(엡 2:8 등)와 영원한 구원(히 5:9)이라는 단어가 있다는 것은 불변입니다. 이것조차 부인한다면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두 단어가 같은 의미인가 다른 의미인가의 문제가 있습니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엡 2:8). 여기에서 ‘구원’이 이 땅에서의 삶이 끝난 이후에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서 그분과 영원토록 교제하는 것을 뜻할까요? 그렇다면 바울 사도는 아주 분명하게 그것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이 됩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에 이르려 하노니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빌 3:10-11). 여기에서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이 영원한 구원의 다른 표현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얻지 않았다, 이루지 않았다, 잡으려고 달려간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저의 아버님께 독일제 파카 만년필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한 친구에게 가서 자랑합니다. 그것을 보여주면 내가 파카 만년필을 선물로 받았다고. 그리고 다른 친구에게 가서 말합니다. 나는 아직 파카 만년필을 받지 못하였다고. 그것을 받기 위해 지금도 아버지가 원하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이런 저의 모습을 다함께 본 친구는 저에 대해 뭐라고 할까요? 제 정신이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칼빈주의자들은 본인들이 의도하였든지 아니든지 간에 바울 사도를 그렇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들의 성경 해석은 결과적으로 바울 사도를 제 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주 당당합니다.

구원과 연결시켜 순종에 대해 말씀하는 많은 구절들을 헌신짝처럼 버립니다. 이 말은 순종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영원한 구원과 무관하게 순종을 강조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성화에 있어서는 순종 곧 거룩한 행실을 강조하지만 영화에 있어서는 순종과 무관하다고 말합니다. 그 모습은 성경의 가르침과 다릅니다. 완전히 다릅니다. “아들을 믿는 자에게는 영생이 있고 아들에게 순종하지 아니하는 자는 영생을 보지 못하고 도리어 하나님의 진노가 그 위에 머물러 있느니라”(요 3:36). “그가 ~ 자기에게 순종하는 모든 자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시고”(히 5:8~9). 이런 내용의 구절들은 성경에 너무나 많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하나님의 주권은 성경에서 말씀하는 바와 다릅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신 곧 자기들이 보기에 좋은 신이 자기들이 원하는 바를 채워주는 주권일 뿐입니다. 바른 하나님의 주권이란 그분이 자신의 말씀인 성경에 기록한 대로 행하신다는 것입니다. 그 행하심이 우리의 생각이나 보기에 어떠하든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바른 고백입니다.

때로 해석의 차이를 해석의 다양성이라는 말로 합리화하는데, 그것은 인간의 관점이지 하나님의 관점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성경(서) 기자를 통하여 그 내용을 기록하게 하셨을 때에 그런 다양한 의미를 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 내용의 의미는 하나입니다. 위에 언급된 구절의 의미는 하나입니다. 해석은 다양성이라는 말은 원 저자의 의도가 파악하지 않은 또는 못하는 인간의 자기 합리화일 뿐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신자의 잘못된 생각이나 말이나 행동의 가장 근원적인 원인이 무엇일까요? 제가 이해하기로는 사사 시대의 가장 강력한 특징으로 제시되었던 “자기 생각에 옳은 대로”입니다. 자신의 옳다는 신념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것이 성경의 가르침과 일치하는 경우가 있고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자이든지 후자이든지 간에 오십보 백보입니다.

저는 대학생이 되어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하고 제대로 된 교회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나름대로 가치관이 확립되어 있었던 시점인데, “이후로 성경의 가르침으로 제시되는 바가 그때까지의 내 생각과 다르다면 무조건 내 생각을 포기하겠다”고 마음으로 결심하였습니다. 이 결심은 지금까지 유효합니다. 그들의 날에 대한 관점의 변화나 장로교 목사인 제가 칼빈주의 5대 교리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 것은 그러한 경우입니다. 근본주의자에 해당되면서도 진보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날은 백이십 년이 되리라”(창 6:3하)는 한 구절에 대해서도 해석을 통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현 교회의 모습에 대한 축소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자라면 모두가 같은 말을 하고 분쟁이 없이 같은 마음과 같은 뜻으로 온전히 합하라(고전1:10)는 바울 사도의 권면은 허공을 치는 소리일 뿐입니다. 그때에도 그러했을지 모릅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교회를 생각할 때엔 암울하기만 합니다.

모든 생각을 그리스도에게 복종하게 하는 것(고후10:5)이 필요합니다. 너무나 필요합니다. 중요합니다. 너무나 중요합니다.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교회, 하늘 영광으로 가득한 영광스러운 교회는 여기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요원하다는 넘어 거의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하며 지금도 기도합니다. 자기 생각에 옳은 대로가 아니라 모든 생각을 그리스도께 복종시켜 하늘 영광으로 가득한 영광스러운 교회로 도약하는 그 날이 오기를...

사족, 방주 짓는 기간에 대한 추정에 있어서 이전엔 120년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100년 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아 489세 때 하나님의 심판 선언이 있었는데(창 6:3), 노아에게 직접 말한 건 아니며 500세 때에 아들들을 낳고(창 6:10) 그 이후에 방주 지으라(창 6:14)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창세기의 내용이 반드시 시간의 진행을 따라 기록되었다고 볼 순 없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볼 근거도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시간적인 진행 방식이기에 그렇게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