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말의 홍수시대

하루에도 수십통씩 인테텟과 카키톡을 통해서 퍼온 글들이

나에게 홍수처럼 흘러들어 온다. 아리스토텔레스, 예수, 붓다, 노자, 장자,

공자, 니체, 톨스토이, 세익스피어….. 동서고금을 통해서 성현, 작가들의

좋은 말, 지혜로운 글들을 모아 놓은 하나같이 지혜롭고 아름다운 글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질이 아니라 양이다. 만사를 제처놓고 하루 종일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실천은 언제 할 것인가. 가히 소화불량 공해 수준이다.

넘치는 것은 부족한 것 보다 못하다는 옛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넘치면 독이 된다는 의미다. 그 수 많은 좋은 글들의 유통으로 인간들이 더

해복해 지는 것일까? 인네텟 보급이 낮은 지역 사람들이 인터넷 왕국 사람들

보다 행복하다는 통계를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것 같다.

사실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 지혜는 삼척동자도 알수 있는 간단한 것이다.

“서로 사랑하며 착하고 선하게 사는 것” “ 밥 잘먹고, 열심히 일하고, 잠잘자는 것”

그 정도면 족하다. 선가에서 말하는 서있을 때 서있고, 앉아 있을 때 앉아있고.

걸을 때 걷는 것이 명상이라는 말과 비슷한 의미다.

그러나 그 간단한 것을 실천하기는 90살 먹은 노인도 어렵다.

좋은 글들을 읽을 때 마다 이런 일화도 생각난다.

옛날 인도 지방 한 소왕국에 한 지혜로운 왕이 있었다.

그는 정사에 지칠 때면 궁전을 떠나 이름난 선사들을

찾아다니며 인생에 대한 지혜를 배우곤 했다.

지금같은 세상 정치인들에게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일 것이다.

어느 날 혼자서 수백리 길을 말을 몰고 당대에 이름 난 한 선사의

처소로 찾아나섰다.

“이번에는 꼭 큰 도를 얻고 와야지” 왕은 단단히 각오를 다졌다.

절에 가까이 오자 개울가에서 여러명의 스님들이 바위위에

둘러 앉아 얼굴을 붉히며 감론을박 요란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깊은 도이기에 저리도 결렬하게 토론을 하고 있나. ” 호기심이 났다.

왕은 구석 한 바위위에 자리를 잡고 숨을 죽이며 대화에 귀를 귀울였다.

그런데 대화 내용이 궁정에서 입이 마르게 떠들고, 귀가 달토록 들어 온

진절미나는 정치 이야기들이었다.

미친 돌중 놈들! 이 깊은 산 중에서 도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니.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불쾌한 목소리로 “지금 k 선사님은 어디에 계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 중에서 정치 이야기에 가장 열심히 열을 올렸던 한 스님이

“내가 바로 당신이 찾고 있는 그 사람인데 무슨일이요?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반겼다.

“사실은 선사님께 귀한 도를 구하기 위해서 수백리 길을 멀다하지 않고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동안 대화 내용을 듣고 나니 내가 선사님을

잘 못 찾아 온 것 같습니다. 그런 삼류 정치 이야기들은

궁중 내에서 매일 입이 마르게 말하고, 귀가 닳토록 들어 온 이야기들입니다.”

그러자,

“그게 뭐가 잘 못되었다는 말이요. 우리는 이미 도를 깨닫고 그리 살고

있는 사람들이요. 그러니 도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심이 없고 할 말도 없소.

인간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것에 관심을 갖는 법이오.”

“당신은 매일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그 보다는 갖고 있지 않는 도에 관심이 있어서 여기까지 나를 찾아 온 것이

아니오.”

하고 응수했다.

맞는 말이다. 세상 이치가 바로 그런 것이다.

물고기는 물에 대해서, 새는 공기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정직한 사람은 정직에 대해서, 선한사람은 선에 대해서,

진실한 사람은 진실에 대해서,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이미 자신들이 가지고 누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참거부는 돈에 대해서, 참 신앙인은 신앙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병원은 환자들이 찾고, 교회는 죄인들이 찾는 곳이다.

좋은 글들도 자신들이 그렇게 살지 못하는 죄책감에서

나오는 자신에 대한 위로의 말이 아닐까?

박평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