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19시간이나 잤습니다. 금요일 오후 1시부터 토요일 아침 8시까지 잤으니까요. 엄청난 시간입니다. 잠을 자다가 중간에 일어나 시간도 모른 채 무언가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나서도 계속 잠을 잤습니다. 잠을 자면서도 계속 온 몸이 뜨거워지는 열기가 생생했습니다. 어깨 죽지부터 이어진 근육들이 욱신대고, 숨을 쉴 때마다 신음소리가 새어나오는 걸 모두 알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아픔 가운데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복통이었습니다. 얼마나 배가 아프던지 꿈속에서 아프고, 아프면서 꿈을 꿉니다. 알 수 없는 기묘한 스토리가 꿈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이젠 견딜만 하다고 안위하면서 더 깊은 잠을 청하지만, 어느새 달려온 통증이 배를 움켜쥐게 하고 다리를 오그라뜨립니다. 결국은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배를 감싸고 변을 보았습니다. 식은땀을 흘리며 한바탕 설사를 하고 나서야 배가 어느 정도 평온해졌습니다.

신기한 것은 이렇듯 괴로우면서도 긴 잠을 자고 나니 몸이 한결 거뜬해진 것입니다. 몸살을 이겨낸 힘은 잠입니다. 잠만 한 보약이 없습니다. 하지만 잠만큼 홀대를 받는 것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먼저 포기해야 할 것을 꼽으라면 잠을 꼽습니다. 스탠리 코렌은 <잠 도둑들>에서 우리의 잠을 빼앗아 간 주범들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이, 24시간 풀가동하는 시스템들이, 조금만 자야 성공한다고 말하는 성공 신화의 주인공들이 우리를 이부자리 밖으로 내몬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이런 문명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간이 가진 삶의 제약을 제거하려는 욕심을 꿈꿉니다.

미래학자 레온 크로이츠먼은 <24시간 사회>에서 시간을 인간의 목적에 맞게 편집해서 사용하는 ‘24시간 사회’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 세상이 바라보는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요. 생명공학을 이용하여 신체리듬 정도만 맞춰주면 인간에게 밤과 낮은 별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천박하고 단절된 존재의식입니다.

그런데 최근 뇌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미국의 한 대학에서 발표되었습니다. 뇌는 낮에 깨어 있을 때 일을 하고, 밤에 잠을 잘 때는 쉰다는 게 통념이었습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정반대입니다. 밤에 자고 있을 때 뇌는 쉬지 않고 맹렬하게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경향신문 11.21). 뇌가 낮에 하는 일은 외부환경으로부터 정보를 활발히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그럼 밤에 하는 일은 뭘까요. 낮에 받아들인 정보 중에서 필요 없는 것을 삭제하고, 정리해서 치매와 같이 뇌질환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일입니다. 잠을 잘 자는 것이 뇌를 위해 가장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는 잠을 아끼려 합니다.

하나님의 시간은 저녁부터 시작됩니다. 쓸모없는 밤 시간이 하나님께는 우선입니다. 그래서 밤은 하나님의 시간입니다. 잠 잘 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우리의 의식을 하나님이 만져주십니다. 그리고 회복시키십니다. 뇌 과학은 이것을 부분적으로 입증하고 있습니다. 우리 삶이 피곤한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잠을 아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질서는 일보다는 잠이 먼저입니다. 잠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존재의 근원인 하나님께 이르게 하는 우리 시대의 삶의 증표이며 통로일지 모릅니다. 스탠리 코렌의 ‘잠 빚을 늘렸다가는 매우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는 말은 잠을 아까워하는 모든 사람에게 주는 경고입니다.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 (시1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