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5장의 비유처럼, 세월호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얼굴로, 살아남기는 했지만 너무 불안하고 힘들어서 삶의 지표를 상실해버린 ‘생존자’들의 얼굴로, 그리고 이 사건들을 지나면서 많은 눈물로 호소하고 있는 ‘국민’들의 얼굴로 찾아온 예수 그리스도를 외면하는 어리석음에서 한국교회가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 28일 백석신학원 목양동에서의 학술대회 모습

고통 공감 능력 회복하고, 회개와 사랑의 언어로 보듬어야

세월호 특별법이 합의되고 선원들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돼 감에 따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치료하고 보듬기보다는 빨리 처리하는 차원에서 모든 일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 내부에서 최근 논의된 내용 중 가장 강력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

개혁주의이론실천학회(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 회장 김영한) 주최로 28일 오후 서울 백석신학원 목양동 세미나실에서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9회 샬롬나비 학술대회’에서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김영한 교수(샬롬나비 회장)가 기조강연을, 성신형 교수(숭실대)와 손정수 장로(전 농촌진흥청장) 그리고 송길원 목사(하이패밀리 대표)가 각각 강연을 했다.

성신형 교수는 그의 강연에서, 제2차 세계대전 경험을 통해 고통의 문제를 깊이 고뇌한 두 철학자 곧 베이유와 레비나스가 제안한 ‘복종의 윤리’와 ‘책임의 윤리’를 세월호 사건 앞에 서 있는 한국교회에 적용해 한국교회가 취해야 할 과제를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베이유가 말하는 ‘복종의 윤리’란, 직면한 고통을 더 깊게 알고 경험할수록 인간은 자신과 하나님의 관계 그리고 타인의 필요를 깨닫게 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하나님의 뜻에 복종 곧 이웃을 사랑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레비나스의 ‘책임 윤리’란, 타인의 얼굴의 호소에 대답하는 것으로 이것은 마치 마태복음 25장의 하나님의 나라의 최후의 심판 비유에서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과 같다’는 말씀과 같은 의미다.

성 교수는 “비유에서처럼 나의 고통이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감으로 다가가게 되고, 또 다른 사람의 고통이 나에게 책임감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이 관계의 핵심”이라면서 “고통의 순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찾아가서 위로하고 함께해 주는 것이 레비나스 ‘책임윤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한국교회가 이웃의 고통에 함께 울면서 △고통을 통해서 일하시는 하나님과 교통하는 시간과 자리 △타인의 고통의 호소에 귀 기울이는 시간과 자리 △겸손한 마음으로 고통의 필요에 복종하면서 책임감 있게 반응하는 시간과 자리로 다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성 교수는 세월호 사건을 거치면서 무뎌질 대로 무뎌진 한국교회가 고통 공감 능력을 회복하고, 십자가로 되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또한 세월호 사건의 아픔을 개인의 탓으로, 혹은 단순한 사고로 치부해 버리거나, 세월호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서 세월호 사건의 원인을 있는 그대로 밝혀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정치적인 낙인을 찍는 대신 책임 있는 회개와 사랑의 언어로 보듬을 것을 촉구했다.

성 교수는 “지금 세월호 사건은 한국 기독교회에 비대칭적인 상태로 놓여 즉 한국교회에 기대 있으면서 쓰러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으켜 세워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고통의 호소에 한국교회는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이제 그만 해도 될 때가 되지 않았는가’하는 피로감 섞인 감언이설로 사건을 봉합하는 것은 아주 무책임한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도 이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한국교회가 십자가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눈물로 이 일을 대면하고 대답하는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랐다.

한국교회가 마태복음 25장의 비유처럼 △세월호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얼굴로 △살아남기는 했지만 너무 불안하고 힘들어서 삶의 지표를 상실해버린 ‘생존자’들의 얼굴로 △이 사건들을 지나면서 많은 눈물로 호소하고 있는 ‘국민’들의 얼굴로 찾아온 예수 그리스도를 외면하는 어리석음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