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도 카톨릭교회에서 왔다. 배격해야 할까?

1. 교회의 ‘전승’,전통(tradition)도 중요하다.

▲ 김택규 목사(전 감신대 객원교수)

교회는, 2천 년 전에 사도들이 닦은 터위에 세워져서 ( 엡2:20-22, 고전 3:10-11)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기원 1세기에 초대교회로 시작해서, 313년 컨스탄틴대제의 칙령 이후, 로마제국의 ‘공교회’로 자리잡아, 11세기 동서 교회로 분열될 때까지 그리스도 교회는 하나의 공교회(Catholic 혹은 Universal Church) 였다.

역사를 통해 교회에는 성도들의 신앙 및 교회생활의 근거로, ‘성서’와 더불어 '전승 혹은 전통'(tradition)이 중요하게 자리잡게 되었다. 종교개혁자들 일부가 ‘오직 성경’(Sola scriptura- scripture only)표어를 내걸고 ‘전통’을 때려 부수기도 했지만, 개혁의 횃불을 들었던 루터는 ‘전통’을 다 폐기하지는 않았다. 감리교회의 창시자인 웨슬리는 성도의 신앙생활에서, 성서와 ‘전통’, 성령과 이성 4가지를 강조했다.

2. 사도신경은 ‘카톨릭교회’라는 ‘교파’의것이 아니고, 역사적 교회의 ‘전승이다.

사도신경은 성서에 있는 것이 아니고, 교회의 ‘전승’으로 확립되어 내려온 ‘신앙고백’의 가장 오래된 형태의 하나이다.

사도신경은 여전히 문제가 있지만, 카톨릭교회, 영국교회(성공회), 루터교회뿐 아니라 대부분의 개신교회가 인정하고 사용하는 ‘신조’이다.

사도신경이 물론 사도들에 의해 제정된 것은 아니고, 오늘날의 형태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2세기 때부터 세례 후보자들에게 ‘신앙의 고백’ 형식으로 그 내용이 정리되어 사용이 된 것은 분명하다. 4세기경에 더 정리된 형태에 ‘사도신경’이라는 이름이 부쳐졌다. 5세기- 7세기에 현재의 형태가 갖추어진 것으로 본다. 한스 큉에 의하면 사도신경이 ‘니케아-콘스탄티노플신경’을 대체하여 교회에서 온전하게 사용되어진 것은 10세기부터이다.

자 그러면, 2세기부터 10세기까지의 교회에서 ‘전승’으로 내려와 교회의 기본 신앙고백으로 정착된 ‘사도신경’을 단순히, 그때의 교회가 현재의 로마카톨릭교회에 연결이라고 해서, 사도신경을 로마카톨릭교회라는 교단만의 신조라고 규정할수 있을까?

개신교회는 카톨릭교회에서 분리되어 나온것을 부인해서는 안된다. 기원 1세기부터 내려오는 교회역사와 전통과는 관계없는, 완전히 다른, 마치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온 교회가 아니다. 그래서 역사적 교회에서 내려온 전통 중 많은것들을 현재까지도 보유하고 있다.

3. 크리스마스축일도 카톨릭교단의 축일인가?

예를 하나 들자. 우리 개신교회 모두 ‘크리스마스’를 그리스도 탄생일 축일로 지킨다. 그런데 과연 12월 25일이 예수의 진짜 탄생일인가? 초기교회는 예수의 탄생일같은 것은 관심이 없었다. 예수의 육신의 생일은 그들에게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재림에 치중하였다. 그러므로 처음 교회는 예수의 탄생일을 기억도 안 했고, 축일로 지키지도 않았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축일은 4세기에, 로마의 이교도 신, ‘무적의 태양신’(Sol Invictus) 축일을, 로마의 기독교가 예수의 탄생일로 대체한 것이다. 교황 율리오 1세가 350년에, 12월 25일을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선포했고, 교회는 공식적으로 교회력의 중심으로 크리스마스를 정립했다. (동방교회의 크리스마스는 1월 7일이지만, 그것은 동방교회가 사용하던 율리우스 력의 12월 25일이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도 카톨릭교회에서 온 것이니 (크리스마스 란 말 자체가 Christ + Mass, ‘그리스도 미사’) 우리 개신교회는 그것을 배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수 있다. (실제로 안식교회 등 일부 군소교단들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모든 공적 개신교회들은 크리스마스 축일을 지킨다. 역사적 교회의 전승을 이어받아 지키는 것이다.

사도신경도 역사적 교회의 중요한 전승의 하나이다. 카토릭교회의 것이라고 배척해서는 안될 것이다. 기원 1세기때부터 내려오는 역사적 교회를 무조건 ‘로마 카톨릭’교회라고, 또 교회의 전승들을 모두 카톨릭적이라고 배격해서도 안될 것이다. 어거스틴 등 교부들, 혹은 성자들도 다 카톨릭교회 성직자라고 배척할 것인가?

물론 교회 전승 중에 비성서적인 것, 비 개신교적인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마리아 승천설, 연옥설, 고해성사 및 속죄권, 교황 무오설 등 많은것들이 있다. 그런 전승들을 다 수용하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교회 전승중 성서적인 것, 개신교 신학에 합당한 전승들 까지도 카톨릭교회 것이라고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4. 신조, 신앙고백들은 특정한 시대적 및 장소, 상황의 요구에 의해 제정되었다.

교회 역사에는 수많은 신조들, 신앙고백서들이 있어왔다. 그런데 이런 모든 신조들은 그 특정한 그 시대적, 상황적 요구에 의하여, 특정 장소에서 제정 채택이 된 것이다.

대표적인 몇 개를 들어보자. ‘니케아 신조’는, 최초의 ‘세계 교회 회의’라고 할 수 있는 니케아 공의회(325년)에서, ‘그리스도는 피조물이며 성부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주장을 하는 아리우스파를 물리치고, 삼위일체 기독론 교리를 확정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었다. (그래서 본래의 니케아신조에는 아리우스파에 대한 저주문도 첨가시켰었다.)

‘칼케돈 신조’(451년)는, 에베소 공의회에서, 네스토리우스(Nestoius)와 유티케스((Euthyches)의 마리아의 신모설 반대, 그리스도의 양성론(2성설)주장을 이단으로 규정하면서 제정되었다.

콘스탄티노플 신조는, 381년 콘스탄티노플에서 열린 에큐메니컬 공의회에서 150명의 감독들이 채택했는데, 이 신조는 동방교회의 초기 신조이다.

종교개혁의 불을 붙인 루터의 95개조 논제도 일종의 '신앙 확언서'(affirmation of faith)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로마카톨릭의 오유를 개혁하기 위한것이었다. 제네바 교리교육서(The Cathechism of Geneva, 1537-1541) 등은 캘빈에 의한 교리들이다.

장로교회들이 마치 자기네 전유물 신조처럼 여기는 웨스트민스터 신조 및 신앙고백서는 17세기, 영국의 청교도 혁명 중에 영국교회가 특별히 공통으로 따를 수 있는 신조가 필요해 5년간 회의를 계속하면서 채택한 신조이며 영국 의회가 공식으로 승인하였다.

사도신경 같은 신조가 초기교회에서 필요했던 것은, 개종자들에게 기독교의 신앙을 가르치기 위해, 특히 세례받을자들에게 그들이 무엇을 믿느지를 확실히 알고 믿게하기위하여 필요했다. 동시에 기독교의 교리가 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영지주의 등 이단 사설들이 횡행하였으므로, 그런 이단세력에서 교회의 진리를 지키기 위하여 교회의 신앙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가르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도신경이 기독교 신앙 내용을 충분히 포함한 완전한 신조라고 볼수는 없다. 또 문제되는 구절들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성경과 부합되는 것이며, 신,구교 모두 공인하고 사용하고 있음으로 사도신경을 배격할 필요는 없을것이다.

5, 현대교회에서, 신조, 신앙고백서 사용이 강조되어야 한다.

오늘날 교회 예배에서는 대체로 찬양에 열심이고, 사도신경이나 신앙고백은 사라졌다. 설교도 기독교 진리를 가르치는 진지한 내용은 대체로 없고, 회중을 웃기는데 치중하는 내용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면 회중들은 어디서 기독교 진리, 믿는바 내용을 배울 것인가? 이단 사설이 판을 치고, 특히 비성서적 종말론적 예언같은것들이 교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교회에서 성경공부를 한다고 해도 바쁜 현대인 생활에서 참석자들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회를 오래 다녀도 내가 믿는바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교회 출석이나 하는 교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므로 예배에서 ‘신앙고백’을 매주일 하도록 하는 것이 대단히 필요하다.

6. 다양한 신조들, 신앙고백서들이 있다. 선택해서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미국 감리교회 찬송가책에는 ‘신앙고백 혹은 신앙 확언’(AFFIRMATIONS OF FAITH) 10개가 수록되어 있다. (1)니케아 신조 (2)사도신경(전통적) (3)사도신경(에큐메니칼 번역) (4)카나다 연합교회 신앙진술서 (5)한국감리교회 교리적선언 (6)현대 신앙고백 (7)세계 감리교회 사회적 신앙고백 (8)로마서 8:35, 37-39의 신앙고백 (9) 고전15:1-5, 골 1:15-20의 신앙고백 (10)딤전 2:5-6, 1:15, 3:16의 신앙고백 등이다.

목사들은 이중에서 어느것 하나를, 혹은 주일마다 다른것들을 택해서 사용할수 있다.

우리 한국 감리교회는, 세계 교회에 자랑하는 ‘교리적 선언’이 있다. 사도신경을 좋아하지 않는 목사는 예배순서에서 신앙고백 순서를 아예 뺄 것이 아니라, 한국 감리교회의 교리적 선언으로 회중들에게 신앙고백을 하도록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물론 그‘교리적 선언’에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세상이나 교회에 어디 내마음에 꼭 맞고, 또 완전한 것이 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